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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한 등 끄기’ 캠페인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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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한 등 끄기’ 캠페인 다시?
  • 송영웅(한국일보 미디어전략국)
  • 승인 2016.07.13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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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 | 원전 동결과 전기료 인상의 딜레마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각 학교에선 정부 시책에 맞춰 ‘한 등 끄기’ 전기 절약 운동을 벌였다. 당시 전기 아끼기는 국가 에너지 절약의 핵심이었고, 심지어는 애국을 실천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리고 30여년이 흐른 2000년대 들어서면서 전기는 우리 주변에서 가장 값싸고 부담 없는 에너지원이 됐다. 폭등하는 석유를 대체할 가장 저렴하고 손쉬운 대체 에너지로 인식되면서, 우리 주변에선 석유난로나 연탄난로를 전기난로나 전기장판으로 바꾸는 사람들이 많았다. ‘전기를 물처럼 쓴다’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실제 우리나라의 전기 요금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매우 낮다. 2011년 기준으로 ㎾h당 국내 전기료는 가정용 0.089달러, 산업용 0.058달러로 미국(가정용 0.118달러, 산업용 0.070달러) 일본(가정용 0.261달러, 산업용 0.179달러) 독일(가정용 0.352달러, 0.157달러)은 말할 것도 없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가정용 0.174달러, 산업용 0.279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처럼 값싸게 전기를 쓸 수 있었던 것은 원자력발전소의 덕이 컸다.

우리나라는 1978년 4월 29일 국내 최초의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원전 1호기의 상업가동을 시작으로 1986년까지 8년 동안 고리 원전 4호기까지 4곳의 원전을 잇달아 지어 가동에 들어갔다.

원자력발전소는 초기 건설비용은 많이 들지만 가동 및 유지비용은 유연탄발전소나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에 비해 매우 적게 든다. 실제로 원자력 발전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량이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과 비슷하게 적지만 전기 생산원가는 ㎾h 당 39.20원으로 석유(225.90원)나 LNG(187.00원) 발전소보다 훨씬 낮다.

다만 지난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봤듯 원자력발전소는 불의의 사고가 발생하면 엄청난 재앙을 불러 올 수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정부가 그간 물가인상을 억제하기 위해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한 것도 값싼 전기료에 한 몫을 했다. 현재 한전이 각 가정과 산업체에 공급하는 전기 요금은 생산원가에 크게 못 미친다. 2012년 기준 우리나라의 전기료 원가보상율은 가정용이 84.7%, 산업용은 92.4% 수준이다. 다시 말해 한전이 100원을 들여 만든 전기를 가정은 85원에, 기업은 92원에 쓰는 셈이다.

박근혜 정부가 이런 저가 전기요금 정책을 35년 만에 전면 수정하기로 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35년까지의 중장기 에너지 정책을 담은 정부의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 골자는 원자력발전소를 현행 수준에서 동결하겠다는 것.

대신 화력발전소, LNG발전소 같은 화석연료 발전소와 태양광·풍력·수력·조력발전소 같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를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런 화석연료나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들은 생산 원가가 원전에 비해 크게 높아 결국은 전기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지난 20여년 간 ‘전기는 값싼 에너지’라는 인식만 있었을 뿐, 전기가 화석 연료나 원자력을 통해 생산된 2차 산물이라는 점은 의식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우리도 ‘값싼 전력을 쓰기 위해 아이들의 위험을 감수해야할지’ 아니면 ‘다소 불편하고 부담되더라도 미래의 안전을 택할지’를 선택해야 할 때가 됐다.

일단 정부는 후자를 택했다. 이제 그 부담은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안전과 미래를 선택한 이상 우리는 1970년대로 되돌아가 다시 ‘한 등 끄기’ 캠페인을 벌어야 할지 모른다. 그것이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면 충분히 받아들일만한 가치가 있고, 또한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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