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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거양득’ 문학을 음악으로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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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거양득’ 문학을 음악으로 읽다
  • 한동운(목원대 외래교수)
  • 승인 2013.07.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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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여행 | (7)낭만주의

슈베르트·말러 등 시를 가곡의 노랫말로
소설은 오페라 소재, 교향시 등 새 장르 출현
풍부한 감정 표현, 난해한 기교적 작품 많아
신흥 부르주아·중산층 음악문화 변화 이끌어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클래식 작곡가들과 그들의 작품, 그리고 클래식 음악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 취향을 고려한 음악은 낭만주의 클래식 음악이 아닐까 싶다. 클래식 음악의 역사에서 낭만주의 음악은 19세기 초에서 20세기 초까지, 대략 100여 년 동안 유행했던 양식을 일컫는다.

이 시기에 활동하던 작곡가들은 슈베르트, 슈만, 쇼팽, 멘델스존, 볼프, 리스트, 바그너, 브람스, 브루크너, 말러, 베를리오즈, 구노, 비제, 생상스, 포레, 그리그, 드보르자크, 사라사테, 베르디, 벨리니, 차이콥스키, 무소르그스키, 림스키-코르사코프 등 비교적 친숙한 인물들이 많다.

슈베르트의 초상. 메종 드 하이델베르그.
슈베르트의 초상. 메종 드 하이델베르그.

19세기 낭만주의는 이전의 양식과는 달리 당대의 문학가들에 의해 정의되고 사용하던 용어였다. 다시 말해, 칼럼을 통해 알아보았던 중세·르네상스·바로크·고전주의 클래식 음악 양식은 이후의 학자들이 이전 시대를 평가해서 각각의 특징에 맞게 이름을 붙인 것이지만, 독특하게도 낭만주의는 19세기 당대에 붙여진 이름이다.

낭만주의(Romanticism)는 18세기 중엽, 독일 문학에서 시작하여 유럽 전역에서 유행했던 문예 사조이다. 이시기를 대표하는 문학가들로는 슐레겔 형제, 노발리스, 봐켄로더, 티크, 브렌타노, 아르님, 그림 형제, 후케, 샤미소, 아이헨도르프, 호프만, 뮐러, 뤼게르트 등이 있다. 독자들에게 다소 생소할지 모르겠지만, 이들의 작품은 낭만주의 작곡가들의 가곡으로 재탄생된다. 가령, 슈베르트의 <보리수> <겨울 나그네>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는 뮐러의 시로, 슈만의 <리더크라이스>는 아이헨도르프의 시로, 말러는 ‘뤼케르트 시에 의한 5편의 가곡’을 작곡했다. 낭만주의 클래식 음악은 당대의 문학작품을, 음악을 통해 ‘읽는’ 일거양득의 즐거움이 있다.

낭만주의 클래식 음악은 풍부한 감정 표현과 화려하고 난해한 기교적인 작품이 많은 것이 일반적인 특징이다. 예를 들어, 쇼팽의 <발라드>나 <녹턴>,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과 <헝가리안 랩소디>, 파가니니의 <카프리치오>, 사라사테의 <치고이너바이젠> 작품 등에서 감성을 자극하는 아름다운 선율과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난해한 기교는 낭만주의 음악 양식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그뿐만 아니라 아기자기한 피아노 소품부터 이전 시대에서 볼 수 없었던 거대한 편성의 관현악 작품까지, 교향시와 같은 새로운 장르 출현, 정치적 신념이나 당대의 삶을 그려낸 소설이 오페라의 소재가 되고, 고전주의의 정형화된 형식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형식은 낭만주의 클래식 음악의 또 다른 특징이기도 하다.

독일 츠비카우에 있는 슈만의 동상.

특히 낭만주의 시대에서 주목할 점은 새로운 청중이 만들어낸 음악문화의 변화이다. 새로운 청중의 중심에는 신흥 부르주아 계급과 산업혁명을 통해 부를 축적한 중산층이 있었다. 음악가들의 새로운 후원자이기도 한 청중의 탄생은 우선 작곡가들의 작품 경향의 변화, 공공연주회의 활성화, 악보 출판과 악기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작곡가들은 이제 공공연주회장의 주요 고객인 청중의 취향을 고려한 작품을 써야 했다. 왜냐하면, 작곡가들이 발표한 작품의 흥행 여부는 그들의 경제적 수익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리스트나 파가니니 같은 대중적인 스타가 탄생하기도 했다. 또한, 악보 출판과 악기 시장의 활성화는 이 시기 가정 음악의 발전에서 찾아볼 수 있다. 1970~80년대에 우리나라에서 피아노의 여부가 그 집안의 수준을 평가했던 것처럼, 이 시기의 시민 계층에게 피아노는 당대의 사회적 위치를 가늠하는 척도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가정음악은 출판업자가 새롭게 편곡한 오페라의 아리아를 엄마는 피아노를 연주하고, 아버지는 노래하고, 아들과 딸은 플루트나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그런 형태였다.

이런 음악문화의 변화 이면에 19세기 낭만주의 시대의 삶은 전혀 낭만적이지 않았다. 삶과 예술사조로서의 낭만주의의 간극은 고단하고 부조리한 삶과 불안한 미래에 대한 유토피아의 동경과 허무주의만큼 벌어져 있었다. 이러한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좁혀주는 음악은 낭만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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