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몇 시간 일하세요? ‘과로’의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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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몇 시간 일하세요? ‘과로’의 기준
  • 박승권
  • 승인 2019.08.16 10:56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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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권의 백살까지 일하기] 과로공화국 대한민국의 '과로 기준'

<‘직업환경의학과’라고 혹시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우리가 아플 때 내과, 외과에 가는 것처럼 전문의 26개 과목 중 하나입니다.

무슨 일 하냐구요? 어떤 경우에 찾아가면 되냐구요? ‘건강한 일터’ 만드는 일을 합니다. 막연하다구요? 그래서 세종포스트를 통해 세종시민들께 조금씩 가까이 다가가보고자 합니다.>

 

“난 말야.. 냉면처럼 가늘고 길게 살고 싶어.. 그게 내 꿈이다”.

90년대 후반 개봉된 인기 하이틴 영화 <비트>에서 주인공 민(정우성)이 자신을 다른 길로 유인하려는 친구 태수(유오성)에게 한 말이다.

우리는 가늘고 긴 삶과 굵고 짧은 삶 중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살고 있을까?

우리나라 근로자는 OECD 가입국 평균보다 연간 300시간이상 더 일한다. 쉽게 말해 다른 나라 근로자는 우리보다 1년에 한 달 이상 더 쉰다는 뜻이다. 200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무려 600시간가량 더 일하고 있었으니 나름 근로시간 단축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겠지만, 여전히 OECD 국가 중 1, 2등을 다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재작년 일명 ‘워킹맘 과로사’로 알려진 보건복지부 사무관의 급성 심장사, 작년 서울고등법원 판사의 뇌출혈, 올해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의료센터장의 급성 심장사 등 과도한 업무로 인한 사망 사례를 통해 근로시간에 대한 관심이 사회 전반으로 퍼져가고 있다.

장시간 일하는 경우 우리는 흔히 ‘과로’라는 표현을 쓰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과로는 어떻게 건강에 영향을 미칠까?

과로는 생체시계의 손상과 함께 회복이나 수면에 필요한 시간의 부족을 초래한다. 이로 인해 가족, 사회, 여가 생활의 부족을 만든다. 결과적으로 스트레스와 함께 몸의 생리적 이상을 유발하고, 이러한 영향이 누적돼 뇌출혈, 뇌경색, 심근경색과 같은 무시무시한 결과를 낳게 된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로 힘들게 일하다 쓰러져야 과로로 인정될까? 다시 말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법)에서 바라보는 과로의 기준은 무엇일까?

현 고용노동부 고시에서는 만성 과로의 개념을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64시간)을 초과하는 경우라고 명시하고 있다.

고시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에는 업무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 예를 들면, 근무일정 예측 가능성, 교대제, 휴일부족, 유해한 작업환경, 육체적 강도, 시차가 큰 출장 업무, 정신적 긴장 등을 고려해 판단한다.

만성 과로 해당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결국 ‘근로시간’이 가장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를 계산할 때 따져봐야 할 내용은 어떤 것이 있을까?

첫 번째, 야간근로다.

야간에 일했다면 수행한 야간근로시간에 30%를 가중하여 산출한다. ‘야간’이라함은 보통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지의 시간을 의미한다. 마치 우리가 연장근무할 때 임금의 50%를 추가수당으로 지급받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두 번째, 감시직 근로, 대기 근로다.

감시 단속직(경비, 보안 등) 근로나 비상상황을 대비한 대기 근로(시설보수 등)는 절대적인 근로 시간은 길지만, 물리적인 신체부담이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는 근로형태다. 대부분이 근로시간으로 인정되지만, 야간에 수행한 근로라 하더라도 30%를 가산하지 않는다. 사업주의 지휘·감독에서 벗어난 수준, 독립된 장소 제공 여부에 따라 근로시간에 포함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

대표적으로 아파트 경비원이 근무 중 근무초소 이외에 별개로 마련된 독립된 장소에서 5시간 이상 잘 수 있는 경우는 업무시간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 

세 번째, 휴게, 식사시간이다.

