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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부족의 번영… 고래고기와 한우의 후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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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부족의 번영… 고래고기와 한우의 후덕함
  • 김형규
  • 승인 2017.04.04 1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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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규의 자전거 역사문화기행] <1-4>여러 부위 한꺼번에 구워먹는 언양 떡갈비

[세종포스트 자전거 역사문화기행] “저~, 대전서 왔는디유. 점심은 불고기 먹었고 저녁에 먹을 만한 식당 좀….” 읍사무소에 무작정 들어가 민원안내 직원의 귀에 대고 나지막하게 던져놓고 보니 쬠 겸연쩍습니다.


낯선 얼굴이 불쑥 다가와 긴장했던 직원이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여긴 다 불고기라예”하고 무덤덤하게 넘어갑니다.


“대전서 자전거 싣구 왔슈.”
비장의 무기를 들이댑니다.


그 말에 직원이 잠시 고민하더니 “점심에 석쇠불고기 드셨습니꺼. 그럼 떡갈비집 알려드리께예”하면서 천기를 누설합니다. 이 지역 ‘육두품’들이 자주 가는 집인가 봅니다. 그럼 믿을만하죠.

 

 

터미널 사거리에서 울산역 방면으로 직진하다 언양고등학교 가기 직전 어음사거리 모퉁이에 자리 잡은 식당입니다. 주변에 불고기집들이 잔뜩 널려있습니다.


고래잡이가 금지되기 이전 이 동네는 부의 상징인 고래고기와 소고기가 차고 넘쳤을 겁니다.
반구대 암각화에서 보듯 인류의 궁극적인 종착역은 풍요와 다산입니다. 오죽하면 지나치게 과장된 성기를 드러내고 사냥 법을 상세하게 새기거나 주술을 걸어 제물을 바쳤겠습니까. 반구대부족들은 갈망했던 풍요가 현실이 되자 그 고마움을 공평한 분배와 제사, 춤으로 보답했습니다. 혜택 받은 만큼 환원할 줄 알았던 거죠.


오늘날 울산에는 번영을 기원하는 축제가 많이 열립니다. 울산고래축제, 한우불고기축제, 해양축제, 처용문화제, 간절곶해맞이축제, 장미축제, 마두희축제, 쇠부리축제, 궁거랑벚꽃한마당, 대숲납량축제, 옹기축제, 영화제 등등. 이 가운데 불륜과 질투를 춤으로 승화시킨 처용의 설화를 담은 문화제가 울산에서 열린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인간이란 궁핍함이 사라지면 말초신경으로 관심이 쏠리기 마련인가요.
 

 

오후 4시 조금 넘은 시간이라 손님이 서너 테이블밖에 없습니다.
점심 먹은 배가 완전히 꺼지지 않아 떡갈비 2인분만 주문했습니다. 개인 세팅지가 식탁에 깔리고 간단한 기본 찬이 나옵니다. 이집의 특징은 간장 소스에 양파, 파채, 콩나물을 섞어 고기와 함께 먹습니다.


잠시 후 음료수병 밑바닥 크기만 한 떡갈비가 숯불위에서 지글지글 익기 시작합니다. 이집 떡갈비는 보통의 것과 달리 다지지 않는다는군요. 아주 얇게 썬 각 부위의 고기를 여러 장 겹쳐 양념을 한다고 합니다. 식당 건물 이마에 내건 ‘한 마리 전체 혼합한 고기’ 홍보문구가 떠오릅니다.


짧은 시간에 한 면을 굽고 뒤집은 뒤 얼마 안 돼 가위로 조각을 내자 가운데 부분이 마치 딸기잼을 넣은 듯 선홍색을 띱니다. 미디엄스테이크를 보는 듯합니다.


단맛의 틀을 벗어나진 못했으나 육질이 부드러우면서도 꽉 찬 느낌을 줍니다. 버터를 가미한 듯 고소한 뒷맛이 오래 남습니다.

 

 

사장님의 열정을 대변하듯 식탁 세팅지는 이집 떡갈비의 제조과정과 특허내역, 선물용 포장판매 홍보 등의 문구로 울긋불긋하게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전문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치지 않은 산만함이 거슬리지만 메인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무료함을 달래줄 심심풀이 정도로 보면 되겠습니다.


떡갈비만 먹고도 배가 불러 식사메뉴인 가마솥곰탕이나 된장국수는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합니다. 오던 길대로 언양고등학교를 지나 2㎞쯤 직진하니 울산역이 우측으로 보입니다.


반구대 부족에 이어 근세까지 고래와 한우의 후덕을 입은 이 지역은 현대 들어서도 중공업과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로 부를 축적해 타 지역의 부러움을 사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번영이 언제까지 계속되리란 보장은 없기에 요즘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가 한창인 모양입니다.


수천 년간 후손들이 행복하도록 생활의 비법을 돌에 새겨 물려준 반구대 부족의 가르침을 앞으로도 계속 이어가길 기원합니다.


반구대 하늘 아래 빗물을 잔뜩 머금은 구름이 용케도 버텨준 하루였습니다.

 

 

SRT로 1시간여 만에 대전역에 도착했습니다. 울산과 달리 한밭벌은 밤까지 빗방울이 계속됩니다.


도시철도를 이용하기 위해 지하로 내려갑니다. 역무원이 자전거가 입장하는 요일이 아니라고 제지를 하다 폴딩바이크라는 걸 알고 통과시켜줍니다.


다음에 울산을 찾는다면 장생포방면으로 라이딩을 해야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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