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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한글 이름 100%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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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한글 이름 100%의 도시
  • 최민호(전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청장)
  • 승인 2013.07.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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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의 재발견 | 세종, 그 끝의 창대함을 위하여

한글학회 입지, 문자박물관 지었으면
세종시 흐르는 금강, ‘비단강’으로 불리길

고기 집에 가면 재미있는 말이, 같은 발인데 닭은 닭발이라 하고, 소의 발은 우족이라 한다. 그러면서 돼지는 족발이라 한다. 족, 족발, 발…. 닭보다는 돼지, 돼지보다는 소를 귀하게 여기는 것을 이런 명칭에서 어렴풋이 느끼게 된다. 한자어로 부르는 것이 한글말보다 더 귀한 대접을 해준다는 것인가.

하긴, 아이들에게는 이름이 무엇이냐고 물어도 어른에게 이름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큰 실례가 된다. 어른들에게는 성함이 무엇인지 물어야 한다. 아이들에게 성함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웃음거리가 된다.

세종대왕이 위대한 한글을 창제하셨지만, 조선 왕조 500년간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만들어서 위대하다는 평가는 받지 못했다. 한글은 언문, 심지어는 암클, 중클이라 하며, 아녀자나 중인 또는 상민계급에서 쓰는 글로 취급당하여 지독한 천대를 받았다. 오죽하면 세종시대 최만리는 한글을 백성이 배우면 누구나 글을 읽게 되어 질서가 무너져 나라가 망한다고까지 하였겠는가.

세종시. 세종대왕의 이름을 따서 만든 도시.

그 얼을 이어받아 세종시를 창조적인 한글을 모티브로 한 도시로 조성한다면 세계적으로 유니크한 도시로 브랜드화할 수 있다는 구상을 했다. 행복도시건설청장 재직 시의 일이다.

그리하여 기존의 전통적인 명칭은 그대로 존중하되, 새로 건설되는 교량이나 도로 학교 등의 이름은 모두 한글로 짓자는 지침을 발표하였다. 금강1교, 금강2교 하는 것을 한두리교, 학나래교 등으로 바꾼 것은 물론, 참샘초등학교, 솔밭중학교, 한솔고등학교 등 학교이름, 한뜰마을, 큰뜰공원 등 마을과 공원이름을 순수 한글로 지었다. 특히 도로 중 종단도로는 ‘가나다라’, 횡단도로는 ‘아야어여’의 자음과 모음을 조화시킨 이름을 짓자고 제안하였다. 이름만 들어도 자동적으로 거리의 위치가 내비게이션 될 것이었다. 한글의 체계성과 과학성을 세계인에게 알려보자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니, 모음까지 조합하기에는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다 하여 하는 수 없이 거리순과 자음순만을 일치되게 도로이름을 부여하였다. 겨레로, 늘빛로, 다솜로, 라온로, 배움로, 슬기로….

아직도 세종시가 건설 중에 있어 피부에 와 닿기는 어렵겠지만, 도로망이 완성되면 이 한글이름의 진가는 시간이 갈수록 크게 발휘되리라 믿었다. 그리하여 앞으로 건설될 공공시설이름 1000여개의 한글이름을 미리 지어 지속적으로 부여하도록 하였다.

동시에 세종시는 보도블록의 문양도 한글 자판을 예쁘게 도형화하여 외국인이라도 거리를 걸으면서 한글 자판을 깨우치게끔 하도록 지침을 만들었다.

뿐만 아니다. 세종시의 벤치나 휴지통 등 거리 조형물도 한글을 디자인한 모티브로 제작한다면 이 또한 명물이 되리라고 생각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세종시를 흐르는 금강은 ‘비단강’이라 불렀으면 하는 생각도 컸다. 같은 금강도 부여에 가면 ‘백마강’이라 하듯이 강 이름도 구간 마다 달라도 좋은 것 아니겠는가.

한 도시의 공공시설이 순수 한글 이름 100%의 도시가 있다는 자체로 세종시의 관광요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아가 세종시야말로 한글학회가 입지되고, 한글연구소가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믿었고, 인류가 역사상 사용했다는 6000개의 문자를 전시하는 ‘문자박물관’도 만들고 싶었다. 한글이 세계의 문자 중에서 가장 최신의, 가장 최첨단문자라는 것을 세계인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요컨대 세종시는 세종대왕을 브랜드화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었다. 세종대왕의 창조정신, 장영실의 장인정신을 이어받아 과학비즈니스벨트의 중심도시로서 창조과학 도시로 비약시키고, 황희 정승을 본받아 현명한 공직인을 표상으로 삼는 행정중심도시, 김종서 장군의 감투정신을 이어받는 안보도시, 그리고 박연의 악학궤범이 다시 살아 움직이는 문화예술의 중심도시로서의 꿈을 이룰 수 있는 도시로 세종시가 자리 잡기를 바랐다.

한글의 시작은 미약했지만 그 끝은 말할 수 없이 창대했다. 세종시도 비록 그 시작은 어려웠지만 그 끝은 미래를 이끌어가는 위대한 도시로 자리 잡기를 진정 바라고 있다.

한글과 세종대왕, 그리고 세종시. 그 시작과 끝은 위대한 창조였다.

세종대왕. 그 위대한 한글이 찬란하게도 우뚝 빛나는 세종이라는 새로운 도시의 출현에 지하에서나마 기쁜 미소를 지으며 축복을 내려주시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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