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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시대’ 뺨치는 토지쟁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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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시대’ 뺨치는 토지쟁탈전
  • 김재중
  • 승인 2013.07.12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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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독식 구조에 갇힌 이주민조합

한강유역을 차지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하리라. 고구려, 백제, 신라가 국운을 걸었던 이유다. 지금 세종시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3개 이주민조합이 금강유역 3생활권 아파트용지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국운을 건 싸움과 비교할 바 못되겠지만 ‘사활을 걸었다’는 측면에서 보면 크게 다를 바 없다.

LH는 세종시 개발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은 이주민에게 보상차원의 특혜를 주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이주민대상 공동주택용지 공급이다. 일정규모 이상의 이주민을 조합원으로 가입시킨 조합에게 조성원가의 70% 가격에 토지를 공급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합의된 합법적 특혜다.

속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 특혜를 부러워할 수도 있겠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복잡하기 그지없다. 이주대책 대상자 2200여 명 중 1500명 정도가 이미 ‘특별한 권리’를 사용했다. 단독택지를 마련하거나 특별분양을 통해 다른 아파트를 매입한 것이다. 남은 사람은 750명 안팎인 것으로 추산된다. 그렇다고 이들 모두가 조합아파트 매입을 희망하는 것도 아니다. 이리 빼고 저리 빼고 보면, 조합아파트 매입을 선호하는 이주대책 대상자는 많아야 400∼500명쯤 될 것이다.

그런데 LH가 이주민에게 부여한 보상대책용지 크기는 99㎡. 구획된 웬만한 아파트용지 크기가 3만㎡를 넘어서기 때문에 이주민조합은 최소 300명 이상의 조합원을 모집해야만 사업권을 가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합들이 각자의 길을 걷는 것은 불가능하다. 본인들이 원했든 원치 않았든 승자독식 구조에 갇혀버린 이상 내가 살려면 다른 조합을 죽여야 하는 사생결단의 처지에 놓인 셈이다.
일이 이렇게 복잡하게 꼬이기까지 LH 책임이 크다는 비판도 흘러나온다. 한 이주대책 대상자는 "심판이면 심판답게 공정한 룰을 정하고 집행하는데 최선을 다했어야 하는데, 예민한 민원에 대해 즉답을 피하고 질질 끌려 다니는 모습을 보이다보니 혼란만 가중됐다"고 질책했다.

한편으론 현 시점에서 잘잘못을 따지는 일조차 무의미해 보인다. 조합아파트 건립을 기다리고 있는 이주민의 입장이 제일 중요하다. 이들이야말로 가시밭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모아 둔 재산이 좀 있으면 떡하니 단독주택용지를 분양받아 집을 지으면 그만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그나마 돈이 적게 들 것으로 예상되는 조합아파트 입주를 기다리고 있지만 진흙탕 싸움만 벌어지고 사업이 진척되지 않다보니 챙겨두었던 보상비마저 생활비로 탕진할 수밖에 없다. 결국 승자는 없고 패자만 있는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싸움이 왜 계속되는지, 언제까지 계속돼야 하는지 속 시원한 답을 해주는 이가 없다.

글·사진 김재중 기자 jjkim@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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