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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다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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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다 그렇다!
  • 박종훈(대전성모병원 원목실장)
  • 승인 2013.12.06 1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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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 신부의 동행

한 3년 전 일인 듯합니다. 정확한 날짜는 기억할 수 없지만, 어버이날 즈음이었습니다. 오랜만에 부모님도 뵙고, 가족끼리 오붓하게 식사도 할 겸 고향에 내려간 적이 있습니다. 때마침 결혼하여 출가한 누나도 조카들을 데리고 친정 나들이를 왔습니다. 당시 큰 조카는 다섯 살, 둘째 조카는 네 살, 그리고 막내 조카는 두 살이었습니다. 오랜만에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였고, 날도 날이니만큼 외식을 하자는데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그래서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누나, 조카들, 그리고 저까지 여덟 식구가 식당에 가게 되었습니다.

식탁에 음식이 놓이자, 큰 조카는 큰 조카대로, 둘째는 둘째대로, 셋째는 셋째대로, 각자의 포크를 가지고 밥을 먹겠다고 합니다. ‘어린 녀석들이 알아서 밥도 잘 먹는다’고 속으로 기특하게 생각하였는데, 그건 너무도 섣부른 판단이었습니다. 참으로 안타깝게도 조카들은 아직 식사 예절(?)을 배우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접시 속으로 얼굴이 들어갈듯, 식탁위로 올라탈 듯, 포크로 옆에 있는 누군가를 찌를 듯 위태위태한 모습들이 계속 연출되었습니다. 그건 식사라기보다는 차라리 전쟁에 가까웠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밥을 먹자니, 비실비실 웃음이 새어나옵니다. 하지만 누나 앞이라 웃으면 실례가 될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서 "하하하 대단하다! 대단해!!"라는 말만 연발하며, 어찌어찌 밥을 마저 먹었습니다.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곰곰이 생각해 보니, 세 조카들의 나이 터울과 우리들 네 남매 중, 누나와 나 그리고 바로 밑에 동생과의 나이터울이 같다는 데 생각이 미쳤습니다. 세 자녀를 챙기느라 고생하는 누나 모습을 막 보아서 그랬을까요? 우리들 네 남매 키우느라 고생하셨을 어머니 생각을 하니, 코끝이 찡해 옵니다. 그래서 어머니의 사랑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그런 말씀을 드렸습니다. "아이구 엄마, 우리 네 남매 키우느라 고생 굉장히 많았겠어요! 조카들 하고, 우리들 하고 나이 터울이 같은데, 애들 보니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어떻게 우리를 키우셨대요?"

그러자 돌아오는 어머니의 대답. "니들은 안 그랬어! 애들처럼 정신없으면, 어떻게 키웠겠냐? 니들 넷 낳아놓고도 논으로 밭으로 다니느라 제대로 봐 줄 수도 없었는데, 이렇게 정신없으면 못 키웠지!" 조카들보다 당신 자녀들이 훨씬 낫다는 듯 비교·자랑하는 어머니의 대답에 살짝 마음이 상한 것일까요? 어머니의 대답을 들은 누나의 항변이 시작됩니다. "안 그러긴, 뭘 안 그래요? 우리도 말 안 들어서 엄마한테 엄청 혼나면서 자랐구먼. 이만할 때, 애들이나 우리나 뭐 똑같지요." 누나는 이렇게, 당신 자녀들이 손녀들보다 훨씬 낫다는 어머니의 말씀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러자 어머니는 누나의 항변을 한마디 말씀으로 자르십니다. "아니야, 니들은 달랐다니까!" 그러나 끝내 질 수 없다는 듯 누나도 말합니다. "다르긴 뭘 달라요. 똑같았다니까!" 이렇게, 어머니와 누나 사이에서 "자식 자랑 릴레이"는 한동안 지속되었습니다.

어머니와 누나의 실랑이를 듣다보니 갑자기 의문이 하나 떠오릅니다. 과연 "정신없는 손녀들보다 당신 자식들이 훨씬 낫다"는 어머니의 입장과 "결코 다를 바 없다"는 누나의 입장 중 누구의 말이 맞는 걸까?

결론을 말씀드리면, 어머니의 입장도 맞고, 누나의 입장도 맞습니다. 왜냐하면 세상 모든 어머니들에게 있어서 당신 자녀는 이 세상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잘났고, 똑똑하고, 착하고,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엄마의 마음입니다. 그러니 ‘당신 자녀들이 비교 우위에 있다’는 어머니의 입장도 맞고, ‘당신 자녀들도 다를 바 없이 잘났다’는 누나의 입장도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끈끈한 유대로 이어진 모녀사이를 갈라놓을 듯, 한 치의 양보 없이 계속되는 엄마와 누나의 자식 자랑 릴레이를 들으며, 저는 속으로 그런 결론을 내려 봅니다. "엄마는 다 그렇다!"고 말입니다.
신앙을 갖고 있는 우리에게는 또 한분의 어머니가 계십니다. 교회의 어머니이시고, 모든 믿는 이들의 어머니이신 성모님입니다. 세상 모든 어머니들도 당신 자녀들에 대한 애틋한 정을 지니고 있을진대, 하늘 어머니께서야 말하면 무엇 하겠습니까? 하늘 어머니께서도 당연히 그렇습니다.

세상 그 누구보다 당신 자녀를 최고로 여기시는 성모님의 포근한 마음 안에 머무는 시간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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