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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열치열(以熱治熱)의 지혜, 삼복(三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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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열치열(以熱治熱)의 지혜, 삼복(三伏)
  • 정규호(전통장류명품화사업단 사무국장)
  • 승인 2012.07.17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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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날 보양식 -곰탕과 개장국
삼복더위에
뜨거운 보양식으로
건강한 생체리듬을 유지하고
원기를 회복하고자 하는 것이
우리 조상들의 삼복더위를 이기는
이열치열(以熱治熱)의 지혜...

외국인이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한국인의 생활풍속중의 하나가 바로 더운 여름철 뜨거운 음식을 먹으며 더위를 식히는 것이라 한다. 외국인 생활풍속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지만 삼복더위를 이열치열로 다스렸던 조상들의 지혜가 더욱 돋보이는 현상인 듯하다. 사람의 몸은 여름철에 외부의 높은 기온 때문에 체온이 올라가 다른 계절에 비해 많은 양의 피를 피부쪽으로 보낸다고 한다. 그래서 내부 장기쪽에는 피가 부족하게 되어 몸 안의 온도가 떨어지고 찬 음식은 더욱 온도를 낮추는 결과가 초래되어 만성피로가 쉽게 오므로 오장육보를 따뜻하게 하기위해 더울수록 뜨거운 음식을 먹게 되는 것이다. 기후와 음식에 대하여 과학적 사고가 함축된 것이 이열치열의 지혜이다.

▲ 여름 일상식
▲ 여름시절식 - 과일 화채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절정에 이르는 삼복(三伏)이 다가오고 있다. 삼복은 음력6월에서 7월사이에 들어 있는 속절(俗節)로서, 하지(夏至)로부터 셋째 경일(庚日)을 초복(初伏), 넷째 경일을 중복(中伏), 입추 후 첫째 경일을 말복(末伏)이라 하며 이를 삼복(三伏) 혹은 삼경일(三庚日)이라 하였다.

복날의 어원은 음기가 장차 일어나고자 하나, 남은 양기에 압박되어 일어나지 못하고 엎드려 있는 날이라 하여 복일(伏日)이라고 하였으며, 경일을 복날로 잡은 것은 음양오행설에 의한 것이다. 여름은 불(火)에 속하며 불(火)은 쇠(金)를 누르는 병리현상이 일어나 쇠(金)도 굴복하여 엎드린다고 한다. 그래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쇠(金)에 해당하는 천간 경일(庚日)을 복(伏)날로 잡았으며, 무기력해지고 허약해질 수 밖에 없는 몸을 보충하기 위해 보양식을 먹는 풍속이 생겨났다고 한다. 또한 경(庚)은 속성상 계절로는 가을이기 때문에 쇠(金)의 기운이 내장되어 있는 경일(庚日)을 복날로 정해 더위를 극복 하라는 뜻과 함께 '여름 불기운에 가을의 쇠 기운이 세 번 굴복한다.'라는 의미로 복(伏)자를 썼다고도 한다.

▲ 석빙고-얼음을 보관하는 곳
▲ 석빙고사한제-석빙고에서 얼음을 장빙하거나 개빙할때 지내는 제사

이러한 복날은 여름철 더위를 이기고, 더위로 무기력해지고 허해진 심신을 보살펴 가을철 농사에 대비하기 위한 다양한 보양식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조상들의 더위를 이기기 위한 대표적인 유산이 ‘석빙고’이다. 석빙고는 겨울철 강가의 얼음을 잘라 보관하였다가 여름철에 사용을 하였던 조상들의 냉장고이다. 복날이 다가오면 조정에서는 빙표(氷票)를 관리들에게 발급하여 장빙고에서 얼음을 타서 쓰도록 하였다. 천연냉장고인 석빙고는 구조적으로 반 지하 형식에 더운 공기가 위쪽으로 잘 빠지게 무덤형식으로 축조하여 비가 새어 들지 않고 내부의 습도와 배수를 조절하는 설비를 하여 한 여름에도 0도씨 정도의 낮은 기온을 유지하여 얼음이 녹지 않도록 하였는데 조상들의 슬기가 돋보이는 전통과학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석빙고에는 얼음을 채울 때와 얼음을 꺼낼 때 조정에서 사한제를 지내는 풍속이 있었다. 사한제는 사한신(司寒神)에게 지내던 제사로, 사한은 북방에 있으면서 추위를 관장하는 현명(玄冥)의 신이다. 겨울철 날씨가 너무 춥거나 또는 따뜻하여 얼음이 얼지 않으면 이변이라고 생각해 사한단(司寒壇)을 설치하고 제사를 지냈는데, 고려시대부터 문헌기록에 나타나며 조선시대까지 계속된 국가의식으로서 소사(小祀)로 행해져 필요할 때 날을 가려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오늘날 전해지고 있는 석빙고는 안동석빙고, 창녕석빙고, 경주석빙고 등이 문화유산으로 남아 있다. 서울의 서빙고와 동빙고는 소실되고 그 자리만 남아 있다.

