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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먼 ‘명품 세종교육’ 어찌 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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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먼 ‘명품 세종교육’ 어찌 할꼬
  • 이충건
  • 승인 2013.08.30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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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균 초대 세종교육감 별세 | 그는 누구인가

교육청 출범 14개월 만에 최대 위기


신정균 교육감의 급작스런 비보에 세종교육계가 비탄에 빠졌다. 지난 2010년 대장암 수술을 받고 완쾌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충격은 더 컸다. 3년 이상 종합건강검진을 거르지 않았고, 이 기간 동안 이상 징후가 발견되지도 않았다. 지난 2월 서울A병원 검사 결과에서도 이상소견이 없었다.

과로가 사망 원인(?), 부교육감 권한대행

그의 건강악화는 지난 7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주관한 북유럽 선진교육기관 방문에서 비롯됐다. 현지에서 물조차 마시기 어려운 상태에 빠졌다는 것. 그는 귀국 후 잠시 대전 B병원에 입원했다가 병가를 내고 자택에서 휴식을 취해왔다. 주요 교육현안에 대해서는 일일이 보고도 받았다. 그러다 급격히 병세가 악화되자 교육청에 사퇴의사를 표명했다. 교육청은 지난 8월 26일 전우홍 부교육감 주재로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향후 대책 등을 논의했다.

사망 원인은 과로가 누적된 데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신 교육감은 세종시 첫마을 학교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1년간 불철주야로 뛰었다. 황무지나 다름없는 척박한 환경에서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그야말로 ‘악전고투’. 그의 한 측근은 "고통을 이기기 위해 수면제를 복용하고 자다 깨다를 반복하면서도 내년 신설학교 추진현황 등 주요 현안을 챙겼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미완의 세종교육’을 걱정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상선약수(上善若水). 그가 인생의 좌우명으로 삼았던 물의 교훈처럼 죽음에 대처하는 마지막 순간은 의연했다. 링거도, 생명연장을 위한 조치도 마다했다. 흐르다 장애물을 만나면 이를 극복할 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유유자적하는 물의 가르침을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세종시교육청은 신 교육감의 유고에 따라 내년 6월 지방선거를 통해 제2대 교육감이 취임하기 전까지 전우홍 부교육감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42년 교직인생, 세종시와 질긴 인연

고(故) 신정균 교육감은 ‘세종시 토박이’다. 1949년 충남 연기군 남면 송담리에서 4남2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그는 <세종포스트>와의 생전 인터뷰에서 "온 가족이 생존을 위한 극한투쟁을 벌일 때 태어났고 초등학교 때부터 닥치는 대로 일했다"고 회고했다.

공부는 틈나는 대로 했는데도 상을 휩쓸 정도로 우등생이었다. 그의 부친은 중학교 선발고사에 합격한 장남의 진학을 포기시키고 그를 선택했다. 그는 학비 걱정을 덜기 위해 공주영명고에 입학했다. 3년간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를 다녔고 졸업과 동시에 직업군인의 길을 걸으려고 했다. 그 때 담임교사가 대학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공주교대 입학원서를 건넸다. 그는 시험에 응시했고 합격했다.

대학 졸업 후 초등학교 평교사로 시작해 42년간 교직생활을 했다. 이 가운데 30년 이상을 연기교육청에서 장학사와 교육장으로 근무했다. 특히 연기교육장 재직 시 폐교위기에 놓인 쌍류초와 연서중을 정상화시켜 충남 교육행정의 벤치마킹 우수사례가 되기도 했다.

연기군에서 수많은 제자를 배출하고 지역 정서에 누구보다 밝았던 덕분에 자연스럽게 세종시 초대교육감 물망에 올랐다. 그리고 이는 지난해 국회의원 선거와 함께 치러진 4·11총선에서 승리로 이어진 원동력이 됐다. 2011년 서울시교육감 선거처럼 보수성향의 후보가 4명이나 나와 단일후보로 나선 진보성향의 후보가 당선될 것이란 예측이 빗나간 결과였다. 최근 각 언론들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부동의 1위를 지켜왔다.

세종교육 초석을 놓다

고(故) 신 교육감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황무지나 다름없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 세종교육의 초석을 잘 쌓았다는 이유에서다.

정부의 잘못된 수요예측으로 빚어진 첫마을 학교대란. 그 뒷수습은 온전히 세종시교육청에게 돌아갔다. 비난세례가 갓 출범한 시교육청과 신 교육감에게 쏠리자 마음고생도 심했다고 한다. 시교육청의 악전고투 끝에 첫마을 학교들은 점차 안정을 찾아갔다. 행복도시건설청과 협의를 거쳐 학교 신설 및 학급증설도 이뤄냈다.

동심동덕(同心同德). 같은 목표를 위해 다 같이 힘쓴다는 뜻이다. 세종시교육청은 유례없는 단층제 광역교육청으로 출범한 탓에 연수기관이나 특화된 직속기관이 없다. 행정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같은 목표를 가진 기관들과 수평적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대전 및 충남·북교육청, 공주대, 한국교원대, 고려대, 국립중앙과학관, 한국교육학술정보원 등 다양한 교육기관과 협약을 통해 교원연수체제를 구축했다. 세종시와는 중학교까지 전면 무상급식을 실현시켰다.

지난 3월 개교한 세종국제고에 이어 과학예술영재학교, 세종예술고 설립 등이 가시화되고 있다. 세종하이텍고(옛 부강공고)는 특성화고 지정을 통한 육성 대책을 추진 중이다. 일반계고 중점 육성대책 등도 로드맵을 세워놓은 상태다.

신 교육감은 지난해 7월 취임하면서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내리사랑, 자식이 부모를 공경하는 올리사랑, 동급생끼리 나눔과 배려가 조화를 이루도록 하겠다"며 인성교육을 유달리 강조했다. ‘올리사랑 운동’은 그의 교육철학이 짙게 배인 유작이다.

신 교육감의 유고사태로 출범 14개월 만에 최대 위기를 맞은 세종시교육청. 갈 길 먼 ‘명품 세종교육’을 향한 전 부교육감 권한대행 체제의 여정을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충건 기자 yibido@sk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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