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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세기엔 동양이 서양 앞지를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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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세기엔 동양이 서양 앞지를 차례?
  • 안계환(독서경영연구원장)
  • 승인 2013.07.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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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서양이 지배하는가’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 이언 모리스 지음 | 글항아리 펴냄 | 4만2000원

우리 주변에 있는 상당수의 것들이 서양에서 전래됐다. 서양식 교실에서 배우고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의 몸값이 높다. 서양식 정치체제를 갖추고 있고 서양식 복장을 하고 산다. 그런데 왜 이러한 서양문명의 지배아래 살게 됐을까?

서양의 지배에 대한 의문에 나름의 답변을 해온 두 가지 이론이 있다. 이른바 ‘장기고착(long-term lock-in)’ 이론과 ‘단기우연(short-term accident)’ 이론이라고 부르는 가설이다.

장기고착 이론은 태곳적부터 인종이나 문화와 같은 요인이 동양과 서양 사이에 크고 변경 불가능한 차이를 만들어 냈다는 이론이다. 단기우연 이론은 이에 대한 반발과 최근 동아시아 국가들의 발전상에 대한 관찰에서 나온 이론이다. 서양이 근세의 문명 우위에 섰던 것은 시대적 상황을 적절하게 대처했기 때문이고, 산업혁명에 성공함으로써 세계에 그들의 사상을 전파할 수 있었다. 각각의 주장 나름대로 뛰어난 가설과 논리적 근거를 가지고 말하고 있기에 상당히 흥미롭다.

그런데 이런 주장의 이면에는 서양이 역사적으로 우월했다는 기본 전제가 깔려있다. 전 지구적으로 봤을 때 서양의 역사는 인도와 메소포타미아에서 출발해 지중해로, 그리고 신대륙 아메리카까지 퍼져 있다. 그에 비해 동양이라 부를 수 있는 역사의 영역은 동아시아 3국과 일부 동남아시아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기에 규모면에서 차이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에서는 최근의 지리적 영역에 국한하지 않고 역사적 객관성을 추구하면서 동양과 서양을 비교하고 있다.

동양과 서양은 여러 가지 환경적 영향으로 번갈아가며 우위에 있었다. 특히 동양은 서기 550년부터 1775년까지 천년 넘게 서양보다 사회발전 수준이 높았다. 산업혁명이 동양이 아닌 서양에서 일어나게 된 것은 역사의 흐름상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단기이론처럼 우발적인 사건의 결과 서양이 운 좋게 패권을 누리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따라서 오늘날 서양의 지배를 논증하기 위해서는 역사를 전체적으로 조망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단지 지난 몇 백년간만을 살펴봐서는 설득력 있는 이론을 정립할 수 없으며, 장구한 역사 속 패턴과 문명의 법칙을 파악할 때에야 동양과 서양의 흥망성쇠를 통합적으로 고찰할 수 있고 미래도 예측 가능하다는 것이다.

역사의 패턴과 문명의 법칙을 밝히기 위해 저자는 세 가지 도구를 활용한다. 생물학, 사회학 그리고 지리학이다. 저명한 고고학자이자 역사가인 저자는 직접 고안해 낸 ‘사회발전지수’에 따라 동양과 서양의 문명사를 재구성했다. 저자에 따르면 생물학과 사회학이 모든 문명의 보편적인 사회발전에 대해 알려주는 반면, 왜 특정 사회가 다른 사회보다 앞서는지를 설명해주는 것은 지리학이다. 동양과 서양이라는 구분도 지리적 관점에서 나온 것이며, 모든 사회는 지리적 조건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각종 통계적 지식과 고고학적 결과물로부터 저자가 도출해 낸 사회발전 지수는 문명발전 수준을 수치로 표현한 것이다. 사회발전지수를 산출하기 위해 선별된 네 가지 항목은 ‘에너지 획득’ ‘조직화/도시성’ ‘전쟁 수행 능력’ ‘정보기술’이다. 문명의 발달에 따라 에너지의 획득은 어떻게 했는지, 도시화의 정도는 어떠했는지를 수치로 분석했고 역사 변혁의 가장 큰 원동력인 전쟁수행능력도 이 수치에 포함시켰다.

사회발전 수준이 변화하면 사회발전이 요구하는 자원도 변하게 마련이다. 그러면 한때 중요하지 않았던 지역들이 자신의 미진했던 부분에서 오히려 유리한 요소를 찾아낼 수 있다. 로마제국의 변방에서 발전하던 이슬람 제국이 유럽사회가 중세의 암흑기에 있던 동안 전쟁역량을 키우고 문화적 수준을 높였다. 신대륙의 발견으로 앞서있던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밀려 약한 세력이던 영국과 네덜란드의 상인들은 후발주자의 이점을 살려 금융과 무역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

1431년 명나라 영락제가 보낸 정화가 태평양을 건너 신대륙을 발견했다면? 하지만 그 결과는 1521년 코르테스가 아즈텍 문명을 침략하는 결과가 되었다. 소국으로 나뉘어 있었던 유럽 대륙의 문명세력들은 그들 내부의 경쟁에 의해 외부에서 자원을 가져와야 했고, 중국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6세기 중국이 사회발전 지수에서 서양을 앞설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지리적 이유 때문이라는 것으로 결론을 맺고 있다.

결국 저자가 서양의 지배에 대해 결론으로 내세우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물리적 지리’다. 앞으로 다가올 22세기에 사회발전 지수는 동양이 서양을 앞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지리적 관점에 따라 결과가 정해져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상황을 제대로 분석하고 이를 활용할 때만이 가능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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