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댓글
변상섭, 그림속을 거닐다
세종시교육청 공동캠페인
허공에 떠있는 내포 신도시
상태바
허공에 떠있는 내포 신도시
  • 정용길(충남대 경영학부 교수)
  • 승인 2013.02.22 13: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성·예산 통합 행정구역 필요

지난 연말 충남도청이 대전을 떠나 도청사는 홍성군으로, 의회는 예산군으로 이전했다. 이 지역은 ‘내포 신도시’라는 이름 아래 300만평의 부지에 2020년까지 수용인원 10만 명의 통합형 행정도시로 건설되고 있다. 도청사와 의회건물이 완공됐고, 앞으로 120여개 행정기관이 입주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도청이 다른 광역단체에 위치하고 있었고, 대전이 충남의 동남쪽에 치우쳐 있기 때문에 행정의 비효율과 함께 지역의 균형발전이 저해되는 측면이 많았다. 이제 내포시대를 맞이해 지역의 균형발전과 환(環)황해권 중추지역으로 웅비하는 충남의 미래를 기대한다.

그러나 이렇게 화려한 수식어를 붙여 ‘내포시대’를 강조해도 진하게 남는 아쉬움이 있다. 내포 신도시는 지도에 나와 있는 구체적인 행정구역의 이름이 아니다. 개념적 공간일 뿐이며 홍성과 예산이라는 두 개의 기초자치단체로 구성되어 있다.

내포 신도시에 관한 기본계획은 도 차원에서 준비되었지만 개별적인 건축물과 편의시설에 대한 인허가권은 홍성군과 예산군의 건축조례와 도시계획조례의 규제를 받도록 되어 있다. 하나의 도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두 개의 지방자치단체가 서로 다른 잣대로 인허가권을 행사하게 되면 과연 애초에 생각했던 명품도시를 제대로 만들 수 있을까? 현재도 홍성군과 예산군 간에 상당한 갈등과 이견이 노정되는 것을 보면 이러한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현재의 내포 신도시가 공공기관 이전이 완료되고 정주여건이 갖춰지게 되면 인구 유입이 늘어날 것이다. 초기의 인구증가는 대전을 비롯한 타 지역에서 거주하였던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지겠지만 나중에는 홍성과 예산의 인구가 내포 신도시로 유입될 것이고, 이들 두 지역의 도심 공동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내포 신도시의 성장과 발전이 홍성과 예산의 원도심 쇠락을 가져오는 모순적 결과가 나타나게 된다. 내포로부터 더 멀리 떨어진 예산읍 주민의 경우에는 원도심 위축의 두려움을 더욱 크게 느낄 것이다. 이는 내포 신도시가 조기에 뿌리내리는 데 걸림돌이 될 것임은 너무나 명확하다.

따라서 내포 신도시의 발전을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홍성군과 예산군을 통합해 하나의 행정구역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애초에 설정했던 내포 신도시의 비전을 흔들림 없이 달성할 수 있고, 홍성과 예산의 갈등과 이견을 최소화할 수 있다. 자치단체가 통합되는 과정을 보면 가장 큰 난관이 통합된 도시 명칭을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내포’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통합의 가장 큰 장애물이 제거된 상태다.

그런데 두 자치단체의 통합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아쉬운 대목이 통합에 가장 큰 책임이 있고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할 안희정 충남지사의 어정쩡한 태도다. 시간이 흘러갈수록 통합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홍성군과 예산군의 통합이 단순히 두 자치단체만의 문제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충남 전체의 발전이라는 차원에서 통합이 논의되고 결정되어야 한다. 안 지사는 통합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야 할 일차적 당사자이지 외부의 관찰자가 아니다. 혹시라도 두 자치단체의 통합과정에서 노출되는 갈등이 내년 지방선거의 득표에 불리할 것이라는 정략적 판단에서 이러한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든다. 그것은 우리가 기대하는 큰 정치인 안희정의 모습이 아니다.

Tag
#NULL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