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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그의 예측은 적중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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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그의 예측은 적중했나?
  • 김재중
  • 승인 2013.04.05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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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논쟁을 ‘사치’라 말했던 안호영 신임 주미대사

박근혜 새 정부의 ‘미·일·중·러 4강 외교’가 시험대 위에 오르고 있다. 특히 통상전문가로 알려진 안호영 전 외교부 제1차관의 주미대사 등용에 대해서 의외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한반도 위기상황과 5월 박 대통령의 방미 때 현안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은 한미원자력협정 개정문제 등을 고려하면 ‘통상’보다 ‘안보’ 분야 전문가가 적격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 안호영2-지난해 핵안보정상회의에 앞서 열린 행사에서 위시트리에 소망메시지를 달고 있는 안호영 전 외교부 1차관.

결국 새 정부가 안 전 차관에게 거는 기대가 ‘대미 통상강화’에 있음을 직감할 수 있다. 10년 전인 2003년, 당시 외교통상부 다자통상국장으로 근무 중이던 안 전 차관은 신자유주의 논쟁의 한 가운데서 ‘시장자유화’를 강조하던 대표적 관료였다.

"무역자유화를 이야기할 때, 이것이 생산성 향상과 복리증진에 도움이 된다는 공감대가 있어야 대화가 진척됩니다."

안 전 차관은 인터뷰 시작부터 무역자유화의 전제에 대한 ‘공감대’를 강조했다. 2003년 당시 전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반세계화 열풍’ 또는 한국 진보진영이 제기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반대’와 같은 주장을 전제로 하면 ‘논쟁’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는 뜻이었다.

실제로 안 전 차관은 신자유주의 논쟁과 관련 "바람직하기는 하되, 현실과는 동떨어진 사치"라고 강조했다. "개방하지 않으면 어떻게 살아남겠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당시 도하개발의제(DDA) 협상을 준비 중이었던 안 전 차관에게 농업분야가 가장 큰 걱정거리였다. 농민들의 반대시위가 전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었기 때문이다. "농업개방 역시 피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었다. 당시 농업분야에 대해 안 전 차관은 다음과 같은 지론을 폈다.


"농업개방이 살 길이다"

▲ 안호영2-지난해 핵안보정상회의에 앞서 열린 행사에서 위시트리에 소망메시지를 달고 있는 안호영 전 외교부 1차관.

경쟁력있는 농업을 강조하고 있는데, 식량안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갈수록 쌀 소비량은 줄어들 것이다. 얼마 먹지도 않는 쌀을 값싸다고 해서 사 먹지는 않는다. 비싸다 하더라도 품질 좋은 쌀을 사먹으려 하는 게 소비자의 욕구다. 국민소득이 3만 달러면 농촌문제는 자연히 해결된다는 말이 있다. 품질 좋고 경쟁력 있는 쌀을 생산하면 된다."

농업분야 시장개방이 대세라고 보는 것인가. 대안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여러 가지 변수가 있지만 어떤 경우라 해도 결국 쌀값은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다. 때문에 농정정책도 친시장적으로 변해야 한다. 지난 10년간 ‘우루과이라운드’를 이행해 왔지만 그것이 과연 친시장적이었는가. 예를 들면 추곡수매가가 계속 올랐다. 일본의 경우, 추곡수매를 해왔지만 쌀값은 줄곧 내렸다. 국제가격과 국내가격을 가능하면 맞춰야 된다는 의미에서 그 차이를 계속 줄여 온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결국 대세라는 게 있는데 ‘우리만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정직하지 않은 것 같다."

그래도 ‘국민여론’이라는 게 있지 않나. 이것이 협상의 변수가 될 수는 없는 것인가.

"농민들의 반대 여론을 협상의 변수로 활용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답하기 어렵다. 농민들이 알아서 판단하고 행동하는 측면이 있을 것이다. 다만 ‘완전히 파국으로 간다면 곤란하다’는 정도만 말하겠다."

‘자유무역’ 깃발아래 양극화 심화

10년 전 인터뷰지만 그 안에 담긴 논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안 전 차관의 예측대로 쌀 재고량은 계속 늘고 있는 반면 소비량은 감소하고 있다. 양곡연도 기준 2005년 83만 톤이던 재고량은 2010년 140만 톤 까지 늘어났으며 같은 기간 1인당 쌀 소비량은 80.7㎏에서 72.4㎏으로 감소했다. 일부 품질고급화가 이뤄져 기능성을 강화한 값비싼 쌀이 식탁 위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과연 10년 동안 그의 주장대로 시장개방이 ‘생산성 향상과 복리증진’에 보탬이 되는 쪽으로만 기능해 왔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한미FTA 발효 1년이 지난 현재, 농민들은 10년 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광주농민회는 2일 성명을 통해 "현재 중국과의 FTA 협상이 진행되는 등 앞으로 동시다발적인 FTA로 인해 중장기적으로 대규모 농업 피해가 불가피하다"며 "농업과 농민들이 점차 고령화돼 사라지게 되고 결국 식량안보마저 위협받게 될 것"이라며 특단의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반면 국내 최대기업인 삼성전자의 연간 매출액은 2007년 98조 5100억 원 수준에서 2011년 164조 7000억 원대로 67% 이상 크게 늘어났다. 지난 10년 동안 시장자유화가 가져 온 ‘생산성 향상과 복리증진’의 혜택이 어디로 돌아갔는지 유추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신자유주의 논쟁을 현실과 동떨어진 사치"라 말했던 통상 관료가 외교부 차관에서 핵심보직인 주미대사로 자리를 옮겨가는 사이 ‘자유무역’ 깃발아래 사회적 양극화는 한층 심화되고 있다.

안호영 주미대사는 누구?

안 내정자는 1956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고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1978년 외무고시 11회에 합격했다. 외교부 통상과장, 통상법률지원팀장, 다자통상국장 등 통상분야 요직을 두루 거쳤고 OECD 대표부, 벨기에·유럽연합 대사관 등 재외공관에서도 근무했다. 2010년 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외교통상부 제1차관에 중용된 뒤, 현 정부들어 첫 주미대사가 됐다.


김재중 기자 jjkim@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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