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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견고해진 대기업의 성벽을 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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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견고해진 대기업의 성벽을 넘어라
  • 송영웅
  • 승인 2016.07.13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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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 - 박근혜 새 정부의 과제

박근혜 새 정부의 실무를 이끌 국무총리를 비롯해 각부 장관과 청와대 수석 진용이 확정됐다. 신설된 경제부총리나 미래창조과학부 수장 등의 면면을 보면 박근혜 정부의 국정 운영 중심은 확고한 안보를 기반으로 ‘경제 살리기’와 ‘국민복지 향상’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게 분명하다. 중소기업을 회생시켜 심화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고, 국민 복지 지원을 늘려 팍팍해진 서민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겠다는 의지가 인사에서 엿보인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여기서 꼭 잊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 있다. 바로 대기업과 거대자본에 쏠린 우리 경제의 무게 중심을 바로잡는 일이다. 박 당선인이 후보자 시절부터 강조해온 경제민주화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경제민주화는 말이 쉽지 실천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역대 정권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대개 정권과 대기업은 밀월 관계에 있었다. 국가 경제성장의 원동력을 기업과 자본, 그것도 국제 경쟁력을 지닌 대기업과 거대자본으로 보고 모든 국가 정책의 중심이 여기에 맞춰졌다.

물론 이런 대기업과 거대자본 중심의 정책은 우리경제가 최단기간에 세계 10대 교역국으로 성장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그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의 이면에는 중산층의 몰락, 대기업의 경제력 독점, 이로 인한 국민들의 상대적 박탈감 증폭이라는 많은 폐해를 양산했다.

실제로 대기업 중심으로 경제 정책이 전환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지난 15년 동안 우리나라의 중산층 비율은 74%에서 67%로 줄었다. 당시 183조원에 불과하던 가계 부채는 2012년 말 현재 900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전체 인구의 중간 소득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대적 빈곤인구 비율은 8.7%에서 15%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15년 전만해도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생각했던 많은 서민들이 지금은 스스로를 빈곤층이라고 여기는 경우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반면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시장의 자율을 중시하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최대 수혜자로 떠오른 대기업들은 그 사이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외환위기 당시 542조원에 머물던 1000대기업의 매출액은 지난해 2062조원으로 4배나 늘었고, 기업 현금 보유액은 22조원에서 57조원으로 200% 이상 증가했다. 대기업이 이끄는 수출도 당시 1361억 달러였던 것에서 지난해 말에는 5552억 달러로 급증했다. 반면 대기업의 부채 비율은 390%에서 170%대로 낮아졌다. 지난 15년 간 국가 성장의 과실이 거의 일방적으로 대기업으로 흘러 들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10위권 밖에 머물던 현대자동차가 5위권으로 비상하고, 삼성전자가 세계 IT(정보기술) 산업의 최우량 기업 중 하나로 성장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 사이 전통시장과 구멍가게가 대형마트의 공세에 무너진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하다못해 동네 빵집과 만두가게, 부대찌개 상점까지 거대 자본에 의해 포위된 지 오래됐다.

이런 대기업의 비약적인 성장은 기술과 자본 투자를 통한 자체 노력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지난 십여 년 간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된 원·달러 환율과 외환위기 이후 기업 구조조정이라는 명분으로 단행된 대량 해고와 임금 동결, 그리고 수출 중심의 정부 경제 정책의 영향이 크다.

외환위기 이후 지난 15년 간 국내 대기업들은 견고해진 국가 위상의 수혜를 고스란히 챙긴 셈이다.

이 시점에서 박 당선인에게 경제 민주화에 대한 당부를 다시 하는 것은 노파심 때문이다. 박 당선인의 정치적·정신적 멘토는 누가 뭐래도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 국가 상황이 그랬겠지만 대기업 중심의 국가 경제성장의 드라이브를 건 선구자였다.

박 당선인의 대통령 당선 이후의 행보가 서민의 삶을 보듬고, 중소기업을 살리는 데 맞춰져 있어 천만 다행이다. 앞으로 박 당선인이 한층 견고해진 대기업의 성벽을 넘으려면 강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대다수 국민들은 박 당선인이 초심을 잃지 않고 이 난관을 잘 헤쳐 나가길 내심 응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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