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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와서 느낀 것, ‘나는 무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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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와서 느낀 것, ‘나는 무능하다’
  • 송대헌
  • 승인 2012.08.28 1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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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가 된 선생]

저는 그냥 송선생입니다... 학교 교사였죠... 하지만 지금도 사람들은 저를 선생으로 부릅니다. 지금은 상주에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끔은 학교나 전교조에서 강의를 해달라고 하면 강의를 하러 갑니다. 교육관련 법령에 대해 혼자서 공부를 했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상담을 받기도합니다. 학교 교사 생활을 하다가 여러번 해고된 경험이 있어서... 선생님들의 교권상담을 가끔 합니다. 그리고 참교육학부모회도 도와줍니다. 그래서 학부모들의 억울한 이야기도 들어 주기도 하지요. 하지만 지금은 가장 많은 시간을 농사짓는 데 활용하고 있습니다. 밭에서 흙을 만질 때 가장 즐겁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것이
졸업 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까요?
여러분은
학교에서 배운 것을
지금 활용하고 있나요?

여러분이 지금 사용하는 대부분은 학교를 졸업한 후에 따로 배운 것들이지요. 직장생활을 하는 분들은 직
장에 신입사원이 된 이후, 그곳에서 새로 배우게 됩니다. 학교에서 배운 것은 그리 쓸모있지 못합니다. 전업주부라면 살림살이를 할텐데 학교에서 배운 것보다 그렇지 않은 것이 더 많죠.

학교에서 배운 것을 그래도 써먹는 사람들은 바로 학교 선생님들이지요. 하지만 일반사회에서는 그리 유용하지 않은 지식이 대부분입니다. 4년제 대학을 나와서 학교에서 선생을 하다가 농촌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느낀 것은 제가 ‘무능’하다는 것입니다. 제대로 할 줄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이지요. 의.식.주를 해결하는 데에 제가 배웠던 학교 지식은 아무런 쓸모가 없더라는 것입니다.

시골에 들어와서 처음 집을 지으려고 하는데, 도대체 집을 어떻게 지어야 하는지를 모르겠더군요. 집을 지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예전에 시골에서 살았던 사촌형들은 초등학교만 졸업했어도 자신들이 살 집을 다 스스로 지어서 살았습니다. 산에서 나무를 베어다가 말려서 기둥을 하고, 서까래를 했습니다. 주변 산에서 흙을 퍼오고 돌을 가져다가 집을 짓더군요.

그런데 대학을 나온 저는 제가 살 집을 짓기는커녕, 집이라는 것이 도대체 어떤 구조인지에 대해서도 제대로 몰랐습니다. 그래서 우리 동네에 귀농해 있던 삼성건설 과장 출신 귀농자로부터 ‘집이란 어떻게 짓는가’에 대해서 새로 배웠습니다.

집의 기초란 어떤 것이고 그것이 왜 필요한지를 그림을 그려가면서 배웠습니다. 겨울에 땅이 얼게 되면 부풀어 올라서 아무리 큰 집을 지어도 벽체가 갈라진다는 것. 그래서 지하 60센티 이상을 파고 그곳에 기초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는 저에게 집을 그려주는데, 보통 사람들이 지붕을 그리고 기둥을 그리는 방식이 아니라 집을 조립해가는 순서에 대로 기초와 주춧돌부터 기둥을 그리고 그 위에 대들보와 서까래를 그리고 나서 지붕을 그리는 방식으로 ‘집그림’을 그려주었습니다. 그런 공부를 따로 하고 나서야 ‘집’을 알게 됐습니다.

그런 지식을 기초로 해서 내가 살아갈 집을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나의 생활에 대해서 이렇게 주체적으로 생각했던 적이 없었습니다. 상품으로 만들어져서 나에게 주어진 것들 중에서 선택하는 것을 ‘나의 주관’이라고 생각했었지요. 근본적인 고민은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내 스스로가 집을 설계하게 됐을 때, 가족구성원의 하루하루 생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더군요. 혼자서 설계도를 한 50장 그렸지요. 처음에는 아파트처럼 방배치를 했습니다. 집에 대한 개념, 방에 대한 개념을 잡아가고, 하루하루의 생활을 생각하면서 그리고 또 그리다가 결국은 아주 단순한 구조로 설계를 마쳤습니다. 나이 50이 넘어서 나의 일상생활을 처음으로 설계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현대인들은 의식주를 스스로 해결할 줄 모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그것을 가르쳐주는 곳이 없기 때문이지요. 대학까지 16년이라는 긴 시간을 ‘교육’ 받는데도 불구하고, 가장 필요한 의식주를 해결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럼 그 긴 시간 동안 배우는 것은 무엇일까요? 평생 한번 사용할까 말까 하는 ‘고도의 학문’을 배우는 것이지요.

제가 고등학교 때 배웠던 삼각함수나 미분적분은 대학에서 교양수학을 할 때와 동력학이나 유체역학을 공부할 때 이외에는 한번도 사용한 적이 없습니다. 귀농해서 삼각함수를 딱 한번 써봤습니다. 닭장 지붕 만들 때, 빗변과 높이를 계산할 때 탄젠트(tan)를 사용해서 계산을 해봤지요. 고등학교 때 그렇게 머리를 썩히면서 배웠던 것을 평생 한번 써본 것이지요.

그래서 현대인들은 일상생활을 스스로 해낼 수 없습니다. 결국 의식주를 ‘돈’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습니다. 집을 스스로 짓기 보다는 ‘구입’하죠. 다 지어진 집을 구입합니다. 그러니 자기가 살고 싶은 집에 사는 것이 아니라 살도록 되어 있는 집에서 살게 됩니다. 옷도 ‘구입’하고, 먹을 것도 ‘구입’해서 먹습니다. 사람들이 갈수록 외식을 더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 대한민국 5천만 국민의 입맛이 같아지는 것이지요. 대한민국 국민의 입맛은 ‘다시다’에 맞춰져 있습니다.

이렇게 의식주를 모두 ‘구입’하려다 보니 결국 돈을 많이 벌어야 하고, 돈을 쌓아놓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죽어라 하고 돈을 벌어야 하지요.

제가 시골에 와서 ‘살고 싶은 집’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아침, 점심, 저녁을 먹으면서 ‘아! 이게 바로 맛있는 밥이라는 것이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젠 외식을 못합니다. 조미료 냄새에 맵고 짜서 되도록 피하게 됩니다.

의식주는 인간의 생존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것들입니다. 이런 것들을 스스로 해결할 능력이 없는 인간은 자주적 삶을 살지 못합니다. 생존을 타인에게 의존하는 것이지요.

얼마 전 전국적으로 몇 곳에서 정전이 됐을 때 생활 자체가 불가능했지요. 전기가 끊어지니 엘리베이터가 정지하고, 물펌프가 정지하고, 은행업무가 마비됐습니다. 이렇게 며칠이 지나간다면 의식주를 ‘구입’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겠지요. 대부분의 ‘배운 사람’들은 이런 상황을 스스로 헤쳐갈 능력이 없습니다.

학교에서 생활하는 16년 동안 자신의 삶과 생활에 꼭 필요한 것을 가르치고 배울 시간을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교육은 정말 ‘무능한 똑똑이’를 만들고 있지요. 그것도 학원까지 보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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