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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의 영화문화를 상상해보자
  • 송길룡
  • 승인 2016.05.26 13: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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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도시'라면서 영화관은 한 곳 뿐...

필자는 지난해 그러니까 2011년 여름에 일자리를 찾아 이곳 연기군 조치원읍에 이주해왔다. 20여년의 서울 생활을 뒤로 하고 아무런 연고가 없는 지역에 삶터를 마련하게 된 것인데, 이주에 있어 개인적인 특별한 의도가 깔린 것은 아니지만 올해 7월 세종시가 출범되면서 광역도시화가 예정되는 지역의 한 곳에 오게 된 것이다.

조치원으로 이주한 후의 기본적인 의식주 생활은 조치원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시가지 형태의 인구밀집지역에서 이루어졌는데, 처음에는 서울에서의 생활과 비교해볼 때 그다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고, 오히려 공기 맑고 여유로운 소도시 환경의 풍취에 흠뻑 젖어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곳 환경에 어지간히 적응해가는 적당한 시간이 흐르자, 필자가 서울에서 평소에 아무런 거리낌없이 즐기던 문화생활에 있어서 작지 않은 결핍이 느껴지게 되었다.

필자는 영화관람을 취미로 갖고 있다. 단순한 취미의 하나로 여기는 것을 넘어서 직장생활에서 오는 단조로움을 이겨내도록 하는 여가시간의 활용 측면뿐 아니라 극장스크린에 펼쳐지는 주변 세계의 다양한 풍광과 정서들을 통해 정신적 양식과 삶의 쾌락을 제공받는 등의 심미적 활동 측면에서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편이다. 아닌 게 아니라 이미 현대 문화에 있어서 영화는 중요한 문화예술양식의 매체로 간주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연기군에는 적정한 시설을 갖춘 영화관이 조치원 읍내 한곳뿐이다. 5개 상영관을 운영하는 메가박스 조치원점이 그곳이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사정을 들어보니 인구대비 매출규모의 한계 때문에 그동안 멀티플렉스형 영화관이 들어서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한다. 어떤 면에서 보면, 예상되는 영화관객수에 비해 훨씬 규모가 큰 영화관 시설이 들어선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를 보기 위해서 청주나 대전으로 가야 했던 이전 상황에 비한다면 조치원의 영화애호가들에게는 대단히 반가운 일이었음은 분명하다.

없는 것보다는 부족하더라도 그나마 있는 것이 낫다는 입장에 대해 수긍 못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조치원에서는 하루에 최소한 5편의 영화 중에서 하나를 골라볼 수 있다. 그런데 골라볼 수 있도록 펼쳐진 그 5편의 영화목록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영화진흥위원회 홈페이지(www.kofic.or.kr)에서 제공하는 일별 총 관객수 및 매출액 통계현황을 살펴보면 보통 비수기라고 보는 시기인 4월에는 매일 17-26 편 정도의 영화가 상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작은 도시에서 이를테면 20편의 영화를 동시에 놓고 골라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그런데 조치원이라는 한정된 구역이 아니라 얼마 지나지 않은 미래에 광역도시화된 세종시에서라면 어떨까? 여느 대도시에서와 마찬가지로 멀티플렉스형 영화관이 경쟁적으로 난립하게 되는 상황을 어렵잖게 예상해볼 수 있다. 매일 전체 20편의 영화 중에 10편 또는 15편이나 되는 많은 영화들을 대상으로 골라보는 재미를 톡톡히 누리는 행복한 관객을 꿈꿔볼 수도 있을 것이다.

세종시에 입주하는 대부분의 주민들은 서울이나 대전과 같은 대도시문화권에서 이주해온 이들이라고 한다. 앞으로 도시건설이 더욱 윤곽을 드러냄에 따라 그러한 입주민들의 인구도 퍽 증가될 것이다. 한편 그들이 즐겼을 대도시권의 문화생활에 대한 결핍이 지금의 필자가 느끼는 것처럼 어느 정도 영화관에서 해소될 수 있으리란 것도 쉽게 예상해볼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멀티플렉스형 영화관의 동반 입주 역시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세종시도 영화문화에 있어 여타의 광역도시와 비슷한 상황을 노정시키게 될 것이다.

그런데 과연 기존 광역도시의 영화문화가 그대로 이식되는 것이 세종시에 적절한 일일까? 한번쯤 고민해볼 일이다. 세종시장 선거과정에서 ‘명품도시’라는 말이 상투어처럼 회자되었지만 그에 걸맞는 상세한 문화정책은 살펴보기 어려웠다. 새로이 건설되는 광역도시의 영화문화는 어떠해야 할까? 기존 광역도시에서의 문제들을 미리 꼼꼼히 짚어보고 타산지석으로 삼아보는 일을 지금부터 해봐야 하지 않을까? 세종시는 ‘백지’부터 시작한다고들 했다. 하지만 이미 알고있는 시행착오는 되풀이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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