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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한 자여 즐겨라! 백중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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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한 자여 즐겨라! 백중놀이
  • 정규호(전통장류명품화사업단 사무국장)
  • 승인 2012.08.29 2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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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7월 15일은 백중(百中)날이다.
백중은 연간 농경의 중요한 일을
모두 마치고 마을단위로 날을 정하여
하루를 먹고 노는 세시풍속으로 열심히
일한 농민들의 농경의례이자 일꾼들의
축제날이다.

▲ 일꾼들의 백중놀이

요즘에는 ‘열심히 일한 자여 떠나라’라고 하며 일상을 벗어나 휴가를 즐기며 일 년의 결실을 위한 재충전을 한다. 전통 농경사회를 기반으로 살아온 우리 조상들은 일 년 중 농경에서 가장 힘든 작업을 마치고 열심히 일한 자를 위로하고 함께 즐기며 가을추수를 위한 재충전을 했다.

농민들의 제축의례(祭祝儀禮)인 백중놀이는 지방에 따라 ‘초연(草宴) 또는 풋굿’, ‘머슴날’, ‘호미씻이 또는 호미걸이’, ‘꼼베기 놀이’, ‘장원례(壯元禮)’ 등으로 불리며 농경세시의례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 백중천신-풍년을 기원하며 떡을 해서 농신에게 제사를 올린다
▲ 백중에 장가 든다-일꾼중에 총각이나 홀아비가 있으면 배필을 찾아 백중을 맞아 결혼식을 올린다

기록으로 보면 백중놀이는 조선후기에 시작되었는데 모내기를 위해서 두레가 결성됐지만 그 여세를 몰아 논매기까지도 마을단위 공동노동으로 일하게 됐다. 그 결과 일 년 중 논매기 작업을 종료한 후에 마을단위의 공동 협업노동을 매듭짓는다는 차원에서 농민들이 함께 모여 하루를 쉬는 형태의 백중놀이가 형성됐던 것으로 보인다.

백중은 백종(百種)·중원(中元)·망혼일(亡魂日)이라고도 하는데, '백중'은 이때쯤 과일과 채소가 많이 나와 일백가지 곡식의 씨앗을 갖추어 놓은 데서 유래된 이름이다.

이 날 절에서는 재(齋)를 올리고 공양을 드렸으며, 민간에서는 100가지의 과실을 차려 제사를 지내고 남녀가 모여 음식을 먹고 노래와 춤을 즐겼다. 가정에서는 한창 익은 과일을 따서 사당에 천신차례를 올리고 백중잔치를 했다. 백중을 전후로 장이 섰는데 이를 백중장(百中場)이라 했으며 머슴이 있는 집에서는 이날 하루는 일손을 쉬고 머슴에게는 휴가와 돈을 주어 백중장에 가서 하루를 즐기도록 했었다. 백중장이 성시를 이루면 씨름판과 장치기 등의 놀이도 펼쳐졌으며, 한 해 농사를 잘 지은 집의 머슴을 소나 가마에 태워 마을을 돌면서 사기를 북돋아 주기도 했다. 특히 백중 때가 되면 농사일이 거의 끝나서 농부들은 호미를 씻어두는데 이를 '호미씻이 또는 호미걸이'라고 했다.

▲ 백중농경-세벌 김매기를 하면서 즐겁게 놀고 있다.
▲ 풋굿축제-백중무렵 힘든 농사일을 서로 위로하며 하루를 즐겁게 잔치를 벌이며 노는 의례

전통농경사회에서 백중은 중요한 의례 중의 하나로 여겨 다양한 풍속이 전해오고 있다. 각 가정에서는 익은 과일을 따서 사당에 천신(薦新)을 올렸으며, 궁중에서는 종묘에 이른 벼를 베어 천신을 올리기도 했다. 대표적인 풍속은 ‘호미씻기’이다. 호미씻기는 세벌논메기가 끝이 나면 이제 호미를 쓸 일이 없기 때문에 씻어서 보관하는 데서 유래가 됐다. 농사가 가장 잘된 집의 머슴을 뽑아 소에 태워 마을을 돌며 하루를 즐겼다. 마을 사람들은 장원한 집의 머슴 얼굴에 숯칠을 하고 도롱이를 입히고 머리에 삿갓을 씌우며 우스꽝스럽게 꾸며, 지게나 사다리 또는 황소 등에 태워 집집마다 돌아다녔다. 이때 집주인은 이들에게 술과 안주를 대접했다고 한다.

