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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그리는 ‘부강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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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그리는 ‘부강성당’
  • 김수현
  • 승인 2012.11.0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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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웅진 신부의 출신 성당, 영화와 드라마, 신혼사진 촬영지로 유명

시월의 마지막과 닿아 있는 부강성당(주임신부 : 김선우 프란치스코 하비에르)은 가을과 닮아 있었다. 한적하고 아담한 배치, 고색창연한 건물, 오밀조밀한 정원과 종탑이 어우러진 목가적 분위기는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노랗고 빨갛게 물든 잎사귀는 그 생명력을 다해 하염없이 떨어지고 있었다. 가을국화는 진한 향기를 발산하며 마지막 자태를 오롯이 뽐내고 있었다. 부강성당은 그렇게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부강성당은 세종시 부강면 부강리에 있는 청주교구 소속의 가톨릭 교회이다. 1957년 8월 15일 설립되었으며 주보성인은 ‘성모 성명’이다. 성당 건물은 1961년에 건립되었고 1950년대 성당 건축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청주교구 내덕동 주교좌 성당을 본떠 만들었다.

하늘에서 보면 전체적으로 십자가 모양을 하고 있으며 평면구성은 장방형이다. 제단 좌측에 주일학교, 우측에 제의실이 있고, 제의실과 이어져 사제관이 증축됐다. 목조 트러스 위에 일식기와를 얹어 지붕을 만들었고, 내부 바닥에는 마루가 깔려 있으며 천정은 목조 평천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비룡공소는 부강성당이 관할하는 공소로 청원군 남이면 비룡리 89-2번지에 있다. 1907년 공주성당(현 공주 중동성당)의 공소로 설정되었으며, 1914년 일시적으로 본당으로 승격되었으나 1919년 다시 대전성당(현 대전 목동성당)의 관할을 받았다. 1932년 청주성당의 관할공소로 변경되었다가 1957년 부강성당의 설립과 동시에 부강성당 관할공소가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부강성당은 부강 사람들의 일상사와 궤를 같이 했다. 한국 전쟁 직후, 오후 세시가 되면 부강 성당의 종소리가 부강 일대에 고즈넉하게 퍼져 나갔다. 이 소리를 들은 아이들은 손에 그릇을 하나씩 들고 성당으로 모여들었다. 당시 선교 일환으로 이루어졌던 구휼사업으로 성당에서 옥수수죽을 나눠 주었는데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에는 아이들에게 유일한 간식거리였다. 구호물자로 옥수수죽과 우유가루, 옷을 나눠주기도 했다.
또한 성당은 아이들에게는 마음껏 뛰어노는 동네 놀이터이기도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부강성당의 문은 늘 개방되어 학교를 마친 아이들에게는 때론 마음의 안식처로, 때론 여유로운 쉼터로, 때론 왁자지껄 뛰어노는 놀이터로 다양한 기능을 했다. 태권도 심사 시험을 성당 공터에서 할 정도로 성당의 문은 항상 열려 있었다.

부강성당은 예나 지금이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부강 사람들이 작품의 이름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황신혜와 최명길 주연의 드라마 ‘사랑은 없다’의 촬영지였고, 김혜수 주연의 드라마도 이곳에서 찍었다고 한다. 성당은 연예인 뿐만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사진 촬영지로 정평이 나있다. 특히 신혼부부의 사진촬영지로 유명하여 봄날 꽃이 흐드러지게 필 때면 성당을 찾는 신혼부부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부강성당은 이 지역 출신의 오웅진 신부가 세례를 받고 사제서품을 받은 곳이기도 하다. 오웅진 신부는 군대 입대하기 전날 부강성당에서 평생 가난한 사람을 위해 살겠다는 종신서원을 했다고 한다. 오웅진 신부는 부강의 인근 지역인 청원군 현도면에 ‘꽃동네’를 설립하여 1996년 필리핀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하고 1998년 꽃동네 현도사회복지대학교를 설립했다. 부강성당 출신 신부로는 오웅진 요한 신부, 김영환 프란치스코 신부, 강성호 안토니오 신부 등이 있다.

부강성당 부지 내에 위치한 게이트볼 경기장에서는 어르신들이 게이트볼 경기를 하고 있었다. 게이트볼을 즐기시는 어르신들을 위해 성당에서 부지를 제공한 것이다. 또 옆에는 학교를 마친 어린이가 낙엽을 밟으며 사색에 잠겨 있었다. 부강성당은 오늘도 그렇게 부강 사람들 곁에서 호흡을 함께하며 걸어가고 있다.

김수현 기자 nanum@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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