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댓글
변상섭, 그림속을 거닐다
세종시교육청 공동캠페인
명곡 감상 기회 포기하는 건 아닌지…
상태바
명곡 감상 기회 포기하는 건 아닌지…
  • 세종포스트
  • 승인 2013.11.26 21: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클래식여행 | 여성음악가

女작곡가 시대별 1~2명만 기억
중세 작자 미상 작품 기록조차 없어
페미니즘 넘어 재평가 이뤄져야


영화 '나넬 모차르트'는 천재 모차르트의 누나로서, 그 시대의 여성으로서 그리고 음악가로서 나넬의 삶을 그렸다.
영화 '나넬 모차르트'는 천재 모차르트의 누나로서, 그 시대의 여성으로서 그리고 음악가로서 나넬의 삶을 그렸다.

몇 년 전에 모차르트의 누나, 마리안나 모차르트(Maria Anna Mozart 1751~1829)의 삶을 조명한 영화 <나넬 모차르트>가 개봉했었다. 영화는 천재 모차르트의 누나로서, 그 시대의 여성으로서 그리고 음악가로서 나넬의 삶을 그렸다. 특히 나넬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음악가의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시대의 굴레는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오늘날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있는 남녀의 성별은 3대7 정도다. 시대가 얼마나 변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뿐 아니라, 지금 음악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 음악가의 역량과 역할은 여성의 시대라는 말을 실감하게 한다.

음악의 역사 속에는 수많은 음악가가 존재했다. 그러나 우리의 기억 속에, 문헌에 기록된 음악가는 대개 남성 음악가들이지 여성 음악가들은 극히 드물다. 하물며 ‘여성 음악가가 있었어?’라고 반문할 정도로 여성음악가의 존재감은 거의 없다.

사실, 클래식 음악의 역사 속에서 여성 작곡가는 중세 시대의 힐데가르드 폰 빙엔(Hildegard von Bingen 1098-1179), 르네상스 시대의 마달레나 카줄라나(Maddalena Casulana 1540년경~1590년경), 바로크 시대의 바르바라 스트로치(Barbara Strozzi, 1619~1677), 고전주의 시대의 마리안나 모차르트(Maria Anna Mozart, 1751~1829), 낭만주의 시대의 파니 멘델스존(Fanny Mendelssohn, 1805~1847)과 클라라 비크(Clara Josephine Wieck, 1819~1896), 말알마 마리아(Alma Maria, 1879~1964) 정도가 기록되어 있다. 마치 한 시대에 한두 명의 여성 작곡가만이 존재하는 것 같다.

그러나 중세의 작자 미상의 작품 중에 얼마나 많은 여성 작곡가가 있었는지, 그리고 나넬 모차르트가 사회적 금기를 넘지 못하고 음악가의 삶을 포기하며 불 속에 던진 악보처럼, 얼마나 많은 여성 작곡가나 연주자들이 자신의 꿈을 포기하거나 기록되지 않았는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그나마 클라라 슈만이나 파니 멘델스존은 대중적으로 알려진 여성 음악가들이다. 그러나 그녀들 역시 남성 작곡가들의 영감의 대상으로서, 연인으로서, 그리고 아내로서, 작곡가의 신화를 만드는 조연일 뿐, 음악가의 삶이나 작품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이름이나마 역사 속에 남아있지 않느냐고 반문할지 모르겠지만, 기록조차 없는 여성음악가들과 마찬가지로 평가는 별반 차이가 없다.

혹자는 이러한 현상이 음악을 연구하고 기록하는 학자가 ‘남성’이었기 때문에 여성 음악가들에 대한 기록을 소홀히 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남성 중심 사고의 음악계에서 여성 음악가들에 대한 저평가는 당연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정하지 못한 평가는 페미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운동에 힘입어 잊힌 여성음악가나 작품에 대한 새로운 기록을 발굴하는 연구로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음악 작품에서 묘사되는 여성, 예를 들어 오페라에서 그려지는 여성의 역할 등에 대한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클래식 공연문화를 돌아보면, 연주회에서 여성 작곡가들의 작품을 들을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여하튼 과거에는 사회적 억압 때문에 여성 작곡가가 조명을 받지 못했지만, 이 시대 역시 어떤 이유에서든 잊히는 건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필자의 글이 마치 여성작곡가들의 작품을 발굴하고 연주할 것을 주장하는 것처럼 들릴지 모르겠다. 혹은 여성음악가를 대변하기 위해서? 아니면 필자가 페미니스트이기 때문에? 부분적으로 맞지만 전부는 아니다. 필자의 의도는, 다만 우리의 무관심으로 여성 작곡가들의 명곡을 감상할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오늘날 클래식 음악회는 과거 지향의 음악 작품이 중심에 있다. 그렇다고 클래식 음악회에서 고대 유물을 전시하는 것 같은 생명력 없는 박물관이 연상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클래식 음악문화는 현대문명과 과거의 음악 간의 교감뿐만 아니라, 잊힌 작곡가나 작품을 발굴하고, 그 유물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새로운 공연문화로 재탄생되기 때문이다.

Tag
#NULL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