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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여왕의 위엄, 도도하고 여린 그녀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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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여왕의 위엄, 도도하고 여린 그녀의 미소
  • 송길룡
  • 승인 2012.08.29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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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여배우를 탐닉하다 - 의 엘리자베스 테일러


1932년에 영국에서 태어나 한 세기 은막의 세계를 풍미하고 2011년 영면에 든 미국 할리우드 여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을 것같다. 그녀의 미모가 한껏 꽃피웠던 젊은 날, 그 매혹적인 아름다움이 이집트 여왕의 위엄 속에 정갈하게 포개져 은은히 스며나오는 영화 <클레오파트라>(조셉 L. 맨키비츠, 1963)가 손에 꼽힌다.

클레오파트라 여왕(엘리자베스 테일러)은 스러져가는 수천년 고대왕국의 마지막 운명을 자신의 한몸으로 견인하며 로마에서 온 총독 시저 앞에 자신의 아들과 함께 오롯이 마주 선다. 물론 이미 왕국의 향방은 시저와의 밀약을 통해 결정된 터다. 백성들도 살려야 하고, 왕위를 무사히 아들에게 물려줘야 하는 기로에 서있는 그녀다.

거대한 행차 광경을 보이며 마치 자신의 왕궁에 손님처럼 되찾아 걸어들어온 그녀는 황금빛으로 눈이 부신 왕관과 의복을 몸에 두른 채 시저에게 정중히 예를 갖춰 인사를 한다. 그런데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 후 몸을 세우고서 그녀는 의외의 기묘한 미소를 보인다. 이 미소의 의미는 무엇일까?

로마의 식민지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된 상황, 왕권의 위엄이 추락하는 그 지점에 서있는 여왕의 품격은 당당하고 오히려 도도하다. 힘의 우위에 따라 지금은 낮은 자리에 서있지만 눈을 위로 치켜들어 시저를 향하는 그녀의 모습은 한갓 여인의 미소에 마음 휘둘리는 허우대 멀쩡한 사내를 내려다보는 듯한 모습이다. 또한 동시에 그런 사내의 마음에 뭔가를 의지하고자 하는 여린 마음 역시 스며있다. 권력에는 치받지만 열정에는 은근한 그런 미소!

오랜만에 옛 생각에 젖어들며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영화들을 관람해보면 어떨까? 록 허드슨, 제임스 딘과의 호흡이 인상깊은 <자이언트>(조지 스티븐스, 1956), 절망에 시들어가는 폴 뉴먼에게 절절매며 애정을 호소하는 그녀가 애처롭게 보이는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리처드 브룩스, 1958)도 같이 꼽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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