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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보다 협동, 승리보다 진실 가르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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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보다 협동, 승리보다 진실 가르치는…
  • 강수돌(고려대 경영학부 교수)
  • 승인 2014.07.22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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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동무 사회 | ‘최선을 다하는 교육감’

수년간 우리 삶에 영향, 교육감 잘 뽑아야

강수돌
강수돌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발라스 바지라는 남자 육상 선수가 있었다. 그는 110m 허들 넘기 경주(예선)에 참가했다. 당시 강력한 우승 후보로 간주되던 류샹 선수가 첫 번째 허들에서 넘어지자 ‘옳거니, 찬스다’며 혼자 달리기는커녕 그를 부축해 휠체어까지 안내하고선 다시 달렸다. 결국 그는 꼴찌로 들어왔지만 경기장을 가득 채운 관중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꼴찌에게 보내는 또 다른 갈채’였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로렌스 르뮤라는 선수는 부산 해운대에서 열린 요트 경기에 참여 중이었다. 그는 2위로 달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그때 싱가포르 선수 둘이 강풍에 넘어져 바다에서 허우적거렸다. 이를 본 르뮤 선수는 바로 레이스를 중단하고 물속으로 뛰어들어 경쟁자들을 구해냈다. 그 덕에 자신은 22위로 밀려나 버렸다.
대신 그는 메달보다 값진 쿠베르탱 상을 받았다. 한참 더 오래 전인 1932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도 감동적인 일이 있었다. 펜싱 여자 플뢰레 개인전에 출전한 주디 기네스는 결승전에서 엘렌 프라이스를 맞아 판정승으로 금메달을 확보했다. 하지만 기네스는 "실은, 경기 도중에 프라이스 칼에 두 차례 찔렸는데 판정에는 반영되지 않았다"며 양심선언을 했다. 그 바람에 기네스는 은메달을 받았고, 금메달은 프라이스에게 돌아갔다.

우리가 이런 선수들을 기억해야 하는 까닭은, 인생의 본질은 승리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최선을 다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최선이란, 가능한 한 잘 하려고 노력하되 꼭 1등을 목표로 삼기보다 앞의 선수들처럼 다른 이가 어려움에 빠졌을 때 돕는 것, 거짓으로 1등하기보다는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상황이 스포츠 게임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중요한 선거라면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을 다하는 것인가? 이 경우 스포츠 게임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 생긴다. 그것은 선거의 결과가 향후 수년간 우리 모두의 삶에 상당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행복과 불행의 갈림길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일례로, 교육감 선거를 보자. 교육감은 해당 지자체의 교육행정을 총괄한다. 교육행정이란 백년지대계인 교육을 통해 나라의 장래를 좌우하는 행위다. 이 경우 무엇이 최선인가? 내가 생각하는 바, 최선을 다하는 교육, 최선을 다하는 교육행정, 최선을 다하는 교육감은 이런 것이다.

첫째, 최선을 다하는 교육이란 경쟁보다 협동을, 꼼수보다 진실을 가르치는 교육이다. 아이들을 획일적인 잣대로 줄 세우기보다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되, 스스로 자존감을 기르면서도 서로 협동심을 드높일 수 있게 돕는 교육이다.

둘째, 최선을 다하는 교육행정이란 학생과 교사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교육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것이다. 교육을 출세의 수단으로, 치부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자들이 발을 못 붙이게 하거나 생각을 바꾸도록 하는 행정이다.

셋째, 최선을 다하는 교육감이란 말과 행동이 일관되고 아이들과 교사들의 일상적 행복에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이다. 국내외의 모범 사례를 찾아 바람직한 교육을 추구하되 독선을 경계하고 중요한 계획의 경우 학생, 부모, 교사가 ‘사전에’ 민주적 협의를 하게 돕는 사람이다.

그런데, 선거 직전에 모든 후보들은 각자 "나야말로 그런 사람"이라고 목청을 높일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 후보가 당선되었을 때 그렇게 실천할지는 미지수다. (이미 250년 전에 장 자크 루소는 "국민은 투표 순간에만 주인이지 끝나는 순간 다시 노예가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면 아주 바쁜 일상에 얽매인 보통 유권자들은 무엇을 보고 판단할 것인가?

첫째, 그 후보가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을 세심히 살펴야 한다. 돈과 권력을 좇아 기회주의적으로 산 인물인지 평생 동안 ‘최선을 다하는 교육’에 힘써온 사람인지 잘 보아야 한다.

둘째, 혹시 어느 후보가 ‘전과’가 있더라도 그 내용이 부정부패와 연관된 것인지 아니면 민주주의와 연관된 것인지 차분히 잘 따져야 한다. 편견이나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는 말이다.

셋째, 다른 후보를 비방하면서 자신을 드높이려는 후보보다, 다른 후보의 장단점과는 무관하게 자신이 얼마나 ‘최선을 다하는 교육’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후보를 선택한다.

만약 우리가 이런 식으로 최선을 다해 좋은 교육감을 뽑을 수 있다면, 10년 뒤 우리 아이들은 발라스 바지, 로렌스 르뮤, 주디 기네스와 같은 멋진 인격체로 자랄 것이다. 경쟁보다 협동이, 승리보다 진실이 참된 인생살이의 핵심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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