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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이지 않은 경상도 토속음식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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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이지 않은 경상도 토속음식의 매력
  • 김형규
  • 승인 2017.04.04 18:3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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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규의 자전거 역사문화기행] <1-2>혼자서도 즐기는 언양불고기

 

‘이리 오너라’ 하고 허세를 부리진 못했으나 손님을 맞는 친절함으로 충분히 보상받았습니다.

언양 지역은 일제 강점기 때부터 도축장과 푸줏간이 성행했다고 합니다. 1960년대 후반 경부고속도로 건설기간 중 근로자들이 이곳을 자주 찾으면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탔습니다.


평일 오후 1시가 넘었는데도 이집은 손님들로 붐볐습니다.


불고기 2인분과 육회1접시를 주문하자 기본 찬이 차려졌습니다. 쌈장, 마늘, 기름장, 콩조림 등은 어디서나 기본적으로 제공됩니다. 미나리와 상추, 풋고추, 쌈무, 파채무침도 약간의 차이는 있습니다만 크게 낯설지 않습니다. 눈길을 끄는 건 된장에 파묻은 집고추와 식초에 살짝 저린 양파입니다.

 

 

육회가 먼저 나오고 곧바로 초벌구이 한 불고기가 등장했습니다.
채를 썬 배 위에 올린 육회는 계란노른자를 빼고 참기름, 과일소스, 통깨와 함께 버무렸는데 양념 맛에 전혀 기가 죽지 않았습니다. 다른 육회보다 두툼해 묵직하게 씹히는 질감이 입을 즐겁게 합니다.


석쇠불고기는 편마늘과 버섯을 듬뿍 넣고 양념을 했는지 하지 않았는지 무심하기까지 합니다. 원재료의 육향을 살리면서 숯불 향을 강조한 듯합니다. 대체로 유명 맛집은 자극적인 양념을 쓰지 않습니다.


식사로 공깃밥과 막국수를 하나씩 주문했더니 김치류와 콩잎장아찌, 멸치볶음, 톳무침 등이 추가로 나옵니다. 조청을 묻힌 삶은 고구마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고구마는 이 지역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경상도 관찰사였던 조엄(1719~1777)이 1763년 조선 통신사로 일본 대마도를 방문했다 고구마(감저) 종자를 처음 들여와 동래와 영도에서 첫 재배를 시도했거든요.

 

 

가만 살펴보면 밑반찬 중에는 경상도 토속음식이 많습니다. 충청도에서 많이 먹는 깻잎장아찌와 유사한 된장콩잎장아찌에다 고구마, 멸치, 톳나물이 그렇고 양은냄비에 나오는 된장찌개와 살얼음이 동동 떠다니는 물김치, 디저트 식혜도 깔끔했습니다. 어느 하나 가벼이 넘길 수 없는 반찬이 이집의 탄탄한 기본을 가늠케 합니다.


고맙게도 이집은 1인분도 제공합니다. 우리가 자리 잡았던 옆자리에 한 중년 남성이 혼자 양반다리하고 앉아 제집인양 제왕처럼 불고기를 먹더라고요.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이렇게 맛있고 배불리 먹었으니 자전거타기 힘들겠다”고 했더니 “음식이 좋아서 금방 소화가 됩니다”라고 맛장구를 칩니다.
전용주차장과 안내원이 있습니다만 주말에는 북새통일 듯합니다.


여기서 돌발 퀴즈.
많은 사람들이 언양불고기타운과 반구대암각화가 속한 행정구역이 기초자치단체인 울주군이라는 사실을 아실 겁니다. 그렇다면 상위 광역자치단체는 경상남도인가요? 아닙니다. 울산광역시입니다.


자치구(自治區)와 동(洞)만 광역시에 있는 줄 알고 계시는 분들이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1995년 관련법 개정에 따라 직할시라는 명칭이 광역시로 바뀌면서 종전 직할시에는 구와 동만이 속할 수 있었는데 이후 광역시는 구는 물론 군(郡)을 보유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니까 1995년 이후 광역시로 흡수된 인근 군(郡)은 계속 그 명칭을 쓰는 겁니다.

 


울주군은 1997년 울산광역시에 흡수됐습니다. 부산의 기장군, 인천의 강화군옹진군, 대구 달성군 등이 유사한 경우입니다. 대전과 광주는 1995년 이후 면적이 늘지 않았습니다. 대전도 군을 하나 영입하면 어떨까요. 인근 충남 금산군에서 관련 논의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는데 아직 진척은 없는 듯합니다.


다음 행선지는 반구대암각화. 대략 10㎞ 떨어진 지점입니다. 되돌아와야 하니 왕복 20㎞에다 역까지 가는 거리를 합치면 오늘 40㎞쯤 라이딩을 하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 반구대암각화가 오랜 시간 물에 잠겨 원형이 많이 소실돼 보존방식을 놓고 논란이 됐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적이 있습니다. 7000년 전 신석기시대부터 ‘금수저’로 살아온 이지역의 시원(始原)을 찾아 떠나볼까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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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 2017-03-30 21:30:05
언양불고기 먹으러 울산 갑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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