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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없이 창조경제도 없다
  • 강수돌(고려대 경영학부 교수)
  • 승인 2013.10.11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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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 | 전교조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
지난 9월 26일 민주주의 말살, 전교조 탄압 저지 수도권 교사 총력투쟁 선포식 모습. 전교조
지난 9월 26일 민주주의 말살, 전교조 탄압 저지 수도권 교사 총력투쟁 선포식 모습. 전교조

"해직교사의 노조 가입을 허용한 규약을 10월 23일까지 고치지 않으면 교원노조법에 따라 전교조의 법적 지위를 박탈하겠다." 박근혜 정부와 노동부가 가진 입장이다.

IMF 경제위기 이후 정리해고법, 파견법과 맞바꾸다시피 하여 통과된 전교조 합법화 법률이 바로 교원노조법이다. 이 법에 따르면 교원은 특수한 근로자로서 일반적인 노동3권, 즉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에 일정한 제약을 받도록 되어 있다. 이 맥락에서 해직 교사는 조합 가입이 안 된다. 그러나 전교조 자체 규약에는 해직 교사도 조합원 가입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바로 이 부분이 최근 쟁점으로 부각되어 있고 정부와 노동부, 보수 언론과 정치인들은 이참에 전교조의 법적 지위를 박탈하려 한다. 한편, 전교조 등 노동단체나 시민사회 진영은 전교조 구하기 100만인 서명 대회에 돌입하고 비상시국 타파를 위한 직접 행동에 들어갔다.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

가장 먼저 생각해볼 일은, 대한민국 모든 법의 기초인 헌법은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헌법 21조는 모든 국민에게 결사의 자유를 보장한다. 또, 헌법 33조는 노동3권을 보장한다. 물론 교원에 관해서는 별도의 법률(교원노조법)로 규정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법의 논리에서는 상위법이 하위법에 우선한다. 결사의 자유를 해치는 하위법은 잘못되었다는 말이다. 게다가 1999년에 전교조 합법화를 해놓고 그 후로도 15년이 가까운 지금에 와서야 ‘딴지’를 거는 것은 무슨 근거인가? 이미 설립된 노조를 취소할 권한이 국가에 있는가?

많은 이들은 이에 대해 정권의 정당성 위기를 돌파하려는 역공세의 일환이라 해석한다. 즉, 현재의 전교조 탄압은 국정원 선거 개입에 따른 부정선거라는 여론, 이와 맞물린 이석기 내란 음모 사건의 파장, 검찰총장 몰아내기, 대선 복지 공약이나 경제민주화 공약 후퇴와 지지율 추락 등 일련의 사건들과 연계해 나온 것이라는 시각이다. ‘100년지대계’인 교육을 책임지는 교원들에 대해 5년짜리 정권 수호 차원의 탄압을 자행한다면 결국 자충수가 될 것이다.

다음으로, 다른 나라의 사례는 어떠한가 하는 점이다. 교원이 자주적으로 구성한 노동조합에는 과연 현직 교사만 가입 자격이 있는가? 대한민국이 그렇게도 추종하고자 한 일본이나 미국은 물론, 유럽의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어느 나라에도 교원노조에 해고자의 가입을 불허하는 사례는 없다.

특히 전교조는 기업별 노조가 아니라 산별 노조의 일종이다. 교섭 상대는 전국 차원의 교육 당국이다. 물론 시도별로 교섭이 따로 이뤄지긴 하지만 특정 학교 조직에 소속된 조합원들만의 조직이 아니다. 기업별 노조의 경우에는 해고자 또는 실직자는 조합원 효력을 다툴 수 있다. 하지만 산별 노조의 경우엔 해고자, 실직자, 예비 교사, 대학생 등 누구나 조합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이것이 선진 사례들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점이다.

