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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골이 오싹, 영화속 악마는 에어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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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골이 오싹, 영화속 악마는 에어컨?
  • 송길룡
  • 승인 2012.07.17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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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고전영화 ⑤ 싸이코

피를 빨아먹고 사는 긴 손톱의 흡혈귀 드라큘라, 시체 조각들을 붙여 만든 프랑켄슈타인의 누더기 괴물… 영화의 역사 초기에는 보기만 해도 무서움이 유발되는 기괴한 형상의 캐릭터가 공포영화를 이끌어갔다. 1960년대로 접어들며 미국할리우드에서는 새로운 유형의 공포영화가 제작되기 시작했다. 평범한 얼굴을 가진 살인마, 즉 인간 자체가 악마로 등장하면서 공포는 이제 흉측한 외모가 아니라 근거를 알 수 없는 잔인한 심리에 자리잡게 된다. 장마철로 접어들며 눅눅하게 푹푹찌는 여름밤, 익숙한 것에 소스라치게 만들며 온몸의 땀구멍을 닫아버리게 하는 미국 공포영화의 고전들을 소개해본다.


엉겁결에 회사 공금을 횡령한 젊은 여성 마리온(자넷 리)은 자기가 도둑질을 했다는 죄의식을 가지고 차량 도주를 하는 중이다. 애초에 절도와는 무관하게 살던 사람이 어떤 욕망에 의해 남의 것을 훔치는 경우에는 누군가에게 발각되기 전까지 안전한 곳으로 어서 옮겨가려는 초조한 심리에 사로잡히기 마련이다. 자신을 바라보는 모든 평범한 시선이 의심을 품고 쏘아보는 눈초리가 된다.

더군다나 도망자는 남의 눈길을 피하려다 보니 자의반타의반 점점 인적 드문 으슥한 곳으로 이끌려가기 일쑤다. 엄습해오는 형벌의 올가미가 절도범의 뒷덜미를 옥죄는 듯 다가서는 느낌. 공포의 사냥감은 아무리 벗어나려 해도 결국 자신을 사지로 몰아가는 줄도 모르고 죽음 앞에 다가서는 것이다.

그러다가 잠시 이 범죄자에게 안도의 휴식이 찾아온다. 마리온은 비가 심하게 내리는 밤 사회로부터 격리된 듯한 장소에 음산하게 서있는 별장 여관에 투숙한다. 기묘한 대화로 치근덕대는 여관주인을 따돌리고 이제 드디어 온몸에 찌든 땀을 씻어내려 한다. 욕실에 들어가 커튼을 치고 샤워기로 온몸에 물을 뿌린다. 악마는 긴장을 푼 희생자를 먹잇감으로 삼는다는 것을 추호도 모른 채.

어디서나 상투어처럼 서스펜스의 대가라고 소개되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1960년작 <싸이코>의 유명한 샤워 장면이다. 살인마는 이윽고 커튼을 젖히면서 칼을 치켜든다. 이 난자 장면으로 인해 이후 유행하기 시작한 ‘슬래셔 무비’의 효시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슬래셔 무비란 칼, 톱, 도끼 등과 같이 날카로운 살인도구로 희생자를 베고 자르고 피가 낭자하게 만드는 영화들을 일컫는다.

영화가 후반부로 다가설수록 이 살인마는 드라큘라 같은 괴기스러운 존재가 아니라 엄마의 사랑에 굶주려 홀로 외로이 살아온 평범한 얼굴의 ‘싸이코’임이 드러난다.

히치콕 감독은 <싸이코>의 대성공에 힘입어 한 번 더 공포영화에 손을 댄다. <새>(1963)가 그 영화. 이번에는 공포유발자가 사람이 아니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물 중 공포와는 전혀 무관해 보이는 의외의 존재, 새다. 새들이 하늘을 뒤덮고 몰려와 한가롭게 지내던 미국 유원지한 곳을 인류종말의 진원지로 만들어버린다.

60년대 공포영화를 잇는 70년대 할리우드 공포영화로는 <엑소시스트>(윌리엄 프리드킨, 1973)를 먼저 꼽을 수 있겠다. 누가 귀엽게 생긴 어린 소녀의 몸속에 악령이 깃들어 있으리라고 상상이나 했겠는가. 소녀가 잠들어있는 침대가 두둥실 공중에 떠오르는 장면은 두고두고 관객들의 상상을 지배했다.

<오멘>(리차드 도너,1976). 아예 악마의 표시 ‘666’을 들고나와 드러내놓고 인류를 저주의 도가니로 집어넣을 존재가 탄생하는데, 그 존재란 아무런 힘도 못쓸 것 같은 유년의 장난꾸러기다. 기묘한 것은 이 악동이 자기 힘으로 악마적인 사건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라는 것. 사실 이 평범한 소년의 신비로운 출생과 성장을 둘러싸고 악마를 신으로 믿는 사람들의 과잉보호가 세상을 공포로 가득하게 하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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