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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잘 돼있는데 왜 통근버스 운행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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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잘 돼있는데 왜 통근버스 운행하나”
  • 이충건
  • 승인 2015.03.10 1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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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T 운행 100일, 그 실태는?

하루 1200명 승객 정부 통근버스에 빼앗겨
막대한 건설비 투입, 무용지물 만들어
‘과도한 공무원 편의 봐주기’ 비난


지난 23일 오전 KTX오송역 6번 출구 앞에서 정부세종청사 공무원들이 오송역~세종청사를 운행하는 통근버스에 줄지어 탑승하고 있다.
지난 23일 오전 KTX오송역 6번 출구 앞에서 정부세종청사 공무원들이 오송역~세종청사를 운행하는 통근버스에 줄지어 탑승하고 있다.

한산하다. 지난 23일 이른 아침 KTX 오송역 BRT(간선급행버스) 정류장 풍경이다. 7시부터 8시까지 7대의 BRT가 오갔다. 간혹 기차를 이용하기 위해 내리는 승객만 있을 뿐 오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피크타임인데도 정부세종청사 방향의 탑승객이 없다는 게 의아했다. 세종시는 세종청사 공무원들의 출퇴근 편의를 위해 출퇴근 시간대인 7~9시, 18~20시 배차를 10분 간격으로 유지하고 있다.

KTX가 오송역에 도착할 때마다 우르르 내리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BRT 정류장 뒤편 주차장으로 향했다. 대기하고 있는 셔틀버스에 한 번에 수십 명씩 버스에 올랐다. 오송생명과학단지 내 행정타운을 오가는 버스다. 2010년 말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6대 국책기관이 이곳으로 이전했지만 여전히 많은 직원들이 수도권에서 출퇴근 하고 있었다.

8시가 넘어서자 BRT 정류장에도 사람들이 5~6명씩 줄을 섰다. 하지만 세종청사 공무원은 없었다. 자신을 회사원이라고 밝힌 30대 남성이 길 건너편을 가리켰다. 안전행정부가 KTX를 이용하는 공무원들의 출퇴근을 돕기 위해 오송역~정부세종청사를 오가는 차량 5대를 임차해 운행 중이다.

오송역 6번 출구로 가봤다. 8시13분 오송역에 도착한 KTX에서 내린 승객들이 출구 쪽을 향해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정차해 있는 버스 앞으로 이미 공무원들이 길게 줄을 만들고 있었다. 40여 명을 태운 버스가 곧 세종청사를 향해 출발했다.

정부세종청사 관리소에 따르면, 오송역~세종청사 통근버스를 이용하는 공무원은 하루 평균 200명 정도다. 대부분이 수도권에서 KTX를 이용하는 공무원들이다. 오송역 주변 원룸에서 잠만 자는 ‘나홀로 이주 공무원’도 간혹 눈에 띄었다. 지난 7월 22일부터 KTX 도착 시간과 연계해 배차시간도 변경했다.

텅 빈 BRT버스를 타고 달려봤다. 도로가 시원하게 뚫렸다. 막힘도 없다. 8시30분에 오송역을 출발한 버스는 세종청사에 정확히 8시47분에 도착했다. 대중교통이 편리한 도시를 만들겠다며 건설한 BRT체계. 교량이며 터널을 뚫어 일반 차량과 병목 될 일도 없다. ‘도로 위의 지하철’이란 개념이 딱 어울렸다.

이렇게 편리하고 정시성이 뛰어난 교통편을 놔두고 예산을 들여 통근버스를 운행하는 정부의 행태가 정상일까. 버스 안에서 만난 회사원 A씨는 "매일 서울에서 KTX로 출퇴근하는데 공무원들이 타지 않으니 텅텅 빈 채로 운행한다"며 "BRT가 잘 돼 있는데 왜 통근버스를 운행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KTX를 타고 BRT로 환승해야 하는 공무원들의 출퇴근 피로를 이해해 달라"고 했다. 하지만 오송역에서 내리자마자 BRT 정류장이 위치한 데다 배차간격이 10분 단위인 점을 감안하면 궁색한 변명이란 지적이다. 정부 스스로 막대한 예산을 들여 도로를 뚫고 중앙차로에 BRT 버스전용차로까지 만들어 놓고는 적자운영을 방기하는 꼴이다.

BRT 운행코스와 중복된 셔틀버스 노선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나 홀로 공무원’들이 주로 거주하는 반석역~세종청사, 대전 도시철도와 무료 환승이 가능한 노은(노은중)~세종청사를 왕복한다. 각각 3대, 6대가 운행 중이다. 하루 400여 명이 이용한다. 대중교통 체계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노선이다. 과도하게 공무원들의 편의를 봐주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세종시가 운영하는 BRT가 오송역과 반석역을 오가는 셔틀버스에 1일 1200명의 승객을 빼앗기고 있다. 적자운영에 따른 보전은 온전히 국민의 몫이다. 적자는 국고와 지방비를 매칭 해 지원이 이뤄진다. 전형적인 중복투자이고, 예산낭비다.

이충건 기자 yibido@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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