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빠진 건강검진은 무용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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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빠진 건강검진은 무용지물
  • 박승권
  • 승인 2019.11.18 09:4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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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권의 백살까지 일하기] 건강검진의 핵심은 ‘사후관리’

어느덧 벌써 11월이다. 연말이 다가올수록 건강검진기관은 바빠진다. 그간 미뤄왔던 건강검진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폭증하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경우 더욱 그렇다. 산업안전보건법에 규정된 건강검진 의무 때문에 해당자라면 해를 넘기기 전에 꼭 받아야 한다. 자칫 사업장이나 본인 모두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어서다.

노동자들은 사업장에서 지정한 몇 곳의 검진기관 중 본인이 직접 선택해 검진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사적 계약을 통해 행해지는 패키지 형태의 종합검진의 경우가 대부분 그렇다. 그렇다면 어떤 기관에서 건강검진을 받는 것이 좋을까?

검진전문병원? 대규모 종합병원? 검사항목이 많은 병원? 모두 아니다.

건강검진에 대한 설명을 하기에 앞서, 필자가 자주 접하는 건강검진과 관련된 아쉬운 사례 한 가지만 언급해보고자 한다.

급성 심근경색을 앓은 후 직장복귀를 준비 중인 자동차 부품생산업체 노동자 A씨를 면담한 사례다. 그간 노동자 A 씨가 받은 종합검진결과를 보던 중,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려 10년간 꾸준히 공복혈당 수치가 300이 넘었음에도 치료를 안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나이가 30대 후반. A 씨는 20대부터 혈당이 극히 높았던 셈이다. 공복 시 측정된 혈당은 99 이하가 정상이다. 126 이상인 경우 당뇨라 말할 수 있다. 공복혈당 300은 일반인 500명 중에 한 명 나올까 말까한 수준이다. 끈적 끈적한 피가 당장 굳어서 몸 어느 혈관을 막아도 이상할 것이 없는 수준이다.

자신의 몸을 이토록 소홀히 방치한 노동자 A 씨를 어떻게 나무랄지 고민하면서 면담을 시작했다.

필자 : 아니, 선생님, 그간 당뇨가 얼마나 심했는지 아세요? 10년이 지나도록 아무 일 없었다는 게 신기할 따름입니다. 대체 왜 관리를 안 하신 거예요?

 

노동자 A 씨 : 전 몰랐습니다. 제가 당뇨가 있나 보다 짐작하긴 했는데.. 이렇게 심한지는 정말 몰랐어요.

 

필자 : 그게 말이 되나요? 검진결과지 보시면 여기 공복혈당, 당화혈색소 수치가 나와 있고, 권고사항에 지속적인 치료를 요한다고 적혀 있잖아요.

 

노동자 A 씨 : 그렇긴 합니다만.. 별 게 아닌줄 알았죠. 그것뿐 아니라 다른 결과들도 여기저기 진료 받아보라고 써있어서.. 으레 ‘담배 끊고 운동해서 살빼라’ 같은 흔한 내용인줄 알았죠. 막상 문제가 있으면 따로 설명해 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다시 검진결과지를 봤다. 아니나 다를까 마냥 노동자 A 씨 탓만 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지는 ‘의사와 상담하세요’, ‘의료기관 방문하세요’, ‘치료가 필요합니다’ 등의 일반적인 설명으로 도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우리가 흔히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 박스 뒤편에 깨알같이 기재된 설명처럼 말이다.

좋은 건강검진이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의사인 나로서도 생소하기 짝이 없는 고가의 유전자 검사를 추가해준다고 해서 좋은 건강검진인 것도 아니다. 건강검진에서 이뤄지는 검사는 비교적 높은 수준의 술기를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므로 굳이 대형 검진기관을 찾을 이유도 없다. 검진결과의 의미와 향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뜻하는 ‘사후관리’에 대한 의료진의 설명이 가장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진기관에서는 효율성과 경제성을 이유로 자동전산화된 판정시스템을 사용해 검진결과와 사후관리 내용을 통보하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천편일률적이고 획일화된 내용으로 구성될 수밖에 없다. ‘콩떡같이 써놓을 테니 찰떡같이 이해하세요’라는 식이다.

