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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암의 4%는 ‘직업성 암’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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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암의 4%는 ‘직업성 암’ 때문이다
  • 박승권 전문의
  • 승인 2021.02.03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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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권의 백 살까지 일하기] 직업성 암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안전보건공단 안전사고 예방 안내 이미지 ⓒ 안전보건공단

역사상 최초로 보고된 '직업성 암'은 250여 년 전 영국에서 굴뚝 내부를 청소하는 어린 소년들에게 집단으로 발생한 음낭암이다. 원인은 검댕. 그렇다면 그 이전에는 직업성 암이 없었던 걸까? 절대 그렇지 않다. 굴뚝청소 소년들의 음낭암은 최초로 ‘찾아낸’ 직업성 암이지 최초로 ‘발생한’ 직업성 암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의사는 암을 진단하는 역할에 국한될 뿐, ‘직업성 암’이라고 원인까지 진단해주지 않는다. 직업성 암이라고 해서 비직업성 암과 증상이나, 영상 검사 등에서 차이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직업성 암은 환자 본인이 찾아내려는 노력이 없으면, 다시 말해 ‘일 때문이 아닐까’라고 생각해보지 않으면 진단되기 어렵다.


◎ 직업성 암의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미국 국립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서는 적게 잡아도 전체 암의 4%는 일 때문이라고 보고한 적이 있다. 연구자마다 다르지만, 일부에서는 10%까지 추산하기도 한다. 장기 별로 따지자면 어림잡아 폐암은 10%, 방광암은 20% 이상이 일 때문에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유해물질과 직업성 암 예방을 위해 만든 이미지 ⓒ 안전보건공단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직업성 암을 인정받는 건수는 연간 200건 내외다. 유럽 선진국과 비교해보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4%는커녕 0.1%의 직업성도 인정해주지 않고 있으며, 이는 직업성 암 발병에 따른 부담을 오롯이 노동자 개인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직업성 암이 적게 인정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직업성 암은 처음 발암물질에 노출된 시점부터 발병까지 일정한 기간(잠복기)가 길기 때문이다.

혈액암을 제외하고는 첫 노출부터 10년이 넘지 않은 경우는 대개 직업성 암이라 보기 힘들다. 이런 이유로 10여 년 전부터 발암물질에 노출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노동자 본인이 입증해야만 하는 어려움에 당면해 있다.

또한 암 발병 시 이직이나 퇴직 후 시점이 대부분이라 당시 작업환경을 입증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도장업이나 용접 등 고위험군에 속하는 특정 업종은 사실관계만 입증되면 산재를 인정해주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 산재보험에서 주로 인정하는 직업성 암과 발암물질은 어떤 것이 있을까?


가장 흔한 암은 폐암이며 전체 신청 건수도 압도적으로 많을 뿐 아니라 승인율도 높다.

아무래도 폐는 장기 특성상 발암성 물질과 직접 접촉하는 곳이기 때문에 직업성 암의 표적 장기가 되는 경우가 많다.

현행 산재법상 폐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인정하고 있는 인자는 석면, 니켈, 카드뮴, 라돈, 비소, 유리 규산, 콜타르, 검댕, 전리방사선 등이다.

그다음으로는 벤젠, 포름알데히드, 전리방사선 등에 의한 백혈병을 들 수 있다. 다른 장기 암은 차치하더라도 상기 두 가지 암을 진단받았을 때는 직업과의 연관성을 한 번쯤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안전제일이라고 써진 세종시 모 공사현장에서 굴착기와 함께 작업하고 있는 건설근로자. 굴착기 작업시 안전모를 필히 착용해야 하지만 미착용되어 있다(왼쪽). 또 다른 건설 현장 역시 건설 근로자는 안전모 미착용에 행인들을 위한 안전 펜스 또한 설치되어 있지 않다(오른쪽). 
안전제일 팻말을 표시하고 공사중인 세종시 건설현장. 자료사진 ⓒ 정은진 기자

◎ 직업성 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유해한 물질을 취급하는 사업장은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노동자가 쉽게 볼 수 있는 장소에 게시, 비치하게끔 규정하고 있다.

발암성 등을 나타내는 그림문자. 이 표시가 있으면 해당 물질은 발암물질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
박승권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em>유성선병원 직업환경의학센터 진료과장</em><br><em>일터건강을 지키는 직업환경의학과 의사회 대전·충청 지부대표</em>
박승권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유성선병원 직업환경의학센터 진료과장
일터건강을 지키는 직업환경의학과 의사회 대전·충청 지부대표

일반인에게는 해골과 뼈가 교차한 그림으로 많이 인식되어 있을 것이다. 과거에는 해골표시가 일반 독성과 발암성을 모두 포괄하여 광범위한 의미로 사용했으나 지금은 짧은 시간에 과다 노출될 경우 중독이나 사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물론, 발암성 물질의 취급 자체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이는 현대 사회에서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이러한 자료 확인을 통해 본인이 사용하는 화학물질의 유해성을 인지하고, 보호구 착용 등을 통해 노출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직업성 암 예방에 있어 현실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발암 작용은 노출 역치가 없어 안전한 노출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미량의 노출이라도 그 영향을 간과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난 12월에는 한 철강업계 노동자 8명이 집단으로 직업성 암을 신청한 일이 있었다. 이를 계기로 직업성 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져 보다 많은 노동자가 보호받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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