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댓글
변상섭, 그림속을 거닐다
세종시교육청 공동캠페인
토호정치의 맨얼굴
상태바
토호정치의 맨얼굴
  • 김재중 기자
  • 승인 2014.04.25 08: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커버스토리]| 새누리당 폭탄주 술판 파문

‘전 국민 슬픔’ 아랑곳없이 폭탄주 술자리
"교육보좌관의 시장 지지선언" 더 충격적
유한식·홍순승 "자숙과 반성" 진심이길 기대

ⓒgizmode.fr
ⓒgizmode.fr

그들 스스로 맨얼굴을 드러냈다.

세월호가 참담한 사고를 당한 후 이틀 뒤인 지난 18일 저녁. 세종시 조치원읍 중심가에 있는 한 식당에서는 부적절한 술자리가 이어졌다. 새누리당 청년당원이 주축이 된 ‘호형호제’란 모임에 유한식 세종시장 후보와 홍순승 세종교육감 후보가 함께 참석했다. 이 자리에선 ‘폭탄주’가 돌고, 지지를 호소하는 건배제의까지 이어졌다. 온 국민이 TV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장탄식을 내뱉으며 눈물을 글썽이고 있는 시점이었다.

처음엔 본보도 이 같은 사실을 믿기 어려웠다. 집권여당의 청년당원들과 시장 후보가, 더구나 참사 희생자 대부분이 고등학생인 상황에 교육감 후보까지 가세해 폭탄주 술자리를 벌인다는 게 도무지 상식 밖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복수의 제보자와 목격자 증언, 본보의 현장 확인취재 결과 ‘인면수심의 술자리’는 사실이었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새누리당 술판 파문’ 단독보도는 그렇게 시작됐다.

유 시장을 비롯해 술자리 참석자들은 처음엔 "보도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거칠게 항의했다. "기사를 삭제해 달라"는 요구도 해왔다. "<세종포스트> 보도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도 언론에 뿌렸다. 그들 스스로 맨얼굴을 드러낸 만큼, 맨 목소리도 들려주지 않을 수 없었다. 녹취록 공개의 이유였다.

그들의 맨 목소리는 더 충격적이었다. 세종교육감 후보는 ‘교육보좌관’임을 자임했고 "교육계 지지표를 시장님께 합쳐드리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법으로도 막고 있는 교육감 후보의 정당 및 후보지지, 즉 ‘시장-교육감 후보연대’를 거리낌 없이 밝힌 셈이다. 이 밖에도 누가 선거운동을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당선 후에 잘 부탁드린다는 말까지, 논공행상을 암시하는 발언도 스스럼없이 흘러나왔다.

맨얼굴과 맨 목소리를 공개하는 커밍아웃은 계속 이어졌다. 일부 언론은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채 제보자 색출에 나서는가하면, 음모론까지 확산시키고 있다. 음모론. 사전에는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사건의 원인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잘 설명돼 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이제껏 감시받지 않아 온 토호정치의 입장에서 볼 때, 시민의 날카로운 눈과
언론의 끈질긴 감시가 얼마나 껄끄러운 일이겠나. 왜 이런 비판을 받고 있는지, 스스로 납득하지 못하는 이상 그 원인을 음모로 돌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맨얼굴을 드러낸 토호정치. 그들 스스로 약속한 ‘자숙과 반성’이 진심이길 기대한다.

Tag
#NULL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