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교육·사회 교육
세종교육 학교자치 발목 잡는 ‘학부모회 권력화’학부모회·학부모연합회 잇따라 선거 잡음… 주먹구구식 운영, 학부모 신뢰 깎아먹어
세종시 일부 학교 학부모회 임원 선출 과정에서 잇따라 잡음이 일어나고 있다. 학부모회 법제화 추진과 함께 선출부터 운영, 관리까지 일반 학부모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학교자치의 한 갈래인 세종시 학부모 자치기구 회장단 선출을 두고 잇따라 잡음이 나오고 있다.

2일 지역 교육계와 세종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최근 A학교 학부모회 회장단 선거가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돼 다시 개최된 데 이어 재차 열린 투표마저 학부모 민원이 제기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학부모 B씨는 “최근 학부모회 임원 선출 과정에서 두 번이나 투표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150여 명에 달하는 일반 학부모들의 표가 무용지물이 되고, 갑자기 열린 선거에 60여 명이 참석해 일부 후보자 당락이 바뀌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발생했다”고 했다.

A학교 학부모회 임원 선거는 지난달 20일 학부모 총회에서 실시됐다. 총회 참석자 과반수 찬성이라는 회칙이 존재하지만, 참가자들의 동의 아래 회장과 부회장 등 다수 득표자가 선정됐다.

이후 앞선 회칙을 근거로 민원이 발생하면서 임시회가 열렸고, 공고 이틀 만에 다시 입후보자를 받아 재투표를 실시했다. 일련의 선출 과정으로 인해 학부모들의 신뢰가 무너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학부모 B씨는 “현장에서 동의한 결과를 과반수 득표라는 회칙을 앞세워 재투표를 진행했다”며 “재투표마저 회칙을 어기고 공고 후 이틀 만에 급작스럽게 이뤄져 참여자가 절반 이상 줄었다. 사유도 받아들이기 미심쩍고, 무엇보다 일부러 시간을 내 참석한 학부모로서 크게 실망했다”고 밝혔다.

선거 공정성에 대한 문제는 지난달 26일 실시된 세종시학부모연합회 회장단 투표에서도 잇따라 불거졌다. 회칙 적용 기준을 근거로 두 배 이상 많은 득표를 얻고도 낙마하는 사례가 발생해서다.

연합회 규약 제7조 1항에 따르면, 회장은 총회에서 선출하고, 학부모연합회에서 1회 이상 임원 활동을 한 자로 제한하고 있다. 이날 선거에서는 연합회 내 협의회인 혁신학교 네트워크 임원까지 포함하느냐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회장 입후보자 기준인 임원 활동 경력에 대한 제한이 열정 있는 학부모 인력의 발굴·활동을 방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날 선거에 참여한 또다른 학부모 C씨는 “공표 날짜와 회의록, 제정날짜도 없는 회칙의 정당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학부모들이 많았다”며 “투표에 앞서 불합리한 피선거권에 대한 규약 개정을 요구한 학부모들의 의견이 묵살되는 등 선출과정이 불합리해 보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선거 결과와는 별개로 학부모 자치 확대를 가로막는 회칙은 앞으로 꼭 개정돼야 할 것”이라며 “학교자치를 모토로 건 세종에서는 순수한 마음으로 봉사하고자 하는 학부모들이 부조리에 부딪혀 실망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이 사태는 세종시교육청 교육감에게 바란다 코너에도 올라왔다. 투표의 정당성에 대한 문제 제기이자 학부모 자치에 동참해보려 했던 학부모의 실망 섞인 목소리다.

한 학부모는 “이미 두 배의 표차로 선출되신 분이 그동안 연합회 임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당선 무효가 됐다”며 “혁신학교 회장단은 ‘우리는 세종시 학교가 아니냐’며 실망해 나갔고, 문제를 제기하는 학부모에게 삿대질을 하는 모습을 보며 이런분들이 세종교육 전체 학부모를 대신한다고 생각하니 화가 났다”고 적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학부모회와 학부모연합회 모두 임의기구로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며 “현재로서는 법률해석과 관련된 자문 정도만 가능하다. 법적기구가 되면 각 학교 선거 절차 등에 대한 엄격한 관리를 독려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올해 중앙선관위 K-voting 시스템을 활용, 학교 선거 온라인 투표를 시범 운영했다. 곳곳에서 후보자 경합 형식의 학부모회 선거가 펼쳐지면서 공정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도입됐으나,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봉사와 학부모 교육’ 본질 흐려진다

학부모회는 해당 학교의 모든 학부모를 회원으로 한다. 학교 운영에 대한 전반적 의견 제시, 봉사활동, 학부모 대상 교육 등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대부분의 학교는 학부모회 구성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직장생활 등 다양한 이유로 참여를 꺼리는 학부모들이 많기 때문. 투표는커녕 정족수를 만족하기도 벅찬 것이 현실이지만, 세종시 일부 학교는 다르다.

교육계에서는 젊은 층에 속하는 학부모들의 참여가 두드러지고 있다며 긍정적인 반응이다. 세종시교육청이 학부모 아카데미 등 학교 참여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 것과 맞물린 결과란 해석이다.

반면, 최근 회장단 선거와 관련된 일련의 잡음들은 학부모 자치기구가 권력화·정치화되고 있는 반증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지역 교육계 관계자 D씨는 “올해 들어 세종시 각 학부모회에서 경합 형식의 투표로 임원을 선출한 학교가 많아진 것으로 안다”며 “자녀를 전학시키면서까지 회장을 맡으려는 학부모가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의회와 교육청을 감시·견제해야 할 학부모단체가 벌써부터 권력화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역 교육계 관계자 E씨는 “신도시인 세종에서는 학부모단체 대표 경력도 개인적인 사회 활동, 정치 입성의 발판이 되는 사례가 있다”며 “학부모 자치기구가 본래 목적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일반 학부모들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학부모회 법제화 추진, 답 될까? 의견 분분

교육부는 올해 업무 계획에 학부모회 활성화 기본계획을 포함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면서 학부모회 조례 제정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학부모회 조례가 제정된 곳은 서울, 부산, 인천, 광주, 경기, 전북, 제주 등 8개 시도다.

세종시의회도 관련 조례 제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의회 교육안전위원회 박용희 의원이 의원발의를 준비 중이다.

학부모회 법제화는 학부모 기구 위상 강화와 연결된다. 다만, 일부 학교에서 나타나는 사례 등을 고려하면, 우려의 목소리도 상존한다. 민주적인 운영, 장벽 없는 다수 학부모의 자발적 참여 등이 우선 보장돼야 한다는 것.

학부모 B씨는 “학부모회에 참여하는 학부모들은 전체 학생과 학부모를 대표한다는 마음으로 봉사하는 것이 대 원칙”이라며 “학부모회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학부모들도 신뢰하고, 믿고 위임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운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 교육계 관계자 E씨는 “학부모회 임원 선출만으로도 이렇게 문제가 되는데, 법제화가 된다면 학교에서는 운영위원회, 학폭위원회 등 법제기구 관리만으로도 벅찰 것”이라며 “학부모회가 이미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더 큰 감투만 씌워주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실제 울산에서는 올해 초 학부모회 법제화 관련 조례 제정을 추진하면서 반발에 부딪힌 바 있다. 모든 학교에서 학부모회를 구성해야 하는 강제성, 예산 지원에 따른 문제점 발생과 형평성, 정치적 단체로의 변질 우려, 학교운영위원회와의 갈등, 교사 업무 가중 등이 이유다. 

한지혜 기자  wisdom@sjpost.co.kr

<저작권자 © 세종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지혜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