위의 노동자 A 씨 사례에서도 10여 년간 “치료하세요”라는 권고사항만 기재한 결과지를 보내준 검진기관에 책임을 물을 순 없다.

자동전산시스템이라도 촘촘히 잘 설계되어 있으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대다수 검진기관은 매우 단순화된 로직을 사용하기 때문에 각각의 결과에 대한 설명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설령 위험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서면으로만 결과를 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때문에 사람들은 검진결과를 직접 포털에 찾아보거나 지인들에게 물어본 뒤 자의적인 해석을 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피해는 오로지 본인의 몫이다. 위의 노동자 A 씨 사례에서처럼 중한 결과를 경하게 해석하는 경우도 문제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적지 않다. 경한 결과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한 결과, 큰 의미가 없는 추가 검사를 받게 돼 아까운 시간과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도 생긴다.

예컨대, 혈액으로 암을 진단할 수 있다는 종양표지자 수치가 경도 상승한 경우, 이를 이유로 고가의 추가 영상 검사를 하는 경우를 들 수 있겠다. 암에 걸렸을 때 상승할 수 있다는 얘기 때문에 지레 겁을 먹고 추가 검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실 의료진의 충분한 설명만 있다면, 단순 추적 검사만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러 영상 검사의 경우도 그렇다. 낭종(물혹)이라든지, 석회화라든지 하는 결과는 대부분의 경우 정기적인 추적 검사만으로 관리가 충분하다. 다만 장기에 따라 의미가 조금씩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의료진의 설명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

적정한 수준의 사후관리 필요성은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미리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것을 가래로 막게 되는 일을 피해야 하는 건 당연한 얘기다. 반대로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에 미리 가래를 꺼낼 필요는 없지 않을까?

검진으로 찾아낸 건강문제를 어떻게 막을지, 다시 말해, 사후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는 의료인 외에는 알 수 없다. 포털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일괄적이고 당위적인 내용 위주로 열거되어 있어 오히려 판단에 혼란을 주는 경우가 많다.

올해는 이미 검진기관마다 예약이 꽉 차 있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수검자 입장에서는 이것 저것 따지기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내년부터는 검진기관을 정할 때 미리 문의해보자. "검진 후에 사후관리를 어떻게 할지 의료진이 직접 설명해 주는 건가요?"라고 말이다. 자신 있게 "당연하다" 혹은 "검진비용에 결과를 설명해주는 비용도 포함돼있다"고 대답하는 곳이 있다면 단연 그 곳이 가장 좋은 검진기관일 것이다. 

박승권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박승권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박승권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유성선병원 직업환경의학센터 진료과장

일터건강을 지키는 직업환경의학과 의사회 대전·충청 지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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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 2019-11-18 13:07:19
나이가 늘어나다보니 오늘 같은날 (비가오고 흐린날)은 컨디션이 더 안 좋은것 같습니다.
수 십년간을 그렇게 생활하다보니 감기몸살기운이
있으면 자가진단(반의사)하여 냉장고에 있는 꽤 오래된 약 병이나 약 봉지에 손을 가져가 봅니다. 이렇듯 옛날 사람들은 건강에 대한 상식이나 병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여 습관처럼 집에 있는 오래된 약에 손을 데곤 합니다. 그래서 결국 병을 키우게 되는지 몰라도... 아무튼 기고하신 글에서처럼 의사선생님들은 수검자에게 검진결과에 대한 정확한 설명과 재검 등 관리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여 알려주는것이 최고의 검사장비 등의 의료시설과 최고의 의료진을 보유한 병원보다 더 나은 가치를 평가받아야 할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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