경남지역에서 ‘두레삼’이라 하여 전승되고 있는데, 이는 친한 부녀자들끼리 품앗이로 한 집씩 돌아가며 삼을 삼는 풍속으로 이를 두레삼이라 했다. 이때 주인집에서는 음식대접을 하기도 하고, 혹은 편을 나눠 경쟁을 해 진 편이 이긴 편에 음식대접을 했다고 한다.

또한 백중은 축제의 성격이 강한 세시의례로 다양한 민속놀이가 펼쳐졌는데, 백중을 전후로 백중장(百中場)이 서고, 백중장이 성시를 이루면 씨름판이 열렸으며, 공치기 또는 타구놀이, 장채놀이라고 불리는 장치기 등이 성대히 펼쳐졌다.

한편 불교에서는 백중을 우란분절이라 하여 석가탄신일, 출가재일, 성도재일, 열반재일과 함께 불교 5대 명절로 여기는 중요한 날이다. 이 날 절에서는 위패를 모시고 재(齋)를 올려 공양(供養)을 드리는데 망혼을 극락으로 인도하는 행사로 민가에서의 제사와 비슷한 의례이다. 우란분절은 석가모니의 10대 제자 가운데 하나이며, 신통(新通)제일(第一)로 알려져 있던 목련존자의 재(齋)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 백중풍속- 풍년을 기원하며 농신제를 올린다.
▲ 불교의 백중의례인 우란분절 법회

이러한 백중놀이는 지역에 따라 농신제와 더불어 다양한 의례와 놀이가 행해졌는데 그 중에서도 밀양백중놀이가 국가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오늘날까지 잘 전승되고 있다. 밀양백중놀이는 경상남도 밀양에 전승돼 오는 민속놀이로 농신제, 작두말타기, 춤판, 뒷놀이로 구성돼 있다. 농악놀이와 무등놀이로 시작되는 밀양백중놀이는 병신춤, 양반춤, 범무춤 등이 어우러져 연희적 요소가 가미된 판굿으로 특히 오북춤이 유명하다. 특히 일반적인 악기 외에 물허벅에 바가지를 엎어놓고 두드리던 물장고와 독 뚜껑을 나무틀에 매달아놓고 두드리는 사장고 등이 가세하여 신명을 돋우는데, 이렇게 울분을 토해내고 즐김으로써 한때나마 지친 일상을 위로하던 놀이였다.

이 외에도 충남의 연산백중놀이, 충북의 목도백중놀이, 충북의 청주백중놀이 등이 백중놀이의 맥을 잘 계승하고 있다.

백중에 먹는 시절식으로는 백가지 채소와 과일을 먹는 날이라 하여 각종 나물로 지짐을 해서 먹었다. 늙은 오이로 만든 노각나물과 애호박나물, 가지나물, 연한 박나물, 산고추잎나물, 시금치나물, 원추리잎나물, 쑥갓나물, 도라지나물, 고구마순 나물, 연자밥 등을 즐겨 먹었다. 이런 음식들은 대체로 사찰음식에 해당하는데 백중이 사찰에서 중히 여기는 날이기 때문이다. 한편 사당에 올리는 밥반찬 음식으로는 밀가루에 박 잎이나 깻잎 등을 넣어지졌고, 밀가루에 햇감자로 부친 전(煎)도 제향(祭享)하였다. 특히 경상도 지방에서는 백중날에 가지(苛子)의 껍질을 벗겨서 희게 만든 백가지(百苛子)를 만들어 먹었는데, 이는 백중이라서 백가지의 나물을 준비해야 하지만 이를 장만할 수가 없기 때문에 나물 백 종류와 발음이 비슷한 흰 가지 즉 백가지를 먹는 것이라 하겠다. 전라도 어촌에서는 백중날에 소라와 다슬기를 잡아 시절 음식으로 먹었으며, 이밖에도 증편이나 밀전병, 육개장, 게, 전유화, 깻국탕, 냉면, 어채, 김칫국, 오이김치, 열무김치, 과일 등을 먹었었다.

더위와 함께 힘든 농사일을 하면서 지친 심신을 달래고 서로 위로하며 풍성한 수확을 기다리던 백중놀이는 마을사람들이 더불어 하나되어 살아가는 공동체정신을 축제로 승화시킨 위대한 정신문화 유산이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정신은 우리의 일상에서도 백발백중(百發百中) 풍성한 수확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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