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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감시받지 않을 거라 착각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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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감시받지 않을 거라 착각했을까
  • 김재중 기자
  • 승인 2014.04.25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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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폭탄주 술판 파문 | 특종보도, 막전 막후

‘허위사실’ 주장하다 녹취록 공개되자 자숙모드
"흥청망청 한 것도 아닌데 너무하다" 반론도
‘시민의 눈’ 두려워 않는 자만심이 부른 촌극

"언제까지 이런 후진적 선거문화가 계속될지. 행정중심복합도시 개발로 세종시 겉모습은 첨단을 달리는데 기득권에 매달린 토호정치는 여전한 것 같다."

본보 단독보도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새누리당 술판 사건’을 지켜 본 지역정치권 한 인사의 이야기다. 그는 "지역에서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과 그 지지자들이 세월호 참사로 슬퍼하는 국민정서와 시민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술판을 벌였다"며 "이 동네에서 우리가 술 좀 마시겠다는데 누가 뭐라 하겠느냐는 토호정치의 자만심이 빚은 해프닝"이라고 단언했다.

이처럼 이번 사건에 대해 ‘토호정치의 맨얼굴이 드러난 것’이라고 바라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공교롭게도 지난 19일 본보 인터넷판 보도 이후, 유한식 세종시장 예비후보와 홍순승 세종교육감 예비후보 선거캠프, 그 지지자들의 반응을 종합하면 사건의 본질을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어설픈 ‘그들’의 여론공세

유한식 예비후보의 선거캠프는 본보 보도에 대한 파장이 커진 시점인 19일 오후 4시께 ‘세종포스트 보도에 대해 해명합니다’란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요지인 즉 "(유 예비후보가) ‘호형호제’란 모임에 저녁식사 초대를 받아 모임장소에 갔으며, 이 모임이 새누리당 청년모임으로 알고 갔으나 알고 보니 지역 청년들이 구성한 자생적 친목단체였다"는 것이다. 또한 "‘폭탄주 술자리’라는 (세종포스트) 기사는 절대적으로 잘못된 기사이며 사실이 아님을 명백하게 말씀드린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허위 보도’란 주장이었다.

그러나 유한식 예비후보는 이에 앞서 본보에 전화를 걸어 "새누리당 청년당원들이 초대했다. 젊은 사람들이 고기를 먹을 때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고 그러지 않느냐"며 새누리당 청년당원모임에 참석해 폭탄주가 오고 갔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정했다. 후보는 인정하는데 선거캠프는 이를 부인하며 ‘허위보도’ 주장을 펼치는 촌극이 빚어진 셈이다.

유 후보 캠프는 4시간 뒤인 저녁 8시께 ‘호형호제 모임 의견 제출’이란 제목의 의견서를 언론에 재차 공개했다. 호형호제 모임은 ‘사교모임’이며 유한식 후보자는 발언을 자제했고 홍순승 교육감 후보가 몇 차례 덕담을 한 뒤 자리를 떠났다는 내용이 요지였다. 참석자들의 개인연락처와 주소, 지장까지 찍힌 의견서는 팩스 발송용지로 작성됐으며 발신처는 새누리당 세종시당(044-866-XXXX)으로 돼 있었다. ‘호형호제’ 모임이 새누리당과 무관치 않음을 그들 스스로 드러낸 셈이다.

이날 밤 본보는 내부 논의 끝에 제보 받은 여러 개 단서의 일부를 공개했다. 세월호 슬픔 속에 새누리당 청년당원이 대거 참석하는 부적절한 술자리 모임이 있었고 여기에 시장·교육감 후보가 참석했다는 사실 자체가 사건의 핵심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엉뚱한 방향의 여론공세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어쨌든 후속보도를 통해 유한식 예비후보 캠프가 말하는 자생적 친목단체의 성격, 폭탄주 존재여부, 홍순승 교육감 후보의 덕담이 과연 어떤 내용이었는지 명백하게 드러났다. 이후 사건이 일파만파 번지고 비난여론이 거세지자, 유 예비후보 캠프와 새누리당 세종시당은 반성과 자숙 모드로 돌변했다. "통렬하게 잘못을 인정한다"는 보도자료도 배포했다.

"유 시장이 질책하고 만류했어야"

논란의 과정을 지켜본 상당수 시민들은 본보에 전화를 걸어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너무한 것 아니냐. 잘못을 저지르고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 이번 일 뿐만이 아니라 달리 제보할 내용이 있다. 뒤에서 열심히 응원하겠다"는 등의 내용이 주류를 이뤘다. 물론 유한식 예비후보자의 지지자로 보이는 일부 시민들은 격앙된 목소리로 "흥청망청한 것도 아닌데, 너무한 것 아니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이 중 한솔동 주민 L씨의 의견이 상당한 여운을 남겼다.
L씨는 "재선을 노리는 현역 세종시장이 전 국민이 슬퍼하는 이 시기에 조치원읍 한 복판에 있는 식당에서 벌어진 술자리에 참석할 수 있다는 건, 그 만큼 시민의 눈을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지역 청년들의 술자리였다는 점을 십분 받아들인다 해도 지역의 어른인 유 시장이 이들을 질책하고 만류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수현 세종참여연대 사무처장도 비슷한 의견을 밝혔다. 김 처장은 "토호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그들 스스로 감시받지 않는 권력이라고 착각하는데서 비롯된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지역 정치인들이 시민의 눈이 얼마나 무서운지, 행동 하나하나를 얼마나 신중하게 해야 하는지 자성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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