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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동설한(嚴冬雪寒), 정초한파(正初寒波)소한(小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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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동설한(嚴冬雪寒), 정초한파(正初寒波)소한(小寒)
  • 정규호
  • 승인 2013.01.03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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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동설한 정초한파!
말 만 들어도 오싹해 진다. 소한은 일년 중 가장 추운 절기로, ‘소한추위는 빌려서도 한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비켜갈 수 없는 시련의 시기이다.
그러나 어릴적 추억을 떠올려 보면, 손발이 얼면서도 썰매를 타고, 팽이를 치기를 하며 날이 저무는 줄도 모르게 놀다가 땅거미가 내려앉으면 비로소 집으로 돌아가던 기억이 있다. 가장 추운 계절에 하필이면 실내가 아니라 얼음판을 놀이터로 삼아야 하는 겨울철 놀이를 즐겼을까? 아마도 자연의 시련이든, 삶의 시련이든 최악의 상황에서 시련을 극복하는 지혜를 스스로 깨우치도록 함일 것이다. 그 방편이 바로 놀이였을 것이다. 이는 놀이가 노는 방법과 놀이도구, 놀이 법칙 등 놀이구조가 바로 삶이 영위되는 사회질서를 익히는 사회화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소한은 양력으로 새해에 들어 처음으로 드는 절기지만 24절기중 23번째 해당되며, 동지(冬至)와 대한 사이에 든다. 대체로 음력으로는 12월 초순, 양력으로는 1월 5일 무렵으로, 이 때 태양의 황경은 285도의 위치에 있을 때이다. 옛날 사람들은 소한을 5일씩 삼후(三後)로 나누어 계절의 변화를 읽었는데, 초후(初候)에는 기러기가 북으로 날아가고 중후(中候)에는 까치가 집을 짓기 시작하며, 말후(末候)에는 꿩이 운다고 하였다.
이러한 소한은 일년 중 가장 추운 절기이기 때문에 ‘엄동설한’, ‘정초한파’라고도 하였다. 그러나 다가오는 마지막 절기인 대한(大寒)이 의미로 보아 더 추울 것으로 보이지만, ‘대한이 소한의 집에 가서 얼어 죽는다."라는 속담과, ‘소한의 추위는 꾸어다가도 한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한국에서는 소한 무렵이 가장 추위가 매섭게 기승을 부릴 때이다. 이는 24절기가 중국을 중심으로 구분된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은 음력 섣달로 일년을 매듭짓는 마지막 절후로, 원래 겨울철 추위는 입동에서 시작하여 소한으로 갈수록 추워지며 대한에 이르러서 최고에 이른다고 하지만, 중국의 경험에 입각한 것이고 우리나라에서는 일년중 가장 추운 시기가 1월 5일에서 15일까지 이므로 다소 사정이 다르다. 그래서 이러한 속담이 생겨난 것이다. 한편 이 속담은 단순한 절기상의 의미를 뛰어넘어, 곧 봄이 올 것이 분명한데도 대한이라고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추위 핑계만 대는 사람에게 절기의 특징을 인용하여 일깨우고 경계하는 경우에도 사용되고 있다. 이와 비슷한 상황에서 쓰이는 속담으로는 ‘대한에 얼어 죽은 사람은 없어도 소한에 얼어 죽은 사람은 있다.’, ‘소한 얼음 대한에 녹는다.’,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 ‘소한이 대한의 집에 몸 녹이러 간다.’ 등이 전해지고 있다.
여하튼 소한은 해가 양력으로 바뀌고 처음 맞는 절기로 정초한파(正初寒波)라 불리는 강추위가 몰려오는 시기로, 농가에서는 날이 풀리는 입춘 전까지 엄동설한(嚴冬雪寒)에 대비해 땔감과 먹을거리를 집안에 충분히 비치해 두어야 하는 시기이다. 한편 이맘때 겨울철 민속놀이를 가장 많이 즐기는 시기로, 아이들은 썰매타기와 팽이치기, 연날리기 등 겨울철 놀이를 즐기며 한파를 극복하는 때이기도 하다.
