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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개발 부도사태가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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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개발 부도사태가 주는 교훈
  • 강수돌(고려대 경영학부 교수)
  • 승인 2013.03.22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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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 이래 최대인 31조 원 규모의 사업,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까지 불렸던 서울 용산 국제 업무지구 개발사업, 그 무리한 철거 과정에서 5명의 저항 주민(‘도시 게릴라’)과 진압 경찰 1명의 목숨까지 앗아간 용산참사의 트라우마를 가진 거대 재개발 프로젝트, 이것이 결국은 인공호흡기에 목숨을 연명해야 하는 지경이 되었다. 사업 시행자인 드림허브(PFV)가 초기 투자로 1조원을 투입했으나 7년이 지난 지금 59억 원에 이르는 어음도 갚지 못해 디폴트(지불불능)를 선언한 것이다.

애당초 미군기지 이전 협상에서 시작한 용산개발은 이명박·오세훈 전 시장을 거치며 이른바 ‘한강 르네상스’ 계획의 일환으로 확장되었다. 즉 미군기지, 용산역, 한강, 이촌동 등을 아우르는, 막대한 개발 이익을 노린 초대형 개발 프로젝트가 가동되었다. 용산 미군기지는 원래 1882년 임오군란 때 청나라 군대가 처음으로 주둔했고 일제 때는 일본군 사령부가 있던 곳이며, 해방 후엔 미군이 주둔한 곳이다. 서글픈 역사이긴 하지만 공공성이 강한 공간이었다. 바로 이 공유지에 천문학적 이윤을 노리는 자본이 권력과 결탁하여 눈독을 들이기 시작하면서 거대한 사유화 프로젝트가 전개된 셈이다.

그러나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더욱 하강한 부동산 경기라는 변수, 특히 오세훈 시장 시절에 무리하게 서부이촌동을 사업지구에 편입시킨 변수가 사업성 악화에 결정타를 날렸다.

사태가 이렇게 돌아가자 이 사업의 최대 주주이자 공기업인 코레일이 적극 나서서 15일에 자구책을 발표했다. 정창영 코레일 사장이 용산 국제 업무지구 29개 민간 출자사에 최후통첩을 한 내용은 부도 사태를 극복, 사업을 재개하려면 29개 민간 출자사가 경영권과 시공권 등을 포기하라는 것이다.

한편, 서부이촌동 통합 개발이 부도에 빠지자 피해를 입게 될 주민들은 2300여 가구에 이른다. 이를 추진했던 오세훈 전 시장은 일부 기자들에게 e메일로, "통합 개발은 주민 57.1%가 동의해 추진한 것"이라며 책임 회피성 발언을 해 여론의 원성을 사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 6년 가까이 개발지구로 묶이면서 재산권 행사를 못했다. 서울시가 입주권을 노린 투기를 막기 위해 2007년 8월 이후 부동산 매매를 막았기 때문이다.

상당수 주민들은 차후의 개발 이익에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우편집중국, 철도기지창 등이 개발로 인해 떠나면서 상권이 점점 죽었고 그나마 기대했던 개발 사업이 6년이란 시간만 끌다가 결국 파산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그리하여 역세권 개발 기대감에 집값이 오르자 거액의 대출을 받았던 사업지 주민들이 전형적인 ‘하우스푸어’로 전락했다. 주택경기 침체에다 사업이 지지부진해 집값이 꺾이자 대출금을 갚지 못해 경매로 내몰린 것이다.

실제로 용산사업이 발표된 후 서부이촌동 집값은 2배 가까이 치솟았다. 2007년 사업 발표 전 4억5000만원에 거래되던 전용면적 85㎡ 아파트는 사업 발표 후 8억3000만원에 거래될 정도였다. 그러나 현 주민 2300가구 가운데 1250가구가 평균 3억4000만원 빚을 져 경매로 넘어가기 일쑤다. 가만히 앉아서 집을 빼앗기는 꼴이다.

이제 정리를 해보자. 경제민주화의 관점에서 무엇이 문제인가? 첫째, 이 모든 사태의 기초에는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근본 원리를 무시하고 부동산 거품에 기대어 시세차익을 노리던 우리의 탐욕이 놓여 있다. 경제민주화가 이뤄지려면 이러한 탐욕이나 거품 경제는 버려야 한다.

둘째,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와 한강 및 미군기지라는 공유지를 자본의 이윤 추구를 위해 사유화하려던 잘못된 발상이 공멸을 초래했다. 별 다른 철학 없이 돈과 권력을 추구하는 리더와 그에 빌붙어 떡고물을 노리던 주변 세력들(사업자와 주민들)이 있는 한, 참된 경제민주화는 요원하다. 참되게 ‘공공의 행복’을 추구하는 철학이 절실하다.

셋째, 영화 ‘두 개의 문’에도 잘 묘사된, 철거민들의 저항을 강제 진압하고 귀한 목숨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전개된 재개발 사업이란 것이 그 성공 여부와는 무관하게 결국은 살림살이 논리가 아니라 돈벌이 논리 위에 작동한 것이 문제다. 경제민주화의 관점에서 보면 돈이란 삶을 위해 필요한 수단에 불과한데, 용산 사태의 경우 돈을 위해 삶을 희생시킨 전형적인 오류의 한 예이다. 제발 이런 잘못이 세종시나 다른 사례들에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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