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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병과 마음의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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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병과 마음의 약
  • 박태선(대원당한의원 원장)
  • 승인 2012.08.30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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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선의 한방읽기






"노하면 기가 상승하고, 즐겁고 기쁘면 기가 부드러워지며, 슬프면 기가 흩어지고, 생각이 많으면 기가 뭉치며, 두려우면 기가 가라앉는다. 놀라면 기가 산란해지고 음(陰)을 고갈시키고 양기(陽氣)를 소모시킨다."

중국의 금원시대(金元時代)에 어느 한 여자가 살고 있엇다. 무슨 까닭에서인지 식욕이 없고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한 지가 반 여 년이 흘렀다. 유명하다는 의사를 다 모시고 와서 진찰을 해보아도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고칠 수 없다는 말만을 할 뿐이었다. 결국 당시 최고의 명의라는 주단계(朱丹溪)를 모셔오게 된다. [주단계(朱丹溪)는 금원시대 4대 명의의 한사람으로,역사적으로 볼 때 한의학이 가장 번성했던 시기에 자신만의 독보적인 학술사상을 세워 후대에까지 그 영향을 미쳤던 인물이다.]

주단계가 이 여인을 진맥해보니 왼손의 맥이 현(弦)하고 장(長)하여 촌부(寸部)를 넘어서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것은 간(肝)의 병이다. [한의학에서는 환자 질병의 상태를 탐색하는 방법으로 진맥을 하는데 ‘현(弦)’, ‘장(長)’ 하는 것은 맥의 상태를 표현하는 말이고, ‘촌(寸)’, ‘관(關)’, ‘척(尺)’은 맥의 위치를 가리키는 말이다. 또한 현맥(弦脈)은 간에 병이 있을 때 자주 나타나는 맥이다.]

그가 생각하기에 "이것은 필경 마음에서 온 병일 것이다. 생각이 많으면 비장을 손상시켜 기가 뭉치게 되지 않은가!" 이렇게 판단하고는 집안사람들을 불러 정황을 알아보니 남편이 집을 떠나 관동지방으로 간 지 5년이나 됐다고 했다.

주단계는 그녀의 아버지를 불러 이르기를, "이 병은 강한 자극으로 화를 내게 해야 나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화를 내는 것은 오행의 목(木; 肝)에 해당하고 목(木)은 토(土; 碑)를 억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주단계는 주위의 사람을 물리치고 그녀의 따귀를 연거푸 세 번을 때리면서 남편이 타향으로 떠나있는데 외도의 마음을 품고 있으면 되겠냐고 야단을 쳤다.

그녀는 너무나도 황당한 상황에 놀라기도 하면서 한편으로 자신이 참아왔던 모든 것들에 대한 억울함을 견디지 못하고 큰소리로 엉엉 울면서 화를 냈다. 그러나 뜻밖에도 이 한 차례의 소동을 겪은 후 그 여인은 밥을 먹을 수 있게 됐고, 차츰 몸이 회복돼 갔다.

이 이야기를 읽는 분들 가운데 어떤 분들은 그저 옛날이야기로만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조금만 자세하게 살펴보면 충분한 근거와 설득력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세기가 바뀌고 새로운 문명의 전환에 대한 인식들이 점차 팽배해가고 있는 가운데 기(氣)에 대한 연구가 점차 늘어나고, 그것에 대한 일반인의 의식도 보편화되어 가는 시점에 놓여 있다. 한의학에서는 인체가 자연의 하나의 원리로 구성돼 있으며, 정신과 몸이 하나임을 강조해 왔다. 그러므로 인간이 가지는 여러 가지 형태의 감정은 여러 가지 질병을 불러올 수 있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인간의 여러가지 상태의 감정을 칠정(七情 : 기쁨, 노함, 근심, 생각, 슬픔, 두려움, 놀람)이라고 표현하고, 이것이 균형을 잃고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게 되면 인체가 이에 상응하는 반응을 나타나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노함은 간을 손상시킨다. 기쁨이 지나치면 심장을 손상시킨다. 생각이 너무 많으면 비장을 손상시킨다. 근심은 폐를 손상한다. 두려움은 신장을 손상시킨다."

"노하면 기가 상승하고, 즐겁고 기쁘면 기가 부드러워지며, 슬프면 기가 흩어지고, 생각이 많으면 기가 뭉치며, 두려우면 기가 가라앉는다. 놀라면 기가 산란해지고 음(陰)을 고갈시키고 양기(陽氣)를 소모시킨다."

이처럼 우리의 선조들은 마음에서 발생하는 질병에 대한 인식이 깊었고 이에 대한 치료 방법에 대해서도 일찍이 연구가 있어 왔다.

약물을 이용한 치료법뿐만 아니라 마음으로 치료하는 방법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법들이 이용돼 온 것이다. 그러나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자신의 감정을 자신이 들여다보고 다스리는 것이 아닐까? 즐거움도 과하면 병이 된다는 선인(先人)들의 지혜를 다시 한번 마음깊이 새겨봄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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