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몸으로 기자 일, 힘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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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몸으로 기자 일, 힘들죠?"
  • 정은진 기자
  • 승인 2020.08.19 06:42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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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다시 찾아온 양성평등 주간, 여자의 몸으로 살아가는 2020년 현 사회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 여전, 고위직 주류는 남성... 작은 변화는 감지
'군입대와 험한 일, 극한직업', 그 몫은 남성... 역차별 함께 해소해야
ⓒ정은진

[세종포스트 정은진 기자] "여자 몸으로 기자 일, 힘들죠?" 

지난 7월 장마가 쏟아지던 어느 날, 조치원에서 취재를 마치고 신도시로 향하던 택시 안. 필자는 운전기사에게 이런 말을 듣는다. 의도치 않게 밝힌 직업을 직업 그 자체가 아닌 '여성'으로 받아들였나 싶어 답변을 고심하던 차, 그는 재차 말을 이어간다. 

"남자 기자야 고위직 사람들이랑 술 한잔 마시면서 회포 풀면 기삿거리 줄줄 나올텐데, 여자는 그것도 안되고."

적막하게 흐르는 침묵 사이로 그의 말을 곱씹어보니 공직사회의 주된 성은 여전히 '남성'임이 각인됐다. 또 그들을 대할 필자를 직업인 그 자체의 시선 대신 '여성'이란 틀로 바라보는 현실에 눈뜨게 했다.  

석연치 않은 질문에 답변은 입속을 맴돌았다. 택시를 타기 직전, 기상청 날씨를 믿고 차마 못챙긴 우산에 스콜성 비를 쫄딱 맞고 취재를 한 터라 꼴이 말이 아니었고 더불어 시트가 빗물에 젖어 택시 기사에게 미안한 마음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미안함은 곧 가셨다. 택시기사의 질문을 무마하려 "여기가 어딘가요?"라고 물은 질문에 기사는 "거기도 몰라요? 세종시 온지 얼마 안됐어? 뜨내기네"라는 식의 무시하는 발언을 이어갔기 때문. 

"뜨내기가 잘못된 건가요? 저에겐 배워가고 모르는 것은 묻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술 한잔 마셔서 캐내는 기삿거리라면 저는 쓰지 않습니다" 라고 날이 선 답변을 하고 싶었다. 이 말은 끝내 하지 못한 채, 신도시로 가는 길까지 말을 잇지 않았다. 

'무의식적 성차별' 어디까지 

지역사회에 팽배해있는 무의식적인 성차별은 어디까지 일까. 올 들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n번방 사건과 성추행을 고발하는 미투 운동, 그리고 정의당 류호정 국회의원의 원피스 이슈는 성 차별에서 비롯된 부정적 단면이다. 

세종시민 A 씨는 지역 인터넷 커뮤니티에 고민을 토로했다. "육아 휴직을 하려 했더니 퇴직을 권고했다. 엄연한 불법인데도 불구하고 나는 회사를 그만둬야 한다. 10년이 넘게 다닌 회사다. 고민이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시민 B 씨는 "남편과 나는 둘다 일을 하는 맞벌이 부부다. 하지만 아이를 어린이 집에 보내고 하원시키는 건 늘 나의 몫이다. 이후 저녁밥까지 고민하고 차려내야 한다. 삶에 여유가 없는데 남편에게 말하면 이게 불평등인 건지 인식조차 못한다"는 고충을 털어놓았다. 

시민 C 씨는 "남편이 회식하는 것은 당연한 거지만 나는 아니다. 내가 회식하고 사회생활을 할때는 늘 남편에게 허락을 구해야 한다. 회사를 다닐때도 직장 상사는 손을 슬쩍 만지거나 "살이 너무 쪘네?"라는 발언을 한다. 이는 모두 성차별을 넘어 성추행에 해당한다"고 토로했다. 

시민 D 씨의 이야기도 무의식적 성차별의 이면을 보여준다. 최근 그는 세종시 인터넷 커뮤니티에 국립 국어원이 제시한 '도련님과 서방님 대신 이름을 부르라'는 성차별 호칭 개선 안내서 발간 내용을 공유했다.

그러자 다른 이들에게 댓글로 뭇매를 맞았다. 긍정의 댓글도 있었으나 '별게 다 불평등이다' '할일 더럽게 없다'는 식의 조롱 섞인 댓글들을 맞이해야 했다.  

뿐만 아니다. 아이를 낳고 다시 일을 하려던 차 "애키우는 아줌마가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겠어?"식의 시선을 받는 일도 흔하다. 애를 낳기 전까지 지속적으로 일을 해왔던 긴 시간을 부정하는 편견 속에서 많은 여성들은 정식 고용의 길에서 비껴나야만 했다. 

9월 2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2020 양성평등 주간행사. (자료=세종시)

세종시 고위 공직사회 여성 몇 %? 아직 멀었지만 노력 중

'21대 총선으로 선출된 현 세종시 국회의원 여성 0명', '세종시의회 의원 18명 중 여성 의원 5명', '역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역대 청장 11명 중 1명', '역대 세종특별자치시장 및 세종시교육감 3명 중 0명', '세종시 2000여명 공직자 중 여성 과장급 인사는 4명 수준'.