대다수의 직장인들에게 부여되는 1시간 남짓한 점심시간(식사시간)은 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휴식과 식사시간 모두 ‘직무 자율성’에 따라 다르다. 쉽게 말해 ‘업무로 인해 방해를 받는 정도’가 크다면 근로시간에 산입하기도 한다.

네 번째, 출퇴근 시간이다.

작년부터 출퇴근 중 일어난 사고가 업무상 재해로 확대 적용되면서 출퇴근 시간도 과로 판단에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생겼다. 하지만 출퇴근에 소요되는 시간은 과로를 산정하는 근로시간에 포함하지 않는다.

다 섯번째, 재택 근무다.

여기서 말하는 재택 근무란 공문, 연구보고서, 강의자료 등의 문서제작처럼 업무를 집에서 수행하는 경우를 말한다. 대다수가 컴퓨터 등의 기기를 활용한 업무로 외형상 퇴근한 듯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퇴근한 것이 아닌 경우다. 대부분 근로시간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과로를 판단함에 있어 근로시간은 물리적인 공간에 중점을 두는 경향이 크다. 사업장의 ‘근퇴기록’에 따라 근로시간을 산정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물리적으로 사업장 내에 있어야 사업주의 지휘·감독하에 있다는 것인데, 이는 결과적으로 사무, 연구직종의 근로시간을 저평가할 여지가 커 아쉬운 부분이다.

근로자 혹은 아픈 근로자를 주로 만나는 의사의 입장에서는 연구를 통해 합리적인 인정 기준이 개발되는 것보다 오히려 이런 인정 기준이 형해화되고, 사문화되는 세상이 하루빨리 오길 바란다. ‘과로’라는 단어 자체가 통용되지 않는 노사, 근로문화가 정착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하지만, 서두에 언급했듯 아직 우리나라는 대표적 ‘과로 공화국’으로 꼽힌다. 매년 수 백 명의 근로자가 과로에 기인한 질병으로 쓰러진다.

일중독도 엄연히 건강을 해치는 ‘중독’이지만, 사회적으로 칭송받곤 한다. “벌 수 있을 때 벌자” 마인드,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와 같은 말로 과로를 독려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이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쉼표 있는 삶’, ‘저녁 있는 삶’을 추구한다는 현 정부는 2022년까지 근로시간을 연 1800시간으로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 일환으로 작년부터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됐다.

이대로라면 우리는 3년 후 지금보다 보름 이상의 시간을 더 쉴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이 글은 아주 의미가 없는 글이 될 것 같다. 아무렴 좋다. 노사정을 비롯한 모두가 가늘고 길게, 백살까지 일하는 분위기만 만들어 간다면 말이다.

 

박승권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유성선병원 직업환경의학센터 진료과장

일터건강을 지키는 직업환경의학과 의사회 대전·충청 지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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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남주 2019-08-21 21:41:54
좋은 글 감사합니다. 워라벨 (워크 라이프 벨런스) 이라는 말이 있듯 대한민국 근무 문화도 지금보다 더 좋아지길 바랍니다.

SOS 2019-08-21 21:30:22
유익한 정보 감사합니다. 야간 근무하는 저로서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박민규 2019-08-19 15:00:19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라고 얘기하지만 산업현장에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기계처럼 일을하고 있습니다. 의사선생님께서 지적하신데로 우리나라가 OECD국가중 근로시간이 길어 과로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안고있지만 정작 그렇게 많은 근로를 하면서도 사용자나 근로자는 과로의 위험성을 모른체 오늘도 기계처럼 일을 하고있습니다. 저도 오랫동안 산업현장에서 일을 하고있었음에도 과로의 위험성에 대해선 간과하고 있었습니다. 이글을 통해 처음으로 과로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알고 놀라지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조그만 빌딩을 관리하고있는 관리소장입니다. 감단직에 종사하는 직원, 육체적인 일을하는 직원, 대기근로를 하는 시설직원 등을 관리하는 관리자로서 이글에서 강조하고있는 과로가 근로자의 건강에 미치는 중요한 사실들을 알았기 때문에 오늘부터라도 직원들의 건강한 근로를 위해 더욱 신경써야할 것 같습니다. 과로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사용자나 근로자의 생각과 마음자세가 바뀌어야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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