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댓글
변상섭, 그림속을 거닐다
세종시교육청 공동캠페인
‘국민연금 폐지운동’ 그 달콤한 유혹
상태바
‘국민연금 폐지운동’ 그 달콤한 유혹
  • 김재중
  • 승인 2013.03.15 17: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간보험과 제휴계약 맺은 시민단체가 폐지운동 주도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事實)은 모두 진실일까.
사실과 진실은 대부분 부합하지만 간혹 사실로 믿고 있는 상식이 허구로 드러나는 경우가 있다.
사실에 ‘우상(偶像)과 왜곡’이 끼어들면 여지없이 거짓 상식이 탄생하곤 한다. 때문에 언론의 ‘사실 보도’란 것도 진실의 관점에서 보면 ‘우상과 왜곡’을 감추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때로 우상과 왜곡은 인간의 집단지성마저 마비시키는 위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상식과 이성에 대한 끊임없는 ‘의심’이야말로 이 시대를 사는 지식인의 가장 큰 책무가 아닐까.
진보언론의 종가(宗家)였던 월간말부터 신생언론 세종포스트까지,
필자가 13년 동안 빼곡 히 적어놓은 취재수첩을 다시 꺼내드는 이유다.
<편집자 말>

국민연금 폐지논란이 또 다시 불붙었다. 지난 2004년과 2008년 폐지운동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국민연금 폐지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납세자연맹 홈페이지에는 이미 7만 3000명이 방문해 서명을 끝마쳤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월말까지 국민연금 임의가입자가 약 6000명 줄어들었다. 이 기간 1만 3000명이 신규 가입했지만, 더 많은 인원이 탈퇴했다는 이야기다. 이는 최근 국민연금 임의가입자가 꾸준히 증가해 온 추세와 판이하게 다른 양상이다.
공단은 최근 국민연금 폐지논란이 임의가입자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10년이면 강산이 바뀐다고 하지만 국민연금에 대한 반발은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

10년이면 강산이 바뀐다지만…

"IT계통의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다. 최근 과도한 세금, 갖가지 빚 독촉에 시달리고 있는데 국민연금까지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오랫동안 제도개선을 기다려왔다. 이제는 더 기다릴 수 없다. 제도를 고치는 동안에도 국민들은 계속 고통 받게 될 것이므로 지금 당장 폐지해야 한다. 지금 쌓여 있는 기금만이라도 돌려주고 난 뒤, 대안은 그 다음에 모색해도 늦지 않는다."
지난 2004년 6월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국민연금 폐지 집회에서 만난 정 모 씨의 이야기다. 사실 정 씨의 주장은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진행형이다. 같은 불만, 같은 목소리가 존재한다. 인터넷에서 국민연금 반대를 외치고 있는 네티즌들의 주장도 동일하다. 그들의 목소리를 유형별로 분석해 보면, 분노의 원인은 대략 네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국민연금공단의 징수방식이 지나치게 강압적이라는 지적이다. 국민연금공단이 소득수준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납부액을 정하거나, 납부가 연체됐다고 해서 압류 등 강제적 징수방법을 취한다는 점이 폐지 주장의 중요한 이유다.
두 번째는 국민연금의 파탄을 의심하는 목소리다. 기본적으로 연금이 언젠가 고갈될 것이며 납부한 연금의 원금도 건지지 못할 바에야 지금이라도 잘못된 제도를 접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세 번째는 국민연금이 민간보험시장과 비교해 볼 때, 아무런 장점이 없다는 주장이다. 해약이나 대출 등 중간에 권리행사를 전혀 할 수 없으며 당사자의 유고상황이 온다 해도 가족이 수급 권리를 100% 인수받지 못하는 데 따른 불만이다.
끝으로 네 번째 유형은 이른 바 ‘생계형 미납자’들의 하소연이다. 이들은 국민연금의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당장의 생활고 때문에 미래에 대비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모든 권리를 포기하겠으니 납부의무를 면해 달라고 애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연금 폐지운동의 이면

국민연금 납부고지서가 주는 압박을 느껴본 서민층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이야기다. 그러나 ‘국민연금 폐지 뒤’를 고려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개인의 노후를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사회. 과연 이런 사회를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이냐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폐지운동 이면에도 개운치 않은 움직임이 포착됐다.
최근 한 인터넷뉴스 보도에 따르면, 국민연금 폐지운동을 벌여 온 한국납세자연맹이 민간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사와 제휴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단체는 전체 수입 중 40% 가량을 간접후원에 의존하고 있는데, 더케이손해보험, 휴넷, 롯데카드 등이 제휴기업 명단에 포함돼 있다.
이와 관련 정창수 경희대 교수는 "국민연금이 폐지되거나 규모가 감소하면 민간보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민간 보험사 입장에서 국민연금 폐지운동은 아주 좋은 운동"이라고 말했다.
오건호 국민연금바로세우기 국민행동 정책위원 역시 "박근혜 정부 들어 국민행복연금을 도입하겠다고 하면서 국민들의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면서 "이를 틈타 공익성이나, 순수성이 의심되는 단체들이 반공익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다 근본적인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연금제도를 민간에 맡기자는 주장은 보험회사의 ‘철면피’같은 부당이득 챙기기를 몰라서 하는 소리다. 국내 S생명 등이 천문학적인 이익을 내고도 적자를 봤다며 보험료를 올려왔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연금논란의 배경에는 연금제도를 민영화해 이익을 챙겨보려는 거대 금융자본의 이해와 기생언론의 이간질이 한몫하고 있다고 본다."
지난 2004년 국민연금 폐지운동이 처음으로 촉발됐던 당시 김미숙 보험소비자협회 회장이 기자와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이처럼 조세반발 심리와 금융자본의 이해가 맞닿아 있는 지점에 ‘국민연금 폐지론’이 존재하고 있다.

Tag
#NULL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