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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관점의 전환 시도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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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관점의 전환 시도해볼까?
  • 이환태(목원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 승인 2013.07.22 1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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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도 소용없는 무더위

차라리 땀 흠뻑 흘리면 개운

한여름이다. 한국의 여름은 열대지방 보다 더 무더운 것 같다. 연중 내내 무덥다는 그곳도 그늘에 들어서면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는데, 우리나라의 여름은 그늘도 소용이 없는 것 같다. 이럴 땐 차라리 땀을 흠뻑 흘리는 일을 하는 게 더 낫다. 어차피 흘릴 것을 수동적으로 하기 보다는 능동적으로 하는 것이 더 개운할 뿐만 아니라 덤으로 생기는 이득도 쏠쏠하기 때문이다.

땀을 쏟는 데는 등산만한 것이 없다. 산에 오르다보면 한겨울에도 땀이 흠뻑 나게 마련이니 한여름이야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능선을 따라 걷거나 정상에 도달했을 때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주는 청량감이란 이루 말할 길이 없다. 힘들었던 것을 모두 잊기에 족하다. 김밥 한 줄에 물 한 모금, 냉장고에서 시들어가던 과일 한 조각조차 그곳에선 꿀맛이다.

산이 주는 좋은 점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여름이면 그곳엔 온갖 꽃들이 내품는 향기기 있다. 도시에서도 가끔은 향기가 나는 때가 있지만 숲속의 향기와 견줄 바는 못 된다. 숲의 향기는 속세의 번뇌마저 잊게 한다. 좋은 것에 취하면 너그러워지고 너그러우면 세상이 달리 보이는 법, 우리네 삶의 소소한 문제는 관점의 전환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많다.

숲을 관점의 전환이 가능한 공간으로 상상한 사람 중에 셰익스피어가 있다. 그의 <한여름 밤의 꿈>이 바로 그런 이야기이다. 허미아는 라이샌더를 사랑하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드미트리어스와 결혼하라고 강요한다. 애원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허미아는 라이샌더와 함께 멀리 도망치기로 하고, 드미트리어스한테 버림받은 헬레나에게 그 계획을 말한다. 헬레나가 그 계획을 드미트리어스에게 말하면서 네 연인이 숲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그곳은 그냥 숲이 아니었다. 그곳은 콩 꽃, 거미집, 겨자씨, 나방 등의 이름을 갖고 있는 요정들의 왕국이었다.

네 연인들의 짝이 어긋나 있는 것을 인지한 요정의 왕 오베론은 그것을 바로잡을 계획을 세운다. 잠들었을 때 눈에 바르면 깨어나면서 보는 첫 사람을 사랑하게 만든다는 사랑의 묘약을 잠든 젊은이들의 눈에 바르도록 지시한다. 그런데 시종이 엉뚱한 사람의 눈에 그 약을 바르면서 이야기는 온통 뒤죽박죽이 된다. 이번에는 두 남자가 다 헬레나를 좋아하게 된다. 나중에 오베론이 그걸 바로잡으면서 모두 원래의 짝을 되찾게 되고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결혼한 지 오래된 부부들 중에서 자신의 배우자가 여전히 좋다고 말하는 사람을 보기는 힘들다. 그러나 오래 살다보니 그렇지, 정말 좋지 않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자기 배우자의 눈에 누군가가 사랑의 묘약을 발랐다는 것을 알면 그가 자기 아닌 다른 사람을 먼저 볼까봐 그 곁을 지키지 않을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주말에 계룡산에라도 가서 그런 꿈을 꾸며 관점의 전환을 한 번 시도해보면 어떠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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