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고전영화 ⑤ 싸이코
피를 빨아먹고 사는 긴 손톱의 흡혈귀 드라큘라, 시체 조각들을 붙여 만든 프랑켄슈타인의 누더기 괴물… 영화의 역사 초기에는 보기만 해도 무서움이 유발되는 기괴한 형상의 캐릭터가 공포영화를 이끌어갔다. 1960년대로 접어들며 미국할리우드에서는 새로운 유형의 공포영화가 제작되기 시작했다. 평범한 얼굴을 가진 살인마, 즉 인간 자체가 악마로 등장하면서 공포는 이제 흉측한 외모가 아니라 근거를 알 수 없는 잔인한 심리에 자리잡게 된다. 장마철로 접어들며 눅눅하게 푹푹찌는 여름밤, 익숙한 것에 소스라치게 만들며 온몸의 땀구멍을 닫아버리게 하는 미국 공포영화의 고전들을 소개해본다.
더군다나 도망자는 남의 눈길을 피하려다 보니 자의반타의반 점점 인적 드문 으슥한 곳으로 이끌려가기 일쑤다. 엄습해오는 형벌의 올가미가 절도범의 뒷덜미를 옥죄는 듯 다가서는 느낌. 공포의 사냥감은 아무리 벗어나려 해도 결국 자신을 사지로 몰아가는 줄도 모르고 죽음 앞에 다가서는 것이다.
그러다가 잠시 이 범죄자에게 안도의 휴식이 찾아온다. 마리온은 비가 심하게 내리는 밤 사회로부터 격리된 듯한 장소에 음산하게 서있는 별장 여관에 투숙한다. 기묘한 대화로 치근덕대는 여관주인을 따돌리고 이제 드디어 온몸에 찌든 땀을 씻어내려 한다. 욕실에 들어가 커튼을 치고 샤워기로 온몸에 물을 뿌린다. 악마는 긴장을 푼 희생자를 먹잇감으로 삼는다는 것을 추호도 모른 채.
어디서나 상투어처럼 서스펜스의 대가라고 소개되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1960년작 <싸이코>의 유명한 샤워 장면이다. 살인마는 이윽고 커튼을 젖히면서 칼을 치켜든다. 이 난자 장면으로 인해 이후 유행하기 시작한 ‘슬래셔 무비’의 효시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슬래셔 무비란 칼, 톱, 도끼 등과 같이 날카로운 살인도구로 희생자를 베고 자르고 피가 낭자하게 만드는 영화들을 일컫는다.
영화가 후반부로 다가설수록 이 살인마는 드라큘라 같은 괴기스러운 존재가 아니라 엄마의 사랑에 굶주려 홀로 외로이 살아온 평범한 얼굴의 ‘싸이코’임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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