추위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농한기이긴 하지만 이때부터 보리밟기를 시작한다. 보리밟기는 보통 음력 12월부터 정월까지 이루어지는데, 이는 추운 겨울 날씨 때문에 보리밭이 얼어서 부풀어 오르거나 너무 따뜻하여 보리가 웃자라는 것을 막아 보리의 성장을 돕기 위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겨울철 대표적인 레저놀이로 스키나 눈썰매 등이 각광을 받고 있지만 전통촌락사회에서는 얼음썰매타기와 팽이치기를 즐겼다. 가장 추운 계절에 가장 추운 설원이나 얼음판을 놀이판으로 삼는 것은 일맥상통하는 의미가 있다. 썰매는 지역에 따라 서르매, 산서르매, 설매라고도 부르는데, 한자표기에서 볼 수 있듯이 설마(雪馬), 설응(雪鷹) 등 눈 위를 말이나 매처럼 빠르게 달린다는 뜻에서 유래된 말이다. 이러한 썰매는 짐을 실어 나르는 썰매, 발에 신는 썰매, 아이들이 타고 노는 썰매 등이 있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건축 공사장에서 널리 사용되기도 하였는데, 수원화성 공사에서 썰매를 사용하였다는 기록이 있으며, 17세기 창경궁, 창덕궁의 재건 공사에도 물건을 나르는 도구로 썰매를 사용하였다고 한다. 한편 아이들이 타고 노는 썰매는 어린이가 앉을 만한 크기의 판자 밑에 각목을 나란히 붙여 대나무나 쇠줄을 박아 만든 것으로 눈이나 얼음 위에서 잘 미끄러지도록 만들었다. 썰매타기는 편을 나누거나 혹은 개인별로 빨리 달리기, 술래잡기, 어려운 구간 통과하기 등 다양한 놀이 방법이 있었는데, 바로 놀이를 통하여 사회조직, 규범, 질서, 협동심, 위기대처능력, 개인역량 등을 체득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썰매타기와 함께 즐겼던 팽이치기는 눈이나 얼음판 위에서 아이들이 팽이를 돌리며 노는 놀이로, ‘팽이’는 조선조 문헌에 ‘핑이’로 기록된 것이 있는데, 이는 어떤 물체가 빙빙 돌거나, 핑핑 돈다는 뜻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팽이는 둥근 나무토막의 한쪽 끝을 뾰족하게 깎아 원추형으로 만든 것으로, 채로 감았다가 풀면서 회전력을 살려 채로 치면서 노는 놀이이다. 한쪽만을 깍은 말팽이, 양쪽을 깍아 만든 장구팽이, 상수리나무 열매로 만든 상수리팽이 등이 있는데, 소나무의 관솔이나 박달나무, 향나무, 팽나무와 같이 무겁고 단단한 나무를 깎아 좌우대칭이 되게 만들었다. 한편 팽이를 치는 채는 싸리나무 같은 막대기 한 끝에 끈을 달아 만들며, 이를 가지고 팽이가 도는 방향으로 때리면 빠른 속도로 오래도록 돈다. 끈으로는 헝겊이나 닥나무껍질등을 이용하였다. 이 놀이 또한 혼자서 하거나 여럿이 편을 갈라 오래 돌리기, 상대편 팽이 쓰러뜨리기 등 다양한 놀이 방법이 있다. 주로 강가, 연못, 논바닥의 얼음판에서 놀이를 하였다. 이러한 팽이치기 또한 눈과 손, 눈과 팔의 협응력을 기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관성의 법칙 같은 자연의 원리나 법칙을 배우는 기회를 제공하며, 팽이 만드는 과정을 통해 창의성을 기를 수 있는 사회화의 과정인 샘이다.
삼복더위에 더운 음식을 먹으며 더위를 식혔듯이 한 겨울의 중심에 있는 소한에는 차갑게 해서 먹으면 더욱 깊은 맛이 나는 찬 음식을 먹으며 추위를 날렸다. 이 무렵 시절식으로는 식혜를 비롯하여, 메밀묵, 동치미 등을 시절식으로 즐겨 먹었다.
오늘날 다양한 난방문화의 발달과 지구온난화로 인하여 소한추위의 진면목은 느낄 수 없다. 또한 다양한 실내 놀이공간의 확산은 우리 아이들의 계절놀이를 잊게 하고 있는 실정이다. 혹한의 추위를 가장 추운 곳에서 놀이를 통하여 즐기며 극복하던 겨울철 민속놀이는 일생을 살아가면서 자연의 시련이든, 사회의 시련이든, 극복할 수 있는 지혜와 슬기를 체득하는 삶의 한 방편이다. 올 겨울방학에는 찜질방과 PC방을 벗어나 추운 겨울을 즐길 수 있는 놀이의 장으로 우리의 아이들과 함께 떠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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