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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칙’ 강조하다 ‘반칙’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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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칙’ 강조하다 ‘반칙’ 되다
  • 김선미
  • 승인 2013.02.15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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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의 법칙’ 조작 논란

#. 설 연휴 카우치 포테이토(couch potato) 포즈로 리모콘을 손에 들고 이리저리 채널을 마구 돌리다가 한 화면에 시선이 꽂혔다. 개그맨 김병만이 정글탐험 중 독개미에 물려 온 몸에 두드러기가 일어나고 기도까지 부어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조금씩 불어나기 시작한 두드러기는 순식간에 온 몸을 빈틈없이 뒤덮었다. 종당에는 머릿속까지 번졌는지 머리까지 긁어댔다.

아무리 방송 특성상 설정과 연출이 필수라 해도 그런 장면까지 연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실제’ 오지탐험처럼 출연자들이 위험에 방치되지는 않을 것을 알면서도 예측할 수 없는 이 같은 위험천만한 상황에 "먹고 살기 참 힘들구나"라고 중얼대며 리모컨을 고정시켰다. 예쁘장한 여자 연예인까지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을 마치 ‘실제’처럼 생생하게 보여주는 화면은 그만큼 흡인력이 있었다. 내가 본 것은 지난 달 방영됐던 재방이었다.

#. 방송에 나오는 식당 손님들의 반응은 늘 한결 같다. 세상에 태어나 이렇게 맛있는 음식은 처음 먹어본다는 듯 입 큰 개구리처럼 입을 있는 대로 떡 벌리고 쩝쩝거린다. 몸 개그는 덤이다. 이들이 실제 손님이 아닐 거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상식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반전이 있었다. 다큐영화 <트루맛쇼>는 TV에 등장하는 맛집이 어떻게 조작되고 유통되는지 그 민망한 실체를 낱낱이 파헤쳐 제법 방송 메커니즘을 안다고 여겼던 이들까지 혀를 내두르게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황당한 것은 유령 메뉴의 등장이었다. 오로지 방송을 위해 애당초 식당에 없는 메뉴까지 급조하는 것이었다. 내가 군침 흘리며 홀리듯 봤던 몇몇 식당과 음식도 이 유령 메뉴에 포함되어 있었다. 세상에나! 방송을 위해 과장과 설정은 불가피한 일이라 해도 그렇지 팔지도 않는 음식을 맛있다고 소개하다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그것은 눈속임을 넘어 사기였다.

#. SBS의 <정글의 법칙>을 둘러싼 ‘조작’ 논란이 언론과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었던 일이 확산된 데는 무엇보다 SBS와 제작진의 욕심과 솔직하지 못한 섣부른 대처 탓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뒤늦게나마 제작진이 순도 100% 리얼이 아닌 과장과 연출 가공이 있었음을 인정한 것은 다행이지만 씁쓸함은 그대로 남는다. 프로그램의 정체성과 진정성은 물론 출연진들의 진짜 고생과 땀까지 설정으로 만든 것은 물론 한동안은 시청자의 의심어린 눈초리를 받아야 할 것이다.

시청자들이 분노하는 것은 ‘리얼’이 아니어서가 아니라 ‘배신감’ 때문이다. 오랜 시간동안 그 지역에 들어가 참여 관찰하는 인류학자의 학문적 접근도 아니고 1~2년씩 찍는 정통 다큐멘터리도 아닌, 예능 프로그램에서 ‘리얼’ 오지탐험은 애시 당초 나오기 어려운 프로그램이다. 더구나 세계의 이름난 오지들도 이제는 상당부분 외부 세계에 알려졌고 문명화되어 원시부족이나 전통적인 모습을 체험하기란 쉽지 않다. 제작진들도 이러한 현실을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알면서도 ‘리얼’처럼 포장한 것이 오히려 부메랑이 된 것이다.

누구도 방송이 순도 100% 진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설정이라는 것을 알면서 감동과 재미를 느끼는 것과 ‘리얼’이라고 했는데 알고 보니 설정이었다는 것은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정치와 행정도 마찬가지다. 깨어있는 시민이라면 눈 밝은 네티즌들처럼 애시 당초 가능성 없는 일들을 마치 곧 뭔가 이뤄질 것처럼 호들갑떠는 ‘과대포장’과 ‘연출’의 국정, 시정을 ‘리얼’과 구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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