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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돕고 배려하는 공동체 정신 살아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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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돕고 배려하는 공동체 정신 살아있다면…
  • 권대익 기자
  • 승인 2013.11.26 2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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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사회주의면 어때?
제럴드 앨런 코헨 교수
제럴드 앨런 코헨 교수

"낡은 것은 죽어 가는데 새로운 것은 아직 태어나지 않을 때 위기는 깊어가고 병적 징후가 출현한다." ‘헤게모니’이론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공산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1891~1937)의 언명이 어느 때보다 가슴에 와 닿는 요즘이다.

지난 2008년의 세계적 금융 위기는 신자유주의에 파산 선고를 내렸다. 그런데도 자본주의 시장경제만이 살 길이요, 뼈를 깎는 구조 조정과 공공 지출 축소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밖에 없다는 기득권층의 일관된 주장이 먹혀드는 게 현실이다. 2011년 자본주의 탐욕에 항거하는 월스트리트 시위에서 출발해 미국 사회를 뒤엎을 것 같았던 ‘점령하라!’ 운동도 73일 만에 경찰에 의해 어이없이 무너졌다.

이 세상이 백 명이 놀러 온 캠핑장이라면
이 세상이 백 명이 놀러 온 캠핑장이라면
제럴드 앨런 코헨 지음 |
이숲 펴냄 | 1만원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인간이 서로 포식자가 되기를 강요하고 있다. 마치 ‘잘난 놈은 잘난 대로 살고, 못난 놈은 못난 대로 살면 되고,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대중가요 가사처럼. 사회의 공공성은 허물어졌고, 이제 각자 알아서 이 험악한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밖에 없게 됐다.

영국 옥스퍼드대 정치철학 교수였던 제럴드 앨런 코헨(1941~2009)은 죽기 전에 펴낸 마지막 책에서 이런 상황에 도전장을 던진다. ‘사회주의면 어때?(Why not socialism?, 책의 원제이기도 하다)’라고. 코헨은 캠핑장에 간 사람들의 사회 활동을 통해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체제를 비교한 뒤 사회주의가 명백히 더 좋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사회주의의 기본 원리를 평등과 공동체 정신으로 보고, 사회주의가 인간 본성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을 캠핑의 예를 들어 배격한다. 사람들은 캠핑할 때 협동을 통해 평등과 상호 배려라는 공동체 정신을 발휘하기에 사회주의가 지향하는 이상적인 사회의 인간관계의 본보기를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란다. 즉 캠핑에서는 자본주의 시장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 핵심이다.

문제는 사회주의가 인간 본성에 들어맞는지가 아니라 캠핑에서 실현되는 사회주의적 원리를 사회 전반으로 확장해 구현하는 데 있다. 안타깝게도 서로 관대하고 협동적인 캠핑의 원리는 제한된 시간에 각별히 친한 사람끼리 있을 때만 실현될 수 있는 데다 우리는 전 사회적으로 캠핑 원리가 작동되도록 하는 사회적 기술을 아직 모르고 있다고 그는 지적한다. 덧붙여 사회주의에 저항하는 정치 이데올로기의 힘이 막강해 사회주의가 실현될 수 없다는 열패감도 고백한다.

그렇지만 저자는 탐욕과 공포가 작동 원리인 시장이 인간을 지배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이 더러운 시대의 요설에 속아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인류 역사에서 포식 시대를 끝내려면 사회주의의 기본 원리를 절대 포기하지 말자는 것이다. 저자에게 사회주의는 돈에 찌들고 병든 세상을 치유할 윤리이기 때문이다. 그 치유법도 복잡하거나 어려운 것이 아니라 서로 돕고 배려하며 사는 삶이 ‘좋은 삶’이라는, 아주 단순한 사실을 정직하게 인정하는 데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지난 대선 때 후보들이 내세웠던 ‘경제 민주화’가 시나브로 논의의 뒷전으로 밀려났다. 경제 민주화란 경쟁과 효율성이란 이름으로 양극화를 조장하고 정당화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어떻게든 통제해 사회와 경제의 공공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이 아니었던가? 그렇다면 이 책의 저자가 유언처럼 들려주는 얘기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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