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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원한 도전과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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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원한 도전과 욕망
  • 세종포스트
  • 승인 2013.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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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브뤼헬의 ‘바벨탑’
‘바벨탑’ 피터 브뤼헬, 목판위에 유채, 114×155㎝, 빈 미술사박물관, 1563
‘바벨탑’ 피터 브뤼헬, 목판위에 유채, 114×155㎝, 빈 미술사박물관, 1563

인간의 욕망은 금기를 수시로 넘는다. 그러니까 욕망이다. 욕망은 좋은 의미로 해석하면 도전의 근본이고 치기어리거나 사리사욕으로 출발하면 욕심이다. 인간에게는 한계가 있다. 애써 잠재된 능력이 무궁무진하다며 추켜세우는 것은 두려움 때문이다.

인류의 원초적 두려움은 여러 원인에도 불구하고 예정된 심판에 대한 종교적인 믿음이 저변에 깔려있다. 애초 인간의 한계성을 긍정한 사람들은 세상에 대한 부조리한 집념이 없다. 다만 자기 일을 묵묵히 열성을 다해 완성시켜나간다. 세상에 대한 집념은 부와 권력을 지향하게 되고, 이를 맛본 사람은 더욱 집착하게 되며 물불을 안 가리는 꼴이 되고 만다. 반면 이를 내려놓은 사람들은 모두를 위한 삶의 순리와 이치를 지향하게 된다.

여기에 인간의 욕망과 금기를 잘 드러내준 것이 있으니 ‘바벨탑’이 그것이다. 기원전 597년 한창 번영하던 유대교의 성지 예루살렘은 신(新)바빌로니아 제국의 네부카드네자르 2세(NebuchadnezzarII)에 의해 정복된다.

성지는 폐허가 됐고 유대인 수천 명이 바빌론으로 끌려갔는데 그들은 그곳에서 구름 위로 치솟은 거대한 탑을 목격한다. 이 목격담은 예루살렘에 전해져 훗날 성서 편찬에 영향을 주게 되며, 성지를 파괴한 바빌론인들은 우상을 숭배하는 야만인으로 묘사되고 바벨탑은 신에게 도전하는 인간의 오만과 탐욕의 상징으로 기술된다.

구약성서 창세기에는 바벨탑에 대해 거대하고 높은 탑을 쌓아 하늘에 닿으려 했던 인간들의 오만함에 분노한 신들이 하나였던 언어를 분리하고 소통을 못하게 하여 뿔뿔이 흩어지게 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 이야기는 조세푸스 플라비우스(Josephus Flavius, 37~100)의 <유대인 고대사(The Antiquities of the Jews)>(93~94년경)에서 서사적 구조로 확장됐으며 화가들에게 영감을 줬다. 우리가 그림으로 감상하는 일반적인 하늘로 높이 치솟은 원추형 바벨탑은 화가의 상상력에 의해 재구성 된 것이다.

피터 브뤼헬(Pieter Brueghel·1525년경~1569년)이 그린 ‘바벨탑(1563)’은 그런 류의 그림들 중 대표적인 작품이다. 브뤼헬의 작품은 바빌론 시가지를 무대로 중앙에 웅장한 자태로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있다. 화면 왼쪽 아래에는 정복자로 추정되는 왕이 공사현장을 지휘하고 있다. 이 건축물은 원추형의 로마 콜로세움을 닮아있다.

이 그림을 그리게 된 동기로 당시 플랑드르의 사회적, 정치적 혼란을 들 수 있다. 당시 외적으로는 스페인과의 전쟁과, 내적으로는 프로테스탄트와 가톨릭의 첨예한 대립으로 극도의 혼란에 빠져 있었다. 따라서 민중들은 극도로 피폐해졌고 극도의 좌절감에 사로잡혀있었다.

브뤼헬은 로마의 상징인 콜로세움을 바벨탑의 구조적 특징으로 차용함으로써 멸망할 수밖에 없는 이교문명을 상징하려 했으며, 당대의 균형감각을 잃은 사회를 멸망직전의 바빌론이나 로마와 비교했던 것이다. 바벨탑 건축처럼 주먹구구식 공사의 선후관계가 뒤바뀐 것은 상호 소통이 이뤄지지 않고 합리성을 잃은 사회의 혼란을 상징한다. 결국 공사는 실패할 것이고 무너지고 말리라는 것을 화가는 암시하고 있다.

현대 우리의 삶속에는 바벨탑이 무수히 존재한다. 마천루의 빌딩들은 물론이거니와 개인의 욕망과 정치, 종교단체의 커진 부피들은 우리가 직면한 바벨탑들이다. 이 거대한 탑들을 만드는 사람들은 고갯마루를 오르며 순차적으로 얹어놓은 민중들의 작은 돌탑의 순리와 진리를 과연 아는 것인지 한번쯤 되새겨 볼 일이다. 지금 쌓아가는 바벨탑에서 혼미한 소통의 근원을 생각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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