▲ 채빙-겨울철에 석빙고에 넣을 얼음을 장만하고 있다
▲ 석빙고-사한제

오늘날 복날은 보양식을 먹는 날로 알려져 있지만, 민간에서는 다양한 풍속이 있었다. 먼저 복날과 관계있는 풍속(風俗)으로 '복날에 시내나 강에서 목욕을 하면 몸이 여윈다.'는 것이 있다. 이러한 속신 때문에 복날에는 아무리 더워도 목욕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초복에 목욕을 하였다면 중복과 말복 날에도 목욕을 해야 하는데, 이런 경우에는 복날마다 목욕을 해야만 몸이 여위지 않는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또한 복중(伏中)에는 대개 더위를 피하여 주식(酒食)을 가지고 물 가, 또는 산간 폭포수 있는 데에 가서 잔을 주고 받으며, 더위를 보내기도 하였으며, 「탁족(濯足)」이라 하여 산간 계곡물에 발을 담그면서 하루의 더위를 잊기도 하였다. 또한 더위를 먹지 않고 질병을 예방한다 하여 팥죽을 쑤어 먹기도 하였으며, 전라도에서는 밀전병이나 수박을 비롯한 다양한 여름과일을 먹으며 더위를 식히기도 하였다. 특히 충청도에서는 복날 새벽 일찍 우물물을 길어다 먹으며 복(福)을 비는 풍속이 있었으며, 또 해안지방에서는 백사장에서 모래찜질로 더위를 이겨내기도 하였다.

오늘날엔 복날에 즐겨 먹는 보양식으로 삼계탕을 먹지만, 복날에 즐겨 먹던 보양식은 개장국이였다. 개장국은 더위로 인해 허약해진 기력을 충전시켜 준다고 하여 즐겨 먹었는데 허준이 저술한《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개고기는 오장을 편안하게 하며 혈맥을 조절하고,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하며, 골수를 충족시켜, 허리와 무릎을 온(溫)하게 하고, 양도(陽道)를 일으켜 기력을 증진시킨다."라고 하였으며,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에는 "복날에 개장국을 끓여 조양(助陽)한다."는 기록이 있고, 또《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개장국을 먹으면서 땀을 내면 더위를 물리쳐 보허(補虛)한다."라고 하였다. 또한〈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에는 황구(黃狗)의 고기가 사람을 보한다고 하였는데 이러한 문헌을 통해서 볼 때, 개장국은 우리 민족이 건강식으로 즐겨 먹었음을 알 수 있다.

여름철은 몸의 양기가 모두 몸의 표면으로 나오고 속은 차가운데 찬 음식을 먹음으로 속이 더욱 냉해져 몸의 기운과 면역력이 떨어지게 된다. 이러한 삼복더위에 뜨거운 보양식을 먹음으로 몸 속을 따뜻하게 하여 건강한 생체리듬을 유지하고 원기를 회복하고자 하는 것이 우리 조상들의 삼복더위를 이기는 이열치열(以熱治熱)의 지혜였다.

현대사회는 오히려 냉방병을 걱정하는 여름철을 맞이하고 있다. 항상 규칙적인 식생활과 건강한 밥상을 일상적으로 접하고 있는 요즘, 굳이 보양식을 찾기 보다는 스트레스를 날리고 정신이 맑아지며 머리가 시원해지는 복날 풍속을 찾아 즐겨보자!

▲ 낙파 이경윤, 고사탁족도
▲ 빙표-조정에서 발부한 증표, 여름에는 석빙고에서 얼음을 탈 수 있는 빙표를 발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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