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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천만 매카시즘 왜 지금 한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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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천만 매카시즘 왜 지금 한국에서?
  • 석길암(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
  • 승인 2013.11.30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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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경은 전체를 구성하는 하나하나가 서로 다를 수밖에 없으며, 각각 다른 그 하나하나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가르친다.

갈등 없는 사회? ‘다름’ 자체 배제하겠다는 발상
공동체 내부 갈등, 선택 위한 현재의 고민일 뿐
경험 등 ‘나쁜 집착’ 버려야 ‘다름’ 포용할 수 있어


최근의 대한민국 사회는 갈등이 없는 사회를 추구하는 듯하다. 갈등 없는 사회를 추구하는 대한민국. 그것은 국가를 구성하는 모두에 대하여 ‘나’ 혹은 ‘우리’와는 다른 어떤 생각이나 주장을 허용하지 않는다. ‘나’ 혹은 ‘우리’와 같은 생각, 같은 주장이어야만 ‘나’ 혹은 ‘우리’와 하나의 구성원이 될 수 있다는 생각, 나는 그것이 참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그것이 국가 단위에만 그치지 않고 사회 전체에 확산되어 기업이나 가족 혹은 개인 단위에까지 강요될 때 그것은 개인의 삶에도, 공동체의 삶에도 치명적인 위협으로 작용한다. ‘다르다’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르다’는 것이 배제되어야 할 어떤 것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1950년대 미국을 휩쓸었던 매카시즘은 자신과 다른 것을 허용하지 않고, 나아가 배제하기 위해 거짓말을 서슴지 않았다. 개개의 다양성과 그로부터 비롯되는 창발성이 전례 없이 강조되었던 2000년대 초반 10년을 지나자마자 우리 사회에 비슷한 양상이 나타난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공동체의 분위기가 개인의 삶에 절대적인 요소의 하나라는 것을 고려할 때 우려를 금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것이 단순히 갈등이 표면화되는 과정이고, 따라서 표면화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소통의 과정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극단적인 까닭이다.

어떤 공동체든 그 공동체 내부 구성원 간의 갈등은 필연적이다. 구성원 간 갈등이 없는 공동체는 존재하지도 않을뿐더러, 갈등이 존재하지 않는 공동체는 이미 그 생명력을 잃어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개인에게 있어서도 자기의 내적 갈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또한 어디엔가 멈추어 서있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내외의 갈등은 내외의 특정한 사태에 대한 다른 견해 혹은 선택지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 선택을 놓고서 고민하고 있다는 현재의 상태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것은 다른 의미로 말하면 기회이기도 한데, 그 기회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대부분의 개인 혹은 대부분의 공동체에 있어서 존속 혹은 파괴를 의미하는 극단적인 결과를 낳게 된다. 그래서 갈등은 늘 공동체에 있어서는 존속과 붕괴, 개인에게 있어서는 인생의 성공과 좌절을 가르는 갈림길로 다가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갈등의 성공적인 조정 혹은 해소는 개인에게나 공동체에게나 대단히 중요한 일이 된다. 때문에 공동체 내부에 만들어져 있는 대부분의 조직체계나 절차 혹은 정치체계 자체가 그 갈등을 성공적으로 조정하기 위한 장치로 기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그것은 공동체와 떨어져 살아갈 수 없는 개인의 삶에 있어서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대개 우리는 갈등을 대립으로만 받아들인다. ‘나’ 혹은 ‘우리’와 다르다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이기적인 사고체계를 본능적으로 발동시키기 때문이다. 불교에서는 그러한 이기적인 사고체계를 ‘아집(我執)’ 혹은 ‘법집(法執)’이라고 일컫는다. 내면적인 정서상의 집착을 아집이라 하고, 외부적인 이른바 객관적인 현상에 대해서 일으키는 집착을 법집이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어느 것이나 집착이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러한 집착들 중에 가장 나쁜 것이 바로 ‘경험’ ‘선입견’ ‘전통’ ‘상식’이라고 일컬어지는 것들이고, 갈등은 대부분 이것들이 서로 간에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할 때 발생한다. ‘경험’ ‘선입견’ ‘전통’ ‘상식’은 때로는 개인적 차원에서, 때로는 공동체적 차원에서 판단의 준거로 작동하고, 우리는 대개 그것을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인다.

