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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문화자산 ‘독락정·임씨가묘’, 흉물 전락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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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문화자산 ‘독락정·임씨가묘’, 흉물 전락하나
  • 정은진 기자
  • 승인 2020.05.22 09:1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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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문화재보존 실태 #1] 방치 그 자체, 문화재자료 지정 의미 퇴색
추가 복원작업 명목, 후속 작업은 하세월… ‘관리와 보존’ 손놓은 LH
세종특별자치시 문화재자료 제8호로 지정된 문화유산 독락정의 보존 관리가 시급하다. 

[세종포스트 정은진 기자] 최근 한 방송국에서 방영된 테마기행 '길'에 나온 첫 장면의 장소는 세종시 나성동에 위치한 독락정이다.

고즈넉한 독락정의 모습과 소나무 숲, 금강 유역의 아름다운 풍경이 함께 방송되며 시민들의 이목을 이끈 독락정의 실제 모습은 방송과 유사할까.

프레임 세종에서 그 실체를 확인해봤다. 

금강 수변공원에서 바라본 한두리대교와 독락정
조선 전기의 문화재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12년 12월 31일 세종특별자치시 문화재자료 제8호로 지정된  나성 독락정

독락정은 고려 말의 전서 임난수가 조선왕조의 역성혁명에 반대하여 금강변 월봉 아래 은거하며 생활하던 역사적 유래가 깊은 곳에 세워져 있다. 또한 독락정 입구에는 2012년 2월 31일 지정된 세종특별자치시 향토문화유산 제42호의 '임씨가묘'도 위치해 있다. 

임씨가묘는 앞서 말한 고려 말 충신 임난수 장군의 제사를 모시는 사당으로 독락정과 그 맥락을 함께하는 역사적인 장소다. 임난수는 공민왕 23년인 1374년인 32세때 최영 장군과 함께 탐라를 정벌하여 큰 공을 세운 인물이다. 당시 오른쪽 팔이 적에게 잘리자 잘린 팔을 화살집에 꽂고 계속 싸워 승리했다는 일화가 전해져 온다. 

그는 11개의 벼슬을 거쳐 공조 전서에 올랐으나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자 이에 반발한 그는 관직을 버렸고, 지금의 세종시 연기면 양화리에서 생을 마감했다. 

임난수가 죽은 뒤, 그의 아들이자 양양도호부사였던 임목이 독락정을 건축하여 선인의 얼을 기념해오던 중 1422년, 세종 4년에 비석이 건립되고 세종 19년인 1437년에 독락정이 지어졌다. 

세종은 임난수의 공을 기려 신숙주의 아버지 신장에게 명하여 사당에 '임씨 가묘'라고 쓴 액자를 내리고 현재 독락정이 있는 나성리 일대와 양화리 부근으로 추측되는 지역의 토지를 상으로 주기까지 했다. 그곳이 바로 지금의 세종시 나성동 금강유역이다. 

당시 세종이 그에게 내려준 글에는 '시기를 도울 만한 기략을 운영하고 세상을 덮을만한 공훈을 세웠다'라고 그의 행적을 칭찬하는 내용이 있으며 숙종5년 1679년에 그의 8대 후손이 임난수의 묘를 보수하던 중에 376자의 지석(조상의 계보를 적은 도판)을 발견하기도 했다. 

이처럼 독락정과 임씨가묘는 세종대왕의 이름을 따와 만든 세종시와도 연관성이 높은 곳 중 하나다.  

독락정은 그 후 여러 차례 고쳐 지어졌지만 조선 전기의 문화재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12년 12월 31일 세종특별자치시 문화재자료 제8호로 지정됐다.

독락정 근처에는 큰 소나무가 우거져 있으며, 넓은 들 가운데에 있는 나성을 등지고 있고, 앞에는 금강이 흐르는 곳에 자리잡아 관광자원으로서도 충분한 곳이다. 또한 세종시의 랜드마크인 한두리대교를 조망할 수 있어, 앞서 언급한 세종시를 테마로한 다큐멘터리 첫 장면에 등장할 정도로 주목받기도 했다. 

자연석 무더기가 흉측하게 방치되고 있는 독락정 입구
훼손된 천에 뒤덮여진 독락정의 출입구

하지만 실제로 가본 독락정은 기대했던 모습과는 달랐다. 

현재 세종시 관할이 아닌, LH에서 관리중인 나성 독락정. 따로 조성되어 세종시에서 관리하고 있는 독락정 역사공원의 깔끔한 모습과는 상이한 모습이었다. 세종시청과 행복청에서도 지역 시민 기자단을 통해 이곳에 대해 관광목적의 취재와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발단은 이러했다.

지난 2018년 이곳에 임난수 장군의 충효사상 배움터였던 '기호서사' 강당터까지 확인되면서 유적조사가 다시 이뤄졌다. 당시 발굴팀이 학술조사를 거쳐 복원 작업을 진행했는데, 보존차원이란 명목으로 파란 천만 뒤덮어 놓았고 그마저도 방치돼 흉측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관리소의 깨진 유리와 유적으로 보이는 훼손된 무덤. '문화재를 보존하고 있다'는 문구와 대비된다. 
보존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방치되고 있다. 
물이 고여 풀이 자라나고 있는 출입구 주변
그나마 멀쩡한 향토유적 제42호 임씨가묘 비석

독락정으로 향하는 입구부터 문제다. 입구 주변에는 정비를 하기 위해 마련해둔 자연석들이 위험하게 쌓여져 있었으며 임씨가묘를 관리하던 관리소는 현재 깨진 유리가 나뒹구는 폐가 외형을 드러내고 있다.

유적으로 보이는 훼손된 무덤과 물이 고여있는 유적 주변, 유실된 지형에는 보호와 관리를 하고 있는 곳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문화재를 알리는 안내판에 적힌 '문화재 보호와 쾌적한 환경을 위해 금연을 실시하고 있다'라는 문구도 무색하게 다가왔다.  

대형 파이프가 드러난 독락정의 외부 지형
사용 목적을 알 수 없는 낡은 컨테이너와 간이 화장실

또한 무슨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낡은 컨테이너와 유적지 부근으로 드러난 파이프,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는 간이 화장실도 눈에 띈다. 언제 버린지 알 수 없는 꽉 찬 쓰레기통과 독락정 내부의 새똥과 먼지는 관리의 시급성에 살을 붙이는 대목이다. 

이곳을 단순 유적지와 관광지로 생각해 방문을 하는 시민들과 외부인들이 불편과 실망은 불보듯 뻔하다. 

세종시 관광문화재과 관계자는 "현재 실제 나성 독락정은 LH에서 관할하고 있으며 복원과 복구에 따른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도 언제 공사를 하는지 진척을 위해 팻말 설치와 지저분한 모습을 정비하도록 공문을 보내며 요청 중에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LH가 상반기에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라 밝혔다"고 덧붙였지만 상반기는 고작 1달밖에 남지 않은 실정이다. 

해명을 듣기 위해 LH에 연락을 취했고 현재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세종시 신도시가 개발되며 자칫 사라질뻔한 과거의 역사성을 담고있는 유서깊은 문화재 독락정과 임씨가묘. 공사 중임을 알리는 팻말과 안전 경고 문구 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은 현실. 

LH와 세종시의 관리 미흡은 애써 방문한 시민들의 발길을 되돌리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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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 2020-05-30 08:34:48
후속 기사는 언제쯤 나올까요?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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