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겨운 겨울속으로 들어가 보자!
장독대에 소복히 쌓여 있는 풍경을 뒤로하고 어머니는 시린 손 마다 않고 가마솥에 불을 지피며 아침을 준비하시고, 아버지는 마당과 골목길의 눈을 쓸고 계신다. 대설 무렵 정겨운 겨울풍경의 한 장면이다. 점 점 정겨운 겨울 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시절이다. 점 점 정겨운 겨울 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시절이다.
이러한 대설무렵 절기에 대하여 19세기 중엽 소당(嘯堂) 김형수(金逈洙)의 ‘농가십이월속시(農家十二月俗詩)’에서는 ‘ 때는 바야흐로 한겨울 11월이라, 대설과 동지 두 절기 있네, 이달에는 호랑이 교미하고 사슴뿔 빠지며, 갈단새 울지 않고 지렁이는 칩거하며, 염교는 싹이 나고 마른 샘이 움직이니, 몸은 비록 한가하나 입은 궁금하네’라고 노래하고 있으며 농가월령가 11월령에는 ‘11월은 중동이라 대설 동지 절기로다, 바람 불고 서리치고 눈 오고 얼음 언다, 부네야 네 할 일 메주 쑬 일 남았도다, 익게 삶고 매우 찧어 띄워서 재워 두소’ 라고 노래하고 있다.
한편 이 시기는 한겨울에 해당하는 시기로 대설 무렵 눈이 많이 오면 다음해에 풍년이 들고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다는 속설이 전해오고 있는데 이는 보리의 작황과 연관이 있다. 보리의 작황과 관련하여 ‘눈은 보리의 이불이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는 눈이 많이 내리면 눈이 보리를 덮어 보온 역할을 하므로 동해(凍害)를 적게 입어 보리 가 풍년이 든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이 무렵 농가에서는 소설무렵 만들었던 메주띄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장(醬)은 일 년농사 못지 않은 가정의 중대사중의 하나이다. ‘되는 집안은 장맛도 달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장맛은 가정 부녀자의 최대 과제중의 하나이다. 이러한 장맛의 근본은 바로 메주띄우기에서 시작되는데 메주가 잘 발효가 되어야 장맛이 좋기 때문이다. 메주를 만들어 햇볕에 일정기간 겉말림을 한 메주는 곰팡이가 잘 번식할 수 있도록 발효를 시키는데, 따뜻한 아랫목에 이불을 덮어 곰팡이가 잘 필 수 있도록 보관하였다. 그러나 요즘은 항온항습제어시스템을 이용하여 일율적으로 곰팡이가 잘 필 수 있도록 발효실을 건조하여 이용하기도 한다.
대설 무렵 눈이 많이 오면 여러 가지 생활에 장애를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산간촌락에서는 대설로 인하여 이동이 힘들어 지며, 눈이 녹을 때까지 집안에서 생활만 하여야 한다. 그래서 여러 가지 눈길을 이동할 수 있는 생활용구를 만들어 사용하였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은 설피(雪皮)이다. 설피는 겨울철 눈이 많이 쌓이는 강원도 산간지역과 제주도, 함경도 등지에서 눈에 빠지거나 미끄러지지 않도록 신발에 덧대 신었던 넓적한 덧신으로 살피라고도 하였다. 설피는 다래나무나 노간주나무의 껍질을 벗기고 뜨거운 물에 담가 타원형으로 구부려서 틀을 잡고, 가래나무로 틀의 가로, 세로를 엮은 다음 양쪽에 칡 끈이나 삼끈, 새끼를 달아 신발과 발목에 고정시킬 수 있게 만들었다. 이러한 설피는 바로 눈과의 접지면적을 넓혀 눈 위에서 활동하기 쉽게 만든 용구인데, 이동뿐만 아니라 특히, 겨울철 수렵활동을 때에는 스키 같은 긴 나무신발을 신고 빨리 갈 수 있었다.
본격적인 한겨울의 시작인 대설에는 구들방에 둘러 앉아 한담을 나누며 고구마나 밤을 구어 먹고, 차갑게 먹으면 더욱 그 깊은 맛이 나는 ‘동치미’를 시절식으로 즐겨 먹으며 여유로운 겨울을 보냈다. 또한 이 듬해 사용할 생활용구를 만들고, 종자씨앗을 관리하며 이듬해 농사를 위한 마음가짐을 다듬기도 하였다.
조상들의 겨울나기 풍속에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슬기롭게 즐기는 정신문화가 깃들어 있다. 현대사회에서 겨울은 연말연시에 대한 의미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조상들의 겨울나기 풍속을 근간으로 내 년을 위한 충전을 착실하게 하는 올 겨울을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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