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올해 착공이 예정된 세종시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앞 어진중학교, 성남고등학교 학부모들이 교육환경법을 언급하며 학습권 침해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지난해 2월 4일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교육환경법)이 시행됐다. 기존 학교보건법 안에서는 학교 신설 시에만 교육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도록 규정했지만, 최근 사업 시행 승인 전 단계에서 의무화됐다.
학교 부지 경계로부터 200m 이내, 연면적 10만㎡ 규모 이상 또는 21층 이상의 건축물은 교육환경영향평가를 통해 교육감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학교 인접 지역에 고층 건물 짓기가 더 까다로워진 셈이다.
환경평가는 전문기관에 의뢰해 진행된다. 항목은 위치, 토양, 대기, 일조 등 27개에 이른다. 그간 법적 근거가 약해 논란이 됐던 학교 일조권 침해와 소음, 분진 관련 규제도 가능해졌다.
아파트 신축이 활발한 세종시도 교육환경법 신설 여파를 피해갈 순 없다.
특히 세종시는 지난해부터 50학급 이상 대규모 학교 신설이 이뤄지고 있다. 계획된 부지 내에 교실 건물과 운동장이 빽빽하게 들어서고 있어 학교 앞 고층 아파트로 인한 일조권 침해, 학습 환경에 대한 인식도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3월 개교한 행복도시 3-3생활권 글벗초·중이 단적인 예다. 당시 학부모들은 교실의 일조량, 향후 건축될 48층 주상복합 아파트에 대한 우려로 대책 마련을 요구한 바 있다.
어진중·성남고 학부모 반발, 내달 학부모 설명회
세종시교육청에 따르면, 최근 어진중학교와 성남고등학교가 위치한 1-5생활권 H5, H6 블록 2곳에 대한 교육환경영향평가가 진행됐다. H5(한신공영)은 불승인, H6(우미건설)은 최종 보류 판정을 받았다.
두 곳은 각각 646세대와 468세대 규모의 주상복합 아파트가 신축될 예정이다. 층수는 35층, 42층이다. 분양은 지난해 8월과 9월로 예정됐었지만, 최근 올해 6월(잠정)로 미뤄졌다. 사업 시행 승인을 받지 못했기 때문.
특히 이중 H6 부지는 인근 학교와 2차선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거리는 약 40m. 최근 학부모들은 건축 승인을 반대하는 민원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어진중 학부모 A씨는 “세종시로 이주해온 많은 학부모들이 최근에야 학교 앞 초고층 주상복합 공사 소식을 알게 됐다”며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공사 기간만 3년이 넘는다. 소음과 먼지, 공사차량으로 인해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교육환경보호위원회를 통해 이 문제를 논의했다. 우선 학부모들이 우려하고 있는 공사 소음과 분진 문제 등에 대한 보완책을 지속 요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는 학생들을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고, 학부모들에게도 영향평가에 대한 정보를 모두 공개하고 있다”며 “H6 블록은 최근 보류 판정이 내려졌다. 시행사에서는 개학 후 내달 쯤 학부모 대상 공개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교육환경법 신설 여파는 재건축 지역과 신도시 등에서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업 시행 승인이 미뤄지면서 사업이 지연되거나 행정소송으로 치닫는 사례도 드러났다. 최근에는 부산 해운대초, 경남 통영 동원 중·고등학교, 인천 문일여고 등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