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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탕 온탕 조절능력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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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탕 온탕 조절능력이 중요하다
  • 송영웅(한국일보 전략기획실장)
  • 승인 2016.07.13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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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 | 대기업 사정(司正)과 경제민주화
국세청이 최근 롯데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4개 사업본부에 대해 전격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국세청이 최근 롯데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4개 사업본부에 대해 전격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지난달 CJ 이재현 회장에 대한 검찰 조사가 한창일 때 시중에는 ‘CJ에 이어 사정을 받게 될 기업’으로 롯데를 비롯해 몇 개 기업 리스트가 나돌았다. 그리고 소문이 사실이었는지, 아니면 우연의 일치인지 지난주에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롯데쇼핑에 대한 국세청의 전면적인 세무조사가 시작됐다.
현재 SK와 한화그룹의 오너가 구속 수사 중이고, 신세계를 비롯한 유통 기업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에 있던 상황이라 재계는 ‘다음 사정 대상 기업은 어디인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사실 대기업에 대한 사정은 이명박 정부 말부터 시작됐다. 작년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우리 사회에는 경제민주화가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이때부터 공정위, 검찰, 국세청 등 정부 사정기관들은 앞 다퉈 불공정 거래 행위를 하거나, 갑의 위치를 남용하는 기업에 대한 세무 조사를 비롯한 각종 사정의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더욱 가속화하고 있는 대기업 사정은 당분간 이어질 것 같다. 무엇보다 그간 상대적 박탈감에 빠져 있었던 다수의 국민들이 무언의 찬성표를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이처럼 커진 데는 이유가 있다. 그 단초는 약 15년 전 외환위기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외환위기 와중인 1998년 2월 집권한 김대중 정부는 국가 부도 위기를 탈출하기 위한 방편으로 시장 자율을 중시하는 신자유주의를 경제 정책을 도입했다. 정부가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수정자본주의를 비판하면서 나온 신자유주의는 시장 자율과 규제 완화를 확대하는 반면, 정부의 개입은 최소화하는 정책이다.

DJ 정부가 추진한 신자유주의 정책은 당시 기업 투자를 이끌고, 외자 유입을 촉진해 우리경제가 외환위기의 굴레에서 빨리 빠져 나오는 데 효과적인 역할을 했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를 거쳐 약간은 퇴색했지만 신자유주의 정책 기조는 아직도 명맥을 잇고 있다.

하지만 15년여의 기간을 거치면서 신자유주의 정책의 부작용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가장 심각한 것은 경제의 패러다임이 자본과 조직을 가진 강자, 즉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됐다는 점이다.

공교롭게 국내외 경제 여건도 한 몫을 해줬다. 외환위기로 경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기업들은 노조의 눈치를 덜 보면서도 대량으로 인적·물적 구조조정을 단행해 비용을 절감했다.

특히 최근 10년간 원·달러, 원·엔화 환율까지 치솟으면서 수출 대기업들은 쾌재를 불렀다. 여기에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까지 터져 세계적인 저금리 시대가 도래 하면서 대기업들은 그야말로 안팎으로 자금을 끌어 모을 수 있었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100대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은 무려 115조원에 달한다. 이중 상위 10대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은 거의 50조원으로, 전체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승자 독식을 통해 얻은 수익이라 할 수 있다. 현재 가계 부채가 1000조원에 육박하는 점을 고려하면, 핍박해진 개인에 비해 기업이 얼마나 풍요를 누렸는지 보여준다.

하지만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 대기업과 중소기업, 기업가와 자영업자 사이 부(富)의 양극화는 심각한 상황까지 치닫고 있다. 경제민주화가 대선 전부터 초미의 화두가 됐던 것은 어쩌면 자연스런 현상이다.

문제는 대기업 중심으로 짜인 우리 경제가 경제민주화로 기업들이 위축될 경우 그 피해는 다시 서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기업의 투자가 줄어들면 일자리가 감소하고, 소비가 줄어 불황의 영향을 서민들이 더 받는다.

따라서 정부가 단순히 대기업을 모퉁이로 몰아 강제로 밀어 붙이는 방법은 옳지 못하다. 그간 15년간 만들어진 경제 체질을 조금씩 바꿔가는 작업이 동반돼야 한다. 선택적 복지를 늘리고,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부의 재분배에 힘을 써야한다.

기업에 대해서도 정부는 보다 안정적인 상황에서 적극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줘야 한다. 역사가 돌고 돌 듯 정부의 경제 정책도 냉탕과 온탕을 조화롭게 오가는 조절 능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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