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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우면 빈산에 달을 두고 홀로 걸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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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우면 빈산에 달을 두고 홀로 걸으라
  • 박석신(목원대 외래교수)
  • 승인 2013.08.12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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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여정 저 뒤안길에 두 분의 은인이 계십니다.

초등학교 시절 낙서하기를 너무 좋아하던 어린 마음이 국어공책 산수공책 앞뒤 장을 빼곡하게 낙서로 채워 놓으면 영락없이 선생님이 다가오셔서 불호령과 함께 꿀밤이 머리통에 쏟아집니다. 잘 알지 못하는 사정으로 전학 간 시골학교에서도 낙서하는 나쁜 버릇은 고쳐지지 않았고 다만 불호령과 꿀밤 주시던 선생님이 아닌 ‘너 그림 그리기를 참 좋아하는구나!’ 하시며 하얀 도화지를 국어 공책위에 올려 놓아주시고 꿀밤대신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던 선생님이 계십니다.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도 화가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포기 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생깁니다. 어찌 보면 젊은 화가는 포기하지 않으려고 개인 전람회를 용감하게 준비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지방에서 올라온 새내기 젊은 작가가 인사동 골목 조그만 화랑에 잔뜩 주눅이 들어 앉아 있습니다. 서울깍쟁이 관객들이 잰걸음으로 그림들을 훑고 나가버리면 속이 상하고 가슴이 먹먹해 지기까지 합니다. 전시 마지막 날 한 노신사가 오셔서 아주 오랫동안 한 그림 앞에 서 계시다 그림을 살수 없겠느냐고 물으십니다. 그날 가슴 뛰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지방의 어린 작가그림을 사겠다니! 그림을 사 가신 뒤로 몇 통의 편지를 통해 유명대학의 불문과 교수이시며 시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당신의 서재에 걸려있는 내 그림을 보시며 몇 편의 시를 지으셨노라고 편지까지 보내셨습니다.

두 분이 주신 칭찬과 희망은 예술가의 길을 걷게 했고, 포기하지 않게 용기와 희망을 주셨습니다.

‘그리우면 빈산에 달을 두고 홀로 걸으라.’

지금은 돌아가셔서 다시 뵐 수 없지만 시구절속에 담아 남겨주신 그 뜻대로 먼 길 포기하지 않고 걸어가겠습니다. / 박석신 목원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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