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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금수저 부족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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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금수저 부족을 찾아서
  • 김형규
  • 승인 2017.04.04 18:36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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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규의 자전거 역사문화기행] <1-1>울산과의 만남

전직 기자가 자전거를 타고 전국 방방곡곡을 누빕니다. 두 바퀴가 지나는 곳에서 마주하게 되는 것은 그 고장의 역사와 문화입니다. 세종포스트가 새로운 코너로 김형규 전 대전일보 기자의 자전거 여행기를 선보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바랍니다. <편집자>

 

 

‘이런 된장!’ 오늘만큼은 ‘구라청’이길 바랐는데 예보대로 비가 옵니다. 이미 동행과 차표까지 예약했으니 발뺌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전날 양철조각으로 어설프게 매달아놓은 빗물받이를 위안삼아 개 끌려가듯 집을 나섭니다. 대전역에 가기 위해 도시철도 역으로 이동하는데 살얼음 같은 빗줄기가 얼굴을 비껴갑니다.


빗물받이 없이 비오는 날 자전거를 탔다간 바퀴를 타고 튀어 오르는 흙탕물에 등줄기와 얼굴이 진창이 됩니다.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할 정도지요. 시궁창에 빠진 생쥐 몰골로 집에 갔다간 식구들이 절대 문을 열어주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지하철은 평일엔 접이식자전거만 휴대승차를 허용합니다. 미니폴딩바이크를 구입한 결정적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도시철도 대전역 승강장은 지하 5층. 지상의 대전역까지 오르내리기에는 너무 깊습니다. 더군다나 무거운 짐이 있는 사람에게는 고역입니다. 승강기가 있긴 하지만 기다리거나 위치를 찾느라 허둥댑니다.

    
대전역광장에 오르니 여전히 비가 추적추적 내립니다. 울산은 오후에 비가 그친다는 예보만 현실이 되길 바랄 뿐입니다. SRT(수서고속철도)를 처음 탄다는 사실도 이번 여행을 설레게 합니다.


정확한 시간에 부산행 기차가 들어와 객차 사이의 트렁크 보관 공간에 자전거를 접어 넣습니다. 크기가 딱 맞습니다. 우중충했던 마음이 조금 풀립니다.


알려진 대로 SRT가 KTX보다 무릎공간이 여유가 있고 요금도 저렴하더군요. 그래서인지 평일인데도 빈자리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KTX 큰일 났습니다.


1시간 10여분 만에 목적지인 울산역에 도착했습니다. 역 광장에 고래 형상의 설치미술이 눈에 들어옵니다. 울산시는 대표문양으로 고래이미지를 추출해 사용합니다. 시조(市鳥)로 백로가 있지만 울산시민들은 고래에 대한 동경심이 더 큰 것 같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선사시대부터 금수저 부족의 후손임에 틀림없습니다. 반구대암각화에서 그 증거를 유추해낼 수 있을 겁니다.

 

 

울산역에 내려서 좌측으로 갈까, 우측으로 갈까 좌고우면하다 가장 확실한 택시기사에게 묻습니다. 반구대 가기 전 언양불고기로 배를 채우기 위해서입니다.


“오른쪽으로 직진하다 좌회전해서 태화강 따라 우측으로 가이소.”
기사님의 안내대로 갔는데 뭐가 잘못된 걸까. 목적지에 도착할 시간이나 거리가 넘었는데 한도 끝도 없이 가는 겁니다. 1시간 넘게 빡세게 운동했습니다.


포털 지도상으로 울산역에서 언양까지는 3~4㎞에 불과한데 기사님의 휘휘 젓는 손가락 가이드대로 따라갔더니 반대로 크게 한 바퀴 돌아 10여㎞나 페달질을 했습니다. 덕분에 적당히 허기진 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해 맛나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태화강줄기를 따라 영남알프스자전거길도 밟아볼 수 있었고요. ‘그런 깊은 뜻이….’
 

여기서 잠깐! 곧장 언양불고기특구로 달려가고 싶다면 울산역을 등지고 좌측(북쪽)길로 가다 자전교를 넘어 첫 번째 교차로에서 좌회전 후 직진만 하시면 됩니다요.


그러고 보니 울산은 어느새 비가 그쳤습니다. 길바닥 상태로 봐선 한두 시간 전부터 빗줄기가 잦아들기 시작한 모양입니다. 쾌청한 햇살이 살짝살짝 내리쬐기도 합니다. 기온이 섭씨 16도면 자전거타기 최고죠.


‘바로 이 맛이야.’ 룰루랄라~ 콧노래가 절로 나옵니다.
‘[…] 이제 꿈을 찾아 떠나 바다를 향해 / I’m fall in love again 너를 찾아서 / 나의 지친 몸짓은 파도 위를 가르네 / I’m fall in love again 너 하나만 / 나를 편히 쉬게 할 꿈인 걸 넌 아는지 […]’ <바비킴 ‘고래의 꿈’ 중에서>

 

 

언양읍에 도착해서 목표물을 찾는데 애를 먹었습니다.
우리가 찾아가려는 ‘기와집’이 어디냐고 5~6명의 현지인에게 물었는데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이집은 불고기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타운에서 동떨어진 곳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워낙 유명한 집이라 쉽게 찾을 거라 생각하고 내비게이션에 기대지 않았는데 언양읍성만 빙빙 돌다 골목길을 빠져나와서야 겨우 찾았습니다.


지방의 명소는 인지도에서 내외부의 체감온도차가 나타날 때가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유명한데 정작 지역 사람은 알아주지 않는 거죠. 미처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최근 목포에 갔을 때도 우리가 가려던 집을 그곳 사람들은 잘 모르더군요. ‘여그까지 와서 뭐 그런 디서 먹으까이~’하면서 밥 빌어먹으러 온 사람 쳐다보듯 합니다.
 

 

태화강을 중심으로 KTX울산역이 들어선 강남은 현재 신개발지로 부각되고 강북은 구도심에 속해 향후 발전 청사진을 가늠할만합니다.


몇몇 유명 불고기집이 부푼 꿈을 안고 강남으로 이전했다가 생사를 넘나드는 우여곡절을 겪을 것이고 구도심에 남은 집도 전쟁과 같은 운영난을 헤쳐 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 틈새를 프랜차이즈가 비집고 들어갈 테고. 하나둘 지역 토박이들이 즐겨 가던 식당이 폐업을 하고 종적을 감추면 그때서야 아쉬워하겠지요.


대를 잇는 전통 식당은 그 자체로 소중한 문화자산입니다.


드디어 고대하던 기와집에 도착했습니다. 겉모습부터 조선시대 사대부집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군요. “이리 오너라.” 외치고픈 허세가 절로 솟아납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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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 2017-04-10 09:22:54
ㅎㅎㅎ
프형 여기계셨군요.
암튼 새로운 세상을 향해가신다니 그져 부럽기만하오.
프형의 연재기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읽어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드립니다.

새싹여행자 2017-03-29 16:51:05
저도 당장 떠나고 싶어지네요ㅠㅠ

yun 2017-03-27 01:27:24
바비킴 노래를 저도 모르게 따라 불렀어요ㅎㅎ흥미진진! 당장 울산행 기차표를 예매하고 싶어집니다!

토토 2017-03-17 13:37:48
반구대는 언제 나오나요 기대됩니다! 여행자에 빙의되어 피식거리며 읽었네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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