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도시 장남평야가 멸종위기 보호종 금개구리의 서식지로 확인되면서 국립중앙수목원 등 중앙녹지공간에 대한 기본 틀의 변화가 임박했다.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의 부설연구소 ‘녹색사회연구소’가 수행한 ‘금개구리 현황조사 및 보전방안 연구용역’도 최종 연구보고서만을 남겨뒀다. 연구용역 책임자인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한봉호 교수를 만나 변경될 행복도시 중앙녹지공간 기본계획에 대해 들어봤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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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생태학을 전공하고 대학에서 가르치고 있다. 어떤 학문인가.
"한 마디로 생태학과 도시계획이 접합된 융합학문이다. 자연생태계를 조사·평가한 뒤 인간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과 보존할 공간을 구획한다. 또 인간이 이용하던 공간이라도 생태계를 배려한 공간을 어떻게 기획할 것인지 연구한다. 그동안 도시계획을 선행한 뒤 자연생태를 보존하려는 노력이 뒤따랐다. 당연히 갈등이 빚어질 수밖에 없었다. 생태계 조사와 평가를 먼저 시행한 뒤 보존할 공간과 인간이 이용할 공간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게 합리적이지 않겠나."
행복도시 장남평야도 도시계획 초기단계부터 생태조사를 정확히 했으면 문제가 없었을 것 아닌가.
"그렇다. 도시계획 초기단계부터 생태조사를 정확히 했으면 애초에 합리적인 기획이 나왔을 것이다. 사업 중간단계에서 금개구리가 출현하다보니 도시계획 다해놓고 에너지를 두 배 허비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사회경제적으로 비용낭비가 크다. 충남발전연구원에서 비오톱(biotope), 즉 도시생태 현황지도를 작성했는데 금개구리가 나온 것으로 조사되지 않았다. 조사에 한계가 있었다."
갈수록 자연친화적인 환경, 생태적 공간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도시계획 초기부터 이런 개념이 도입되는 추세인가.
"그렇다. 이를 위한 기본적인 작업이 비오톱 지도 작성이다. 사실 생태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땅이 어디 있겠나. 그렇더라도 도시계획을 하면서 덜 우수한 땅을 인간이 사용하면 되는 것이다. 현재 환경부가 자연환경보전법에 ‘비오톱 지도화’에 대한 규정을 반영하고, 실제 시행하는 지침을 만들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서울, 인천, 파주, 고양, 원주 등 많은 지자체들이 지도 작업을 하고 있다. 서울은 이미 지도를 작성해 도시계획에 사용하고 있다."
녹색사회연구소가 환경단체인 녹색연합 부설 연구소로 알고 있는데…
"LH에서는 환경영향평가 등 법적절차를 끝낸 상태다. 녹색연합이 먼저 금개구리 서식 사실을 밝혀내고 강하게 부실조사를 지적하니 LH가 자체조사를 했다. 실제 금개구리가 나왔다.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해졌다. 녹색연합 산하 연구기관이 녹색사회연구소다. 그런데 실제 연구원이 상주하는 게 아니어서 외부연구원에 맡겨야 한다. 그래서 내가 연구를 진행하게 된 것이다. 조사를 해서 보존도 하고 토지이용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자는 취지였다."
현재 확인된 금개구리 개체 수는.
"확인된 게 806개체다. 물론 조사할 때마다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최대 10% 늘어날 수 있다고 봐도 1000개체 정도일 것이다."
현재 물 공급 등 금개구리 서식환경에 문제는 없나.
"계절적으로는 관계가 없다. 겨울잠을 자고 4월쯤 깨면 산란기가 시작되는데 이 시기 물 공급이 관건이다. 또 올챙이에서 성체가 되는, 즉 변태과정에서 안정적인 물 공급이 필요하다."
곧 최종용역보고서가 나올 텐데 행복도시 중앙녹지공간의 기본 틀이 어떻게 바뀌나.
"금개구리 연구는 이제 시작단계라고 보면 된다. 그동안의 연구를 종합해본 결과, 금개구리가 동면하고 깨어나 산란하고 이동하는 거리가 한 개체 당 50m 정도다. 최대 1000개체의 행동반경을 그려보면 1㎢(100만㎡)가 도출된다. 그렇다면 대상지를 어디에 둘 것인가. 양서류이니 당연히 물과 가까워야 했다. 대상지가 금개구리만을 위한 대상지냐. 그것도 아니다. 조사해보니 철새인 큰 기러기도 날아오고 독수리도 있었다. 삵도 발견됐고 고라니도 상당수가 서식하고 있었다. 유혈목이(꽃뱀)나 맹꽁이, 청개구리, 참개구리, 황소개구리 등 다양한 양서류가 살고 있었다. 물론 생태교란종인 황소개구리는 포획해야 하지만, 이 생물군들이 안정적인 환경을 갖추려면 금강과 인접해야 하고 논도 보존돼야 했다. 2010년 람사르총회부터 ‘논 습지’라는 개념을 쓴다. 그래서 현 위치가 선정됐다. 물 공급위해 수로를 유지해야 한다는 전제조건도 달았다."
LH가 개발중간단계에서 계획의 기본 틀을 바꾼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대상지가 계획될 때는 주변 도시개발하면서 발생하는 토양을 버리는 사토장이었다. 그 흙을 가져다 붓고 어떻게 할 것인가. 녹지공간을 만들자는 거였다. 만일 토사가 다른 곳으로 반출되는 상황이 되면 환경영향평가 등 법적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성토할 대상지가 1㎢나 사라져야 하는데 LH가 환경단체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겠나. 그래서 대안을 찾게 됐다. 성토 대상지만큼 주변 녹지공간의 성토 높이를 높이자는 것이다."
결국 LH가 수용할 수 있는 대안이 제시됐다고 보면 이해가 빠르겠다. 원형보존이란 원칙에 대해 LH가 전향적으로 공감했다는 것도 높게 평가할만하다.
"그렇다. 대체서식지는 불가능하다고 처음부터 주장했다. 실제 성공사례도 거의 없다. 원형보존에 대한 대안이 만들어진 첫 사례가 아닌가싶다."
생명경시 풍조가 심각하다. 이번 금개구리 사태를 스토리텔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인간이 금개구리를 살리는 생명존중의 노력을 했고 행복도시 중앙녹지공간이 보다 친환경적인 공간으로 태어났다는 그런 스토리 말이다.
"공감한다. 금개구리 생태마을로서의 행복도시라면 더 살고 싶은 도시가 되지 않겠나. 환경단체에서 금개구리가 잘 사는지 모니터링도 하고 교육도 이뤄져야 한다. 금개구리를 살린 역사를 기록하고 주민참여형 공간이 만들어져야 한다."
글=이충건 기자 yibido@sjpost.co.kr
사진=김재중 기자 jjkim@sjpo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