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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농산물은 소비자가 만들고 좋은 교육은 학부모가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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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농산물은 소비자가 만들고 좋은 교육은 학부모가 만든다
  • 송대헌
  • 승인 2012.09.19 2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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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가 된 선생 송대헌]

유기농과 참교육

며칠 전, 포도를 완전 무농약 무비료의 유기농으로 재배하는 농부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는 앞으로 계속 유기농을 해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포도에 농약을 치지 않고, 비료를 뿌리지 않고, 오로지 퇴비만으로 농사를 지어온 그가 포도를 수확하면서 크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우선 농약을 치지 않으니 다른 포도나무에 비해서 그 집 포도나무는 이파리가 일찍 떨어집니다. 이런 저런 병들이 와도 막기 쉽지 않습니다.

농약을 치면 그런 병을 막을 수 있어서 이파리가 늦게 떨어집니다. 게다가 비료를 쓰게 되면 그 시기 시기마다 필요한 비료성분을 투입할 수 있어서 포도 송이가 크고 싱싱합니다. 반면 농약을 쓰지 않으면 병이 들어도 대처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유기농 자재로 인정된 농약이 있기는 하지만 ‘친환경’이라고 하는 제조사의 말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생각입니다. 그리고 퇴비만으로 농사를 지으면 퇴비가 원래 지효성이라서 상황 변화에 바로 바로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다른 집에 비해서 포도송이가 크지 않습니다. 또 겉으로 보기에 싱싱하고 탱글탱글해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렇다고 그집 포도가 맛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겉보기에 그렇다는 말이지요.

하지만 사람이 먹는 것이 농약치기 싫고, 발효된 퇴비가 아닌 화학비료 쓰기 싫어서 유기농을 고집하는 그의 정성과 노력에 대해서 소비자들이 제대로 몰라준다고 하소연을 합니다. 그의 포도를 10년째 먹고 있던 한 소비자는 전화를 하면서 ‘농약은 안치나요?’라고 묻더랍니다.

그럼 그동안 유기 포도인줄 모르고 먹었다는 말인지. 게다가 당도가 어떠니, 모양이 어떠니 하는 말들을 들을 때마다 당장 그만두고 내년부터는 비료 뿌리고 농약 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해요.

이 말을 들으면서 제가 학교에 근무할 적이 생각납니다. 지금도 많은 선생님들이 겪는 갈등이기도 하지요. 어떤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전인교육을 시키려고 합니다. 그래서 연구를 많이 해서 좋은 교육과정을 만들지요. 토론도 시키고, 체험도 시킵니다. 주제학습도 하고, 모둠학습도 합니다.

그런데 모든 교육과정에 대한 평가는 시험성적입니다. 그 중에서도 ‘석차’가 제일 관심이지요. 내 자식이 공부를 잘하는 것보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잘하는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일시적으로 시험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것도 못 참습니다. 오로지 ‘학력’을 이야기합니다.

요즘 대한민국의 학교교육은 ‘교육’이 아닙니다. 정말 한심한 것은 야간자율학습시간에 학생들이 책을 읽는 것을 금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학생이 책을 읽겠다고 하는데, 학교 교사들이 이것을 금지시켜야 하는 상황. 도대체 공부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아이들에게 정말로 도움이 되고, 그 아이가 앞으로 50년 60년을 힘있게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습니다. 오로지 당장의 석차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참교육’을 해보자고 생각했던 선생님들은 갈등합니다. 허탈하고 힘이 빠집니다.

먹는 이의 건강을 위해서 겨우내 퇴비를 만들어서 밭에 뿌리고, 힘이 들더라도 농약 안쳐서 포도를 생산해놓으니, 소비자들은 그런 고생과 정성을 몰라주는 상황에서 힘빠져 하는 농사꾼의 심정이 이해가 됩니다.

예쁜 것만 먹어야 하나

요즘 마트에 가면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농산물들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반듯반듯한 애호박, 쭉쭉 뻗고 굵은 파가 비닐로 포장되어있습니다. 나도 농사를 짓지만 어떻게 저렇게 농사를 잘 지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농산물을 판매하려고 하니 소비자가 선호하는 것을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소비자들은 그 농산물을 공산품 사듯이 합니다. 되도록 싼 것. 되도록 이쁜 것을 고르지요. 자신의 건강과 생명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싸고 이쁜 것을 찾습니다. 나와 우리 가족이 먹는 그것이 어떻게 생산되었는지에 대해서는 그리 관심이 없습니다. 나아가 ‘그렇게 고르면 먹을 게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농산물 가격이 조금 오르면 난리가 납니다.

휴대폰 한 개를 사기 위해서는 배추 농사꾼이 배추 몇 트럭을 내다 팔아야 가능하다는 것은 잘 모릅니다. 한 달에 각 가정에서 휴대폰을 비롯한 통신비가 식재료 구입비보다 훨씬 많습니다. 각 가정의 외식비 지출이 농산물 구입을 위한 지출보다 많습니다. 몸에 좋지 않은 패스트푸드나 가공식품 구입비용 역시 몸에 좋은 유기농 식품 구입비와 비교해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쌀 한가마니에 10만원을 더 주면 유기농 쌀을 사먹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유기농 쌀을 재배하는 농가가 판매를 못해서 농약치고 비료뿌린 관행 쌀값으로 공판장에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참 한심한 일입니다.

그리고 태풍으로 피해를 본 농가를 돕기 위해서 낙과를 팔아주자는 운동이 있었습니다. 사실 이런 일은 태풍 직후 뿐 아니라 일상적으로 해야 할 일입니다. 반듯한 호박만 팔리면 삐뚤어진 호박은 퇴비장으로 가야 합니다. 맛과 영양은 같음에도 불구하고 모양이 예쁘지 않다고 해서 팔리지 않는 농산물은 농민들에게는 마이너스 요인입니다. 이런 것이 쌓이면 손해가 막심하죠. 이렇게 마트에서 팔리지 않는, 그러나 먹을 수 있는 농산물도 유통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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