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 재해기업 처벌법’이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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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 재해기업 처벌법’이 필요한 이유
  • 박승권
  • 승인 2020.12.04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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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권의 백 살까지 일하기] 일하다 죽지 않는 사회를 위한 충격요법
아파트 재도색을 하는 인부들. 외줄을 타고 작업하는 모습이 아찔하지만 누군가는 해야하는 일이다. ⓒ정은진
자료사진. 아파트 재도색을 하는 인부들. 외줄을 타고 작업하는 모습이 아찔하지만 누군가는 해야하는 일이다. ⓒ정은진

평소 뉴스를 보다 보면 일하다 사망한 노동자의 소식은 쉽게 접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사고의 책임자가 구속되거나 고액의 벌금형 선고 소식은 접하기 쉽지 않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사망사고 대다수가 불가항력이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노동자 개인의 과실이나 위법한 행동 때문일까? 많은 전문가는 그 이유가 ‘가장 직접적인 원인행위를 한 사람과 사업장 내 실질적 권한을 가진 사람이 달라서’라고 대답한다.

실제 많은 사업장 내 안전보건을 담당하는 관리자 지위는 생각보다 그리 높지 않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사업장 생산성 향상에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지원’하는 역할로 인식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 때문에 현장의 위험을 아는 노동자나 관리자는 이를 개선할 ‘권한’이 없다. 게다가 이들 입장에서는 괜한 이야기를 꺼냈다가 볼멘소리만 들을까 봐 위험을 인지하면서도 본인 선에서 감당하려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문제는 해당 권한을 가진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그 위험성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 이들이 적극적으로 현장 위험 방지를 위한 체계와 문화를 만들어가려 하는 경우도 보기 힘들다. 오히려 이들 입장에서는 현장의 위험 방지의무를 소홀히 하는 조직문화를 방조, 용인하는 경우가 적지 않을지 모른다.

올해 11월 완공을 목표로 두고 있는 세종시립도서관 공사현장에서 건설 근로자가 건립에 한창 열중하고 있다. 
공사현장 자료사진. 건설 근로자가 건축물 건립에 한창 열중하고 있다. ⓒ정은진

이는 안전보건 업무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책임도 위임했다고 여기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실제 사고가 일어난 뒤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해 ‘법’의 칼을 뽑았을 때, 그 칼을 어디로 향할지 정하는 것조차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관리자나 현장 소장에게 칼날을 들이대야 할까? 그렇게 하기에는 이들도 실질적 권한을 가지지 않은 일개 노동자일 뿐인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칼날을 들이대야 할까? 현행법상 쉽지 않다. 이들은 권한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위험 방지와 관련한 직접적인 행위를 하는 사람이 아니다 보니 고의가 아닌 과실범으로 취급되기 쉽다. 더군다나 해당 사건이 어느 수준으로 심각한 과실이었는지를 입증해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아니 정말 어렵다. 이 때문에 법원에서 노동자가 사망한 중대 재해에 대해서 피고인에게 선고하는 징역·금고 기간이 1년이 채 되지 않으며, 벌금도 500만 원에 못 미치는 것이 현실이다.

그뿐 아니라 대다수 중대 재해는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에게서 일어나는데 원청은 해당 노동자와 직접적 근로계약 관계에 있지 않아 보호 의무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요구되기 때문에 원청에 책임을 묻기도 쉽지 않다.

중대 재해기업 처벌법과 관련해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쓰는 표현 중 하나가 ‘실질적’이라는 표현이다. 그간 중대 재해에 대한 책임자 처벌이 얼마나 ‘형식적 책임자’ 추궁에 그쳤었는지를 유추할 수 있다. 사실 중대 재해기업 처벌법 제정의 목적은 처벌의 강도보다는 처벌의 범위를 확대하고자 함이 더 크다.

중대 재해가 일어났을 때, 책임의 소재를 가려내는 것은 분명 중요하다. 산업안전보건법 1조에도 이 법의 목적은 ‘안전보건 의무에 관한 책임의 소재를 명확하게 해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도 이 법만 가지고는 책임의 소재가 명확히 잘 가려지기 힘들다. 이를 가려내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명확한 위반 사항만 따질 것이 아니라 ‘왜’ 그렇게 위반할 수밖에 없었는지 실질적 원인을 찾아내야 하는데 실상은 그러지 못하다.

박승권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박승권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유성선병원 직업환경의학센터 진료과장
일터건강을 지키는 직업환경의학과 의사회 대전·충청 지부대표

중대 재해를 포함한 산업재해는 ‘사후처벌 중심’이 아닌 ‘사전예방 중심’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동의한다. 중대 재해가 일어났다는 결과 중심이 아니라, 평소에 재해 예방 주의를 얼마나 기울였는지를 통해 해당 사업장을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행법에서는 사업주에게 재해 예방의 동기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처벌의 강도와 범위를 강화함으로써 사업주에게 재해 예방 주의를 환기하는 것을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노동자와 관리자가 사업주에게 위험 개선을 요구하는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니 사업주가 적극적으로 노동자와 관리자에게 재해 예방에 대해 얘기를 듣는 체계로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

지난 11월 13일은 전태일이 세상을 떠난 지 50주기가 되는 날이었고 다가올 12월 11일은 故 김용균 군이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망한 지 2년이 되는 날이다. 1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낸 ‘중대 재해기업 처벌법’ 국민청원은 김 군의 어머니가 내신 것이다. 24세 청년이 위험의 외주화 구조 속에서 2인 1조 근무가 지켜지지 못해 생을 달리하는 일이 또 반복되지 않으려면, 이제는 정말 권한 있는 자에게 중대 재해의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을까?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은 재범의 비율이 매우 높은 특징이 있다. 이는 이 법에 따른 처벌이 예방에 효과를 주고 있지 못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꼬리만 잘라서는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도마뱀의 꼬리는 잘라봤자 금방 자라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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