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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4월을 잔인한 달이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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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4월을 잔인한 달이라 했나
  • 한동운(음악칼럼니스트, 목원대 외래교수)
  • 승인 2014.04.07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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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노트 | 봄꽃들의 향연과 왈츠(Waltz)

3박자의 경쾌한 춤곡, 봄과 동의어

메마른 대지·나무에 생명 불어넣어

‘쿵짝짝 쿵짝짝’ 왈츠 리듬은 메마른 대지와 나무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그리고 생명이 태동하는 박동 위의 ‘다라리라 리라라~ 따다~ 따다~’ 선율은 봄꽃들의 향연을 노래한다. 그림은 어거스트 배리(August Barry)의 판화 ‘마빌의 왈츠’ ©Photo RMN, Paris - GNC media, Seoul
‘쿵짝짝 쿵짝짝’ 왈츠 리듬은 메마른 대지와 나무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그리고 생명이 태동하는 박동 위의 ‘다라리라 리라라~ 따다~ 따다~’ 선율은 봄꽃들의 향연을 노래한다. 그림은 어거스트 배리(August Barry)의 판화 ‘마빌의 왈츠’ ©Photo RMN, Paris - GNC media, Seoul
한동운
한동운

꽃들의 향연이 시작되었다. 개나리, 목련, 진달래, 벚꽃이 온 세상을 형형색색으로 수놓고 있는 4월, 필자의 기분은 "내가 봄에게 다가가면 나도 아마 봄이 될 거야 마음 내려놓으면 꽃이 되겠지. 봄은 그렇게 환한 생각으로 흘러갈 터 나도 모르게 셀레셀레 가슴조일 터 봄이 나에게 온다면 무엇으로 올까, 사랑으로 올까, 원망으로 올까…"(강신용 시인의 시집 <목이 마르다> 중 ‘봄이 나에게 온다면’)로 대변된다. 요즘 필자는 콧노래가 절로 나고, 발걸음은 왈츠의 리듬처럼 가볍고 경쾌하다.

3박자의 경쾌한 춤곡, 왈츠(Waltz)와 봄(Spring)은 동의어이다. 19세기 유럽 사교계의 대표적인 음악이었고, 현재 앙드레 리우(André Rieu 1949~)와 그의 오케스트라를 통해 살아 숨 쉬고 있는 왈츠는 19세기 작곡가 쇼팽과 요한 슈트라우스 부자(父子)에 의해 클래식 음악 무대에 주인공으로 등극하게 된다. 마치 남미의 민속춤이었던 탱고가 피아졸라(Astor Piazzolla 1921~1992)에 의해 20세기 클래식 음악 장르로 다시 태어난 것처럼 말이다.

왈츠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쇼팽의 ‘미뉴엣 왈츠’(Minute Waltz in D-flat major Op. 64, 1847)와 슈베르트의 ‘34개의 감성적 왈츠’(34 Valses Sentimentales Op. 50 D.779, 1823),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 1853) 중 ‘축배의 노래’(Libiamo ne' lieti calici),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Symphonie fantastique in C major Op. 14, 1830) 중 2악장 ‘무도회’(Un bal),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Swan Lake, Op. 20, 1875~6) 중 2막 ‘왈츠’와 <잠자는 숲 속의 미녀>(The Sleeping Beauty, Op. 66, 1889) 제5곡 ‘왈츠’,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왈츠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An der schönen Blauen Donau, Op. 314, 1866), 라벨의 ‘우아하고 감상적인 왈츠’(Valses Nobles et Sentimentales, Op. 61, 1911), 쇼스타코비치의 <재즈 모음곡>(Jazz Suite no.2 Op. 50b, 1938) 중 ‘왈츠 II’, 하차투리아의 <가면무도회 모음곡>(Masquerade Suite, 1941) 중 1번 ‘왈츠’ 등 많은 작품이 있다. 이 작품들에서는 대체로 왈츠의 경쾌함, 즐거움, 유쾌함, 생동감이 느껴진다.

반면에 왈츠의 리듬으로 우울하고 불길한 징조를 표현한 작품들도 있다. 예를 들어, 슈만의 연가곡 <시인의 사랑> 중 9번 ‘그것은 플루트와 바이올린’(Das ist ein Flöten und Geigen)은 사랑하는 여인의 결혼식을 바라보는 청년의 심경을 왈츠의 리듬에 우울한 선율을 곁들여 표현하였다. 그리고 리스트의 ‘메피스토 왈츠 1번’(Mephisto Waltz No.1)은 악마 메피스토의 사악한 간계를 표현했다. 그리고 20세기 작곡가 존 스턴프는 연주 불가능한 난곡으로 평가되는 ‘요정의 아리아와 죽음의 왈츠’(Faerie's Aire and Death Waltz 1944)라는 곡을 작곡하였다. 이러한 작품들에서 왈츠의 리듬은 표현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아이러니 기법으로 활용된다. 다시 말해,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슬픈 코미디, 즉 블루 왈츠(Blue Waltz 우울한 왈츠)와 같다고 할 수 있다.

4월 여느 해보다 일찍 개화한 벚꽃과 개나리, 목련, 진달래 그리고 이름 모를 꽃들이 지천이다. 기분 좋다. 차이콥스키가 <호두까기 인형>(Nutcracker Op.71, 1892), ‘꽃들의 왈츠’(Waltz of the Flowers)를 이런 기분으로 작곡하지 않았을까. 쿵짝짝, 쿵짝짝 3박자의 왈츠 리듬은 메마른 대지와 나무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그리고 생명이 태동하는 박동 위의 다라리라 리라라~ 따다~ 따다~ 선율은 봄꽃들의 향연을 노래한다. 토머스 엘리엇(Thomas Eliot)이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했던가? 그 의미가 무엇이든 2014년 4월은 필자에겐 그 말이 무색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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