흔히 작동하는 셈법 중의 하나가, 다수와 소수 간의 문제이다. 다수와 소수 간의 대립이 문제가 될 때는 그것이 갈등 혹은 대립으로 이야기된다. 하지만 질문을 조금만 바꾸어 ‘다수를 희생시킬 것인가 아니면 소수를 희생시킬 것인가’의 문제가 되면 대부분의 경우,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시키는 것이 적절하다고 쉽게 받아들여 버린다. 그 소수가 하나뿐인 경우라면 그 적절함은 더욱 쉽게 용인되어 버린다.

<화엄경>에는 ‘하나가 곧 전체이고 전체가 곧 하나이다[一卽多 多卽一]’ ‘하나 가운데 전체가 있고, 전체 가운데 하나가 있다[一中一切 多中一]’는 말이 있다. 전체를 구성하는 하나하나는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사람마다 다르고, 사람과 동물 간에 다르고, 동물마다 다르고, 생명체와 생명체가 아닌 것들이 또 다르고, 생명체 아닌 것들 역시 그 각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 각각의 다름을 <화엄경>은 ‘하나’라고 표현한다. 세상에 같은 것이라고는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같은 것이라고는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 고유한 ‘하나’이기에 그것들은 어느 것 ‘하나’도 귀하지 않은 것이 없게 된다. 어느 ‘하나’도 귀하지 않은 것이 없고, 그 ‘귀하고 소중하다’는 측면에서는 동일한 존엄성을 지니게 된다. 그 ‘단 하나’의 소중함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화엄경>의 가르침인 것이다.

그런데 전제주의 왕권 시대의 왕들은 그 하나를 왕 자신으로 해석하고, 전체를 백성으로 해석하곤 했다. 왕이 권력을 독점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사용했던 것이다. 근대 시대 일본의 제국주의 정치가들은 이 <화엄경>의 논리를 왕들과는 반대로 ‘전체’를 ‘국가’로 해석하여 ‘국가’를 위해 ‘하나’인 개인이 희생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로 사용했다. 어느 쪽이든 전체 혹은 왕으로 상징되는 동일성에 개개의 하나하나가 가지는 차이 혹은 다름을 매몰시켜서 없애버렸던 것이다. 거기에 개개의 다름은 전혀 허용될 여지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고, 그것이 그러한 체제들이 지난 역사 속의 과거가 되었던 이유의 하나일 것이다.

소통은 서로 간에 그 ‘다르다’는 것을 전제할 때만이 성립하는 행위다. 소통은 이미 전제되어 있는 ‘다름’을 같게 만드는 행위가 아니라, 그 ‘다름’을 인정하게 되어가는 절차적 행위다. 곧 소통의 끝에 ‘같음’ 혹은 ‘같아짐’이 결론으로 요구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이폰이 왜 성공했는가? 달랐기 때문이다. 삼성의 갤럭시 스마트폰이 왜 성공했는가? 혹자는 아이폰을 잘 모방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아이폰과 같으면서도 전혀 다른 무언가를 갤럭시가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성공했던 것이다. 아이폰이 전 세계에 동일한 생태계를 요구했던 것과는 달리 갤럭시는 전 세계의 각기 다른 하드웨어 환경, 소프트웨어 환경에 적응하는 각기 다른 갤럭시를 제공했기 때문에 성공했던 것이다. 그 각각의 성공에는 ‘다름’이 존재한다. 국가라는 공동체의 성공 혹은 개인의 성공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름’이 확연히 드러나서 주목받을 때 성공이라는 보상이 주어졌다는 것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 성공이라는 것의 기준도 마찬가지다. ‘나’의 성공이 다르고 ‘너’의 성공이 다르다. ‘나’의 출세가 다르고 ‘너’의 출세가 다르다. 한국전쟁의 잿더미에서 한강변에 줄줄이 늘어 선 아파트 단지라는 성공을 세워 올렸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말한다. "우리는 이렇게 성공했다. 그러니 너희도 이렇게 해야 성공한다."

경험이라는 아집이, 집단적 경험이라는 집착이 달라진 세대의 성공에도 훌륭하게 적용될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게다가 대부분의 경험은 자신의 기억에 의해서 조작된다. 더구나 집단의 경험은 더욱 그러하다. 성공의 경험이 성공의 조건은 아니다. 게다가 그 경험조차도 이미지화 되어 있다면 더욱 위험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알려지지 않은 내일을 향해 나아가는 자는 늘 경험된 ‘나’ 혹은 ‘우리’와 다른 것들에 대해 겸손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못해도 실패 혹은 붕괴의 가능성은 낮추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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