세종시 선출직 및 일반직 고위 공직사회의 여성 진출 현주소다. 세종시교육청은 지난 6월 교육자원 봉사자 이름에 '조이맘'을 붙여 성차별적 이름이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물론 지역 공직사회는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고 성차별 간극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무던히 하고 있다. 공직에서 여성의 비율은 점점 높아지고 있으며, 성차별을 줄이려는 각종 행사들이 세종시에서도 개최되곤 한다. 매년 양성평등 주간에 꾸준한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스포츠 토토 여성 축구단 지원 등도 하나의 사례다. 

오는 9월 2일 어진동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선 2020 양성평등 주간 행사가 다시 찾아온다. '평등을 일상으로', '다름을 존중하고 함께하는 세종을 만든다'는 명목 아래 행사가 진행된다.

예년과는 다르게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생중계가 되며, 오는 28일까지 사전 행사인 'SNS를 활용한 인증샷 이벤트' 또한 연다. 이 행사는 매년 진행되며, 국제 행사인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 행사에는 세종시의 12개 시민단체가 참여해 목소리를 높이고 정치권과 공공기관에서도 이날을 기념하기도 한다. 

지난 8월 3일,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군대 입소를 위해 논산 훈련소에 들어가고 있는 남성 청년들. 군문화는 남성에 대한 역차별적 요소로 꼽힌다. ⓒ정은진

험한 일 여성은 하지 않아... 남성에게 보호받지 않는 노동 환경에 뛰어들어야 사회 변화

'역시 여자라서', '여자라서 그래'라는 인식과 더불어 '여성 영화감독', '여성 기자', '여성 작가', '여성 스포츠 선수', 직업 앞에 '여성'이 붙는 것은 부지기수다. 왜 '여자라서'라는 말과 직업에 '여성'을 굳이 붙이는 걸까.

과거에는 사회생활과 직업이 남성의 전유물이었다. 여성이 사회에서 일을 하는 것은 무척 드문 일이었으며, 여성이 사회에 진출해 고위직을 얻는 것은 세습이 아닌 이상 거의 불가능한 일에 가까웠다. 

이러한 문제는 현재 완화되었다고는 하나, 아직도 완벽한 해소가 되지 않은 이유는 직업 앞에 따라 붙는 '여성' 프레임이 자연스럽게 받아 들여지고 있어서다.  

필자가 내놓은 의견에 남성 A 씨는 "직업 앞에 '여성'이 붙는 것은 아직도 직업이란 사회생활 자체가 남성의 시각으로 바라봐 지는 것"으로 해석하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러면서 남성이 처한 역차별 상황에 대해서도 환기했다. 그는 "여성은 남성이 하는 험한 일은 하지 않으려 한다. 여성이 고위직을 얻는 유리 장벽에만 혈안되어 있을 뿐, 건설 근로자와 특수노동자들처럼 험한 일에는 시선을 두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또 "현재 코로나 19의 상황에서도 몇 십만 장병들이 군대로 간다. 그들은 대부분 남자다. 위험한 노동환경과 군대 훈련소에서 여성은 어디에 있나? 이것은 명백히 잘못된 성차별, 역차별"이라며 "대부분 남성들 또한 고위직을 얻지 못한 채 여성들처럼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필자 또한 그의 말에 동의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이 과거였고 현재이기 때문. 미래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어쩌면 현 여성 세대가 짊어진 숙제일수도 있다.  

남성에게 보호 받지 않는 노동 환경에 여성들 또한 뛰어드는 것. 그때야 비로소 성 평등의 목소리는 그 구색을 맞추게 되는 것이 아닐까. '험한 일은 하지 않고 평등을 외치는 여성'.

앞서 택시 기사가 필자에게 던졌던 "여자 몸으로 기자 일 하기 힘들죠?"란 질문이 오버랩되며 현재 여성이 외치는 '성 평등'의 위치를 직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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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2020-08-28 23:36:30
기자하신지 오래되셨나봐요?
시민기자로 알고 있었는데 아니었군요? 화이팅..!

121 2020-08-19 15:23:07
중심을 지키려는 노력이 보이는 기사네요. 참고로 저는 남자입니다.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또르르 2020-08-19 14:31:39
평등을 누구나 원하기는 하지만 그평등도 누구의 희생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모든분들의 삶이 행복해지길^^

세종시주민 2020-08-19 09:02:06
진정한 양성평등은 남녀가 하는 일 또한 평등해야 하고, 앞으로 페미니즘 운동은 남녀가 진정으로 평등하게 되어야 할 겁니다. 그 시작으로 먼저 남녀 모두 평등하게 사병으로 군에 입대하기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요? 페미니즘 정부를 표방하는 문정권이 남성 청년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것도 현재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로 나타나는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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