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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비암사 백제대제' 파행, 못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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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비암사 백제대제' 파행, 못 열리나?
  • 이희택 기자
  • 승인 2017.04.10 10:2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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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원-비암사 간 주도권 싸움으로 반쪽행사 우려… 이면에 내재된 종교갈등도

 


[세종포스트 이희택 기자] 세종시 비암사 백제대제가 개최 9일을 앞두고 파행 위기를 겪고 있다.


표면상으론 비암사와 세종문화원간 주도권 싸움이 부각되고 있는데,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종교 갈등 양상으로까지 치닫는 모양새다.


오는 15일 오전(1부)·오후(2부)로 나눠 진행될 백제대제가 반쪽자리로 전락할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세종문화원이 주관하는 오후 행사가 비암사가 아닌 다른 곳으로 옮겨져 개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초 비암사 백제대제는 지난 1983년부터 2015년까지 문화권 주관 행사로 치러졌으나, 비암사가 수년 전부터 공동 진행을 지속 요청하면서 양 단체 간 갈등과 반목이 빚어졌다. 결국 예산을 지원하는 세종시가 중재에 나섰고, 지난해부터 공동 주관이란 타협점을 도출하며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었다. 비암사는 유사한 방식의 행사를 12부로 나누지 말고 통합해서 간결하게 진행하자는 입장을 전달했다. 실제 오전오후 다른 방식의 제례가 잇따라 진행되고 각각의 공연도 펼쳐지고 있어 효율성과 축제 완성도가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는 것.


통합 축제로 승화해야 선명하고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지역 대표 축제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게 사찰 측 판단이다. 오전에는 제례, 오후에는 공연 중심으로 일관성 있게 진행해야 한다는 것. 지역 소재 영평사의 구절초 축제와 황룡사의 산사음악회가 그 대표적 사례다. 


비암사 관계자는 “행사 주최주관을 누구로 할 것인가에는 관심이 없다”며 “(문화원 행사) 방식 자체가 옛 것을 훼손하고 있다. 과거 유산을 복원해 제대로 진행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불교식 제례가 다양한 시민들을 폭넓게 수용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각 집안마다 명절이 되면 지내는 제사에 불교식, 유교식이 어디 있나. 모두 섞여 있다. 제례도 그 선에서 합리적으로 지내면 된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다른 종교를 가진 문화원 주요 인사들이 불필요한 트집을 잡고 있다는 얘기다.


 

세종문화원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세종시민을 넘어 타 지역 방문객까지 수용해야할 문화행사가 신도 중심의 종교행사로 변질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종파를 초월한 제례가 개방소통공유의 시대정신에도 맞다는 것.


문화원 관계자는 “비암사가 지난 2007년부터 행사를 불교식으로 하지 않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현하기 시작했다”며 “영평사와 황룡사처럼 직접 행사를 주관하겠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트집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타협의 산물이었던 공동 주관도 형식만 취했지, 실제로는 비암사 자체 주관인 것처럼 외부에 공표한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했다. 지난해와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하고, 차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게 문화원 측 주장이다.


그러면서 “비암사가 경내를 쓰지 못하게 한다면 (백제의) 마지막 항전지이자 (1983년) 처음 행사를 시작했던 금이산성으로 (행사장을) 옮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비암사는 합의점 도출을 위해 협상 테이블을 제안했으나, 문화원 측이 거절했다며 격앙된 반응이다. 다시 한 번 세종시의 중재가 필요하다는 것. 시도 최소 한 달 전쯤부터 시작했어야 할 축제홍보도 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시는 현재 비암사와 세종문화원에 각각 1000만 원 수준의 예산을 지원한 상태다. 지난해부터 양 단체 간 타협의 산물인 셈. 그러나 분산 개최란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경우, 예산 투입 효과 역시 반쪽자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문화원이 30년 넘게 진행해온 고유 행사지만 1970~80년대 비석 모양의 불상 3점이 비암사에서 발견되는 등 불교 유산의 가치를 살리지 않을 수 없어 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시 관계자는 “(비암사는) 공주 이상의 백제대제 행사로 발전시킬 수 있는 자원을 보유한 곳”이라며 “전통문화와 불교 가치를 제대로 융화시킬 수 있도록 막판 합의를 잘 이끌어내겠다”고 답변했다.


지역의 한 불교 신자는 “지난해부터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향토사학자들과 함께 원만한 해결에 나섰으나, 양자간 이해득실만 따지고 있어 한심하다”며 “공주부여의 백제문화제처럼 발전시키겠다는 대의를 놓고 문제를 해결했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백제대제는 지난 1983년 전의고적보존회가 향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주류성과 비암사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르면서 시작됐다. 그해 4월 15이 종파를 초월해 전 국민의 이름으로 제를 올리기 시작한 것. 백제 부흥을 위한 주류성 항전 1310년이 흐른 뒤의 일이다.


백제대제는 1992년부터 비암사로 자리를 옮겨 진행되고 있다. 비암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본사인 마곡사(麻谷寺)의 말사다. 확실한 창건연대는 알 수 없으나 삼국시대에 창건된 절이라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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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바위 2017-04-06 14:59:32
백제대제는 종교행사가 아닌 역사문화행사로서 지역축제로 발전시켜서 백제의 혼을 국내외로 널리 알리고 동참하여 공동체 의식을 공유하는 장이 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공동의 목표를 위하여 각자의 역할을 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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