게다가 국내 판례에서도 ‘조합원의 자격 규정은 조합 스스로 알아서 할 일’이라고 한 바 있다. 일례로, 2005년에 사회복지사 230여명이 금속노조에 가입한 뒤 사용자 측인 복지재단에 교섭을 요청하자 사용자 측은 소송을 걸었다. 금속노조와 무관한 복지사들을 금속노조 조합원으로 가입시킨 것은 위법이란 것이었다. 이에 대해 서울남부지법은 "산업화의 진전에 따라 업종이 다양화, 복합화됨에 따라 각 산별노조 사이에서도 조직대상이 중첩될 수 있다"며 "조합원 가입 허용 여부는 조합이 자체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 판시했다. 금속 노조 규약에는 금속 산업 노동자만이 아니라 해고자나 실업자, 기타 가입을 희망할 경우 중앙위에서 승인된 자 등이 모두 조합원이 될 수 있다고 정해져 있다. 복지사도 금속노조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 국제노동기구(ILO) 등 세계적 차원에서도 오히려 교원 노조 조합원 자격을 제한하는 법률을 개정하라고 촉구함과 동시에 전교조 탄압 항의 서한을 정부 측에 보냈다. 이어 10월 7일부터 세계교원단체총연맹, 국제노동조합총연맹, 국제공공노련 등 3개 국제 조직이 한국 정부의 전교조 탄압에 항의하며 사상 처음으로 긴급 행동에 나섰다. 세계교원단체총연맹은 3천만명의 세계 교육자를 대표하며 172개국 401개 교원단체가 가입되어 있다. 이들은 정부와 청와대에 항의메일과 팩스를 보내고 자신들의 사이트에도 한국 정부의 전교조 탄압상을 널리 알릴 것이라 했다.

부끄러운 일이다. 지금도 10대 청소년 누군가는 시험 성적 때문에, 진로 고민 때문에 자살을 고민하고 있는지 모른다. 해마다 10대 청소년 250~300명이 자살하는 것이 한국의 교육 현실이다. 사교육비가 공식적으로 20조원이 넘는 반면, 공교육 시스템과 학교 교실은 무너지고 있다. 아이들은 학원과 학교 중에서 학원 수업에 더 충실한 쪽으로 변했다. 주체적이고 정직한 역사관을 심어야 할 역사 교과서는 (일본 우익에 의한 역사 교과서 왜곡보다 더 심하게) 보수 정치권에 의해 왜곡되고 있으며, 돈과 권력에 중독된 자들은 무엇이 왜곡이고 무엇이 진실인지조차 구분을 못하는 상황에 와 있다.

1989년 5월, 전교조 깃발을 들고서 참된 교육 민주화를 열망하던 선생님들이 부른 노래는 이렇게 시작한다. "굴종의 삶을 떨쳐 반교육의 벽 부수고 침묵의 교단을 딛고서 참교육 외치니…" 그렇게 일어선 선생님들은 당시 노태우 정권의 탄압을 받아 무려 1500명이 해직을 당했다. 그 힘든 와중에도 선생님들은 서로를 껴안고 상부상조하며 고통의 시절을 견뎠다. 그리고 또다시 참교육의 깃발을 걸고 전진한다. ‘배움의 공동체’를 주창한 일본 동경대의 사토 마나부 교수의 말처럼, "교육은 상품 서비스가 아니라 아이들에 대한 어른들의 공동 책임"이란 의식을 가진 조직이 참교육을 외치는 전교조다.

경쟁과 독선이 판치는 척박한 한반도에서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그리고 온 사회의 미래를 위해 참교육을 실현하려는 이런 선생님들께 우리는 고마워해야 한다. 더욱 용기를 내고 더욱 단결하도록 격려해야 한다. 설사 그들과 함께 투쟁의 깃발을 들진 못하더라도 마음으로 지지해야 한다. 그러지도 못한다면 그냥 입을 닫고 가만히 있기라도 하면 좋겠다. 괜스레 문제가 성립되지도 않는 문제를 제기해놓고, 온갖 사회적 분란을 조장하여 사회적, 경제적, 정신적 비용을 유발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닫힌 교문과 교실을 활짝 열어젖히고 아이들과 함께 행복하게 웃으면서도 아이들이 주체적이고 공동체적인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도우려는 선생님들, 이들의 조직이 전교조가 아닌가. 내가 아는 한, 전교조 선생님들은 아이들과 역사 앞에 떳떳한 사람이 되려고 몸부림치는 분들이다. 이런 선생님들이 모인 조직을 ‘째째하게’ 규약 조항 하나에 딴지를 걸어 존재 자체를 부정하려는 음모를 꾸미는 자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과연 저들도 생각이 있는 인간일까? 생각 없이 민주주의 없고, 민주주의 없이 창조 경제 없다는 사실을 저